Special N N story 3
K-콘텐츠 수출의 파급 효과와 그 가치
글. 김윤지(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낭만닥터 김사부>를 수출하면 IP 수출 대금을 받는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의료 여행을 온다. 이렇게 콘텐츠 수출은 경제적, 문화적 파급 효과를 발휘한다. K-콘텐츠 수출의 여러 파급 효과를 살펴보고, 단순히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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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팝과 K-드라마의 세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경제적, 문화적 파급 효과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 나라에서 어떤 산업이 성장하면 여러 파급 효과가 생기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면 반도체 공장의 고용 인원이 늘어나고, 반도체 매출액과 수출액도 늘어난다. 더 나아가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소재, 장비, 부품 등 연관 산업도 발전하고, 늘어난 반도체와 연관 산업의 고용 인원들이 음식점에 가고, 출퇴근을 위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국내 소비 활동이 늘어나는 효과까지 생겨난다. 이른바 ‘산업의 생산 유발 효과’다.

K-콘텐츠 산업의 생산 유발 효과는?

이런 산업의 생산 유발 효과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 연관표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산업별로 생산이 한 단위 늘어날 때마다 유발되는 효과를 계수로 추정한 ‘산업연관계수’를 발표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2.5인데 이것은 자동차 생산 1단위가 늘어나게 되면 자동차 산업을 포함해 주변 산업에 약 2.5배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K-콘텐츠 산업은 기존 산업들과 유발 효과가 조금 다르다. 콘텐츠 산업의 경우 매출 증가를 위해서는 장비 투자보다 인력을 많이 늘려야 하기 때문에 고용 유발 효과가 다른 산업에 비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생산 유발 효과 외에 해외에서 발생하는 유발 효과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도 K-콘텐츠 산업의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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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은 매출이 증가해도 추가 생산이 이뤄지는 형태가 아니어서 기존 산업들과 같은 생산 유발 효과 추정 방식으로는 온전한 효과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반도체의 경우 수출이 늘면 국내 공장에서 생산을 늘려 해외에 판매하는 형태이므로 국내 생산이 증가한다.

하지만 K-팝, K-드라마, K-무비 등은 한번 제작을 해 디지털화된 파일 형태로 만들면 수출이 늘어나도 이 파일을 복제하면 그만이다. 때문에 K-콘텐츠의 해외 판매가 늘어나도 음반 제작과 같은 일부 형태 외에는 국내 추가 생산이 뒤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추가 생산 증가를 통해 유발 효과를 계산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온전한 파급 효과를 추정하기는 어렵다.

K-콘텐츠 산업의 특별한 해외 진출 파급 효과

무엇보다 더 큰 차이는 콘텐츠 산업은 ‘문화’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 파급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관심도 늘어나는 등 다른 산업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부가 효과들이 생겨나는 것 등이 이런 예다.

K-팝을 즐기게 되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K-팝 스타들이 살고 있는 서울을 친근하게 느끼기도 한다. K-드라마나 K-무비에 대한 관심은 그 배경이 되는 한국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콘텐츠는 다른 재화들과 달리 문화라는 특성이 있어 사람들의 사고 체계 전반에 여러 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한국 자동차의 성능이 좋다’라는 감정에서는 이끌어낼 수 없는, 문화만이 가진 독특한 힘이다.

<서진이네>의 한 장면 ⓒtvN

이런 호감도의 상승은 해외 K-콘텐츠 팬들의 소비 활동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K-드라마 촬영지로 여행을 오고, 공연을 보러 방문하기도 한다. K-팝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 학당에 등록하고, 스타들의 작업 공간을 느끼고 싶어 청담동이나 성수동 곳곳을 누비기도 한다. K-팝에 대한 관심이 발전해 한국으로 유학 오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국 스타들처럼 꾸미고 싶어 한국 화장품을 사고, 한국식 ‘치맥’이나 떡볶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렇듯 해외에서 발생하는 외국인들의 사고 변화, 소비 활동의 가치도 계량화하거나 추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 한국에 대한 인식 등이 향상되는 것은 어느 정도 수치로 표시할 수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K-콘텐츠의 힘으로 일구어낸 것인지 뚜렷하게 구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거나, 한국으로 오는 외국 유학생이 늘어나도 이 가운데 어느 정도가 K-콘텐츠 성장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K-콘텐츠가 수출되면 소비재도 동반 수출

K-콘텐츠의 확산으로 관련 소비재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에 대한 추정 자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이 1억 달러 증가할 때 화장품, 가공식품, 의류, IT 기기 등과 같은 소비재 수출이 1.8억 달러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콘텐츠의 확산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면 한국 소비재를 선택하는 비율도 늘어난다는 결과였다. 물론 모든 소비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상품을 선택할 때 취향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소비재에 한해 나타나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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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여러 시도가 있지만 K-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모든 효과를 포괄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계량화하기 어렵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여성 1인 가사 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연 1,380만 원으로 추정2)된다고 해서 엄마의 사랑이 1년에 1,380만 원어치뿐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K-콘텐츠 산업의 수출 파급 효과는 이미 증명

과거에는 콘텐츠 산업의 수익성이 높지 않아 이런 외부 파급 효과가 수치로 증명되는 것이 매우 필요했다. 정부 등에서 콘텐츠 산업의 정책적 지원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내부 수익성은 낮지만 외부 파급 효과가 높은 산업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콘텐츠 산업에서 크고 작은 성공들이 쏟아지면서 외부 파급 효과에 대한 인식은 확고해졌다. 오히려 이런 수치화 작업에 과도하게 몰두하다 보면 숫자에 얽매여 수치 증감에 일희일비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제 많은 한계를 가진 숫자에 매이기보다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콘텐츠 산업이 갖는 다양한 파급 효과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기존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파급 효과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여러 경로를 살펴보는 것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 1) 김윤지(2022), “K콘텐츠 수출의 경제효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 2) 통계청(2021), ‘2019년 가계생산 위성계정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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