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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해외 소비 1위’ 웹툰의 성공 비결은?
글. 이재민(웹툰평론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3 해외 한류 실태 조사’에 따르면 K-콘텐츠 중 소비 시간과 지출액을 기준으로 해외 소비 비중이 가장 높은 장르는 ‘웹툰’이었다. 지난 3년간 해외 소비가 크게 증가하며 K-콘텐츠의 원천 IP로 주목받고 있는 웹툰의 성공 비결은 ‘콘텐츠와 플랫폼의 동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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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지만, 한 문장으로 축약하면 ‘엄청나게 다양한 작품을 일주일에 한 번 선보인다’는 데 있다. 물론 주간 연재 시스템은 작가에게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는 경쟁적인 창작으로 인한 부작용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측면에선 독자들에게 가장 확실한 리텐션(Retention, 재방문) 효과를 준다.

네이버웹툰이 2022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국내 유료 전환율은 26%로, 1/4가량이 유료 독자지만, 유료 독자 1인당 소비하는 비용(Average Revenue Per Unit, ARPU)은 8,000원에서 3만 원가량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 독자의 경우 유료 전환율은 8%에 불과하지만 유료 독자 1인당 소비하는 비용은 3만 5,000원에서 4만 8,000원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비용을 크게 앞질렀다. 미국 역시 평균 유료 고객 1인당 소비 비용은 1만 2,000원가량으로, 본격 유료화 10년 차를 맞는 한국에 비해 이제 고작 4년 차인 미국의 비용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고객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만들 수 있는가’와 ‘정기적으로 방문한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핵심으로 삼는다. 때문에 정기적으로 자동 결제가 일어나는 구독경제가 주목받은 것이고, 그만큼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작용과 단점에도 불구하고 주간 연재는 한 달 주기인 공유경제의 결제 주기를 ‘주간’으로 단축하고, ‘보다 자주, 보다 많이’ 플랫폼을 방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우리 웹툰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게 된 요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장성락&레드아이스 스튜디오

웹툰 <외모지상주의> ⓒ박태준

작품 수출에 더한 현지 작가 키우기

우리의 상상 속에서 ‘수출’이란 완성된 제품, 또는 원자재를 해외로 보내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만화에서 ‘수출’이란 연재 중인 한국 작품을 해외 독자에게 선보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이런 형태의 수출 역시 만화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분야가 됐다. 한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은 <나 혼자만 레벨업>(추공 원작, 장성락&레드아이스 스튜디오) <외모지상주의>(박태준), <여신강림>(야옹이) 등 개별 작품이 해외에서 올리는 성과 역시 괄목할 만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작품 수출’뿐 아니라, 웹툰이 K-콘텐츠의 해외 소비 비중 1위 장르가 된 데는 ‘플랫폼 수출’이 큰 공을 세웠다. 플랫폼 수출이란 한국에서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이 해외에서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네이버웹툰은 미국,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카카오웹툰은 미국, 중국은 물론 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에서 운영하며 카카오픽코마는 일본과 프랑스에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이런 플랫폼 진출은 일본의 망가와 달리 현지 작가들을 키워내고 있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북미의 1세대 웹툰 작가 중 우루찬(uru-chan) 작가의 는 해외에서 시작한 작품 최초로 10억 뷰를 달성하는가 하면, 레이첼 스마이스(Rachel Smythe) 작가의 <로어 올림푸스>는 2022년 작품성을 인정받아 미국의 양대 만화상인 하비상과 아이스너상은 물론, 2017년부터 시작한 링고상까지 ‘3대 만화상’을 휩쓸기도 했다.

웹소설 원작의 웹툰에서도 이미 현지 작가들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 플랫폼인 타파스엔터에서 터틀미(TurtleMe) 작가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후유키(fuyuki23) 작가가 웹툰을 맡아 <끝이 아닌 시작(Beginning After the End)>을 연재하고, 뉴욕에서 열린 서브컬처 행사인 ‘Anime NYC’에서 수백 명 독자를 대상으로 팬미팅과 팬사인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웹툰은 이제 단순히 작품이나 상품을 넘어 ‘소비 방식을 수출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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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미래를 설계하는 웹툰 플랫폼

2014년 네이버웹툰이 해외 진출 원년을 선포한 이후 9년. 아주 오랫동안 ‘맨땅에 헤딩’을 해온 웹툰 플랫폼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성과를 내던 OTT,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IP 확장은 물론이고, 단순히 ‘콘텐츠의 확장’이 아니라 ‘플랫폼의 확장’ 역시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2010년대 내내 ‘커머스’에 집중했다.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네이버쇼핑’의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네이버페이로 적립되는 네이버 포인트를 적극 활용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서 네이버웹툰의 점유율을 높여갔다. 이런 전자상거래 기반 거래가 B2C(Business to Customer)를 기반으로 하는 중개업이라면, 네이버의 다음 타깃은 C2C(Customer to Customer)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웹툰 페이지

네이버웹툰 페이지

네이버는 한국에서는 크림(KREAM)을 설립했고, 미국에서는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포쉬마크(Poshmark)를 1조 6,000억 원가량에 인수했다. 해외 투자 역시 C2C 플랫폼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일본에서는 빈티지시티(Vintage City), 스페인의 왈라팝(Wallapop), 프랑스에는 명품 중고거래 쇼핑몰인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 등에 투자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국가에는 모두 네이버웹툰이 진출해 있다. 네이버웹툰의 다음 행보는 네이버와 발맞춰 이들 C2C 커머스 플랫폼과 시너지를 내는 방향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콘텐츠’ 자체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소비 방식’과 ‘플랫폼’을 수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콘텐츠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미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쿠팡은 쿠팡플레이, 애플은 애플TV+ 등 다양한 기업이 콘텐츠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 콘텐츠가 진화하는 한가운데 우리 웹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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