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 행사 참관기
AI 시대, 콘텐츠산업이 나가야 할 길을 밝히다
글. 김영보(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 뇌과학연구원)

‘인간의 영역이었던 ’창작’과 AI 기술은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그 답을 찾기 위해 ‘2023 콘텐츠산업포럼’을 열고 AI 시대 콘텐츠산업이 나가야 할 길을 모색했다. 포럼의 모든 순간에 함께한 김영보 가천대 교수가 보내온 흥미로운 참관기.

필자는 2023년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AI 시대 콘텐츠산업’을 주제로 진행된 2023 콘텐츠산업포럼에서 첫째 날 정책 부문 기조 연설자로 초대되었다. 그런데 AI 분야의 발전이 매우 빠르고 다양한 분야에서 재미있는 주제들이 다뤄지고 있어 공부도 할 겸 3일 내내 참석해 강의와 토론을 듣게 됐다. 현장에서 실무를 하는 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각 분야마다 미래에 다가올 변화에 어떻게 대비해가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워낙 첨단 분야인 까닭에 각 산업 부문의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더욱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적 재산권에 관한 이슈도 많았다. 앞으로 콘텐츠산업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에서도 각 분야마다의 특별한 상황을 고려한 지적재산권 문제에 많은 연구가 필요할 듯했다.

필자는 전공이 의학(뇌과학)이다 보니 다가오는 AI 시대에 콘텐츠산업이 나가야 할 길에 대한 생각이 좀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역사적으로는 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학에서 있었던 여름 세미나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처음 탄생했다고 하지만, 그 이전부터 인간은 계산이 무엇인지,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지, 또 지능이 무엇인지 등을 고민해왔다.

2023 콘텐츠산업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하는 김영보 교수.

AI와 인간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

수많은 학자들이 노력해온 결과, 가까운 시대에 들어 인터넷, 휴대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분야가 함께 발전했고, 지금의 AI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뇌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지능에 대한 연구가 거듭되며 AI도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특히나 신경해부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on y Cajal)이 보여준 인간 뇌의 ‘뉴런 연결 구조 그림’은 오늘날 ‘신경망 이론’의 토대가 되었고, 기억의 최소 단위인 시냅스에 대한 연구가 딥러닝의 핵심인 히든 레이어의 기초가 되었다. 결국 AI 시대는 인류 모두의 협업에 의한 결과인 셈이다.

뇌과학과 AI 분야를 함께 연구하고 경험해 온 바로는 미래에는 이런 발전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챗GPT를 보면서 알 수 있듯 이제 자연어를 통한 기계와 인간 간의 소통의 길이 열려, 앞으로 많은 분야에서 혁명에 버금가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또한 플러그 인, 코 파일럿, 파운데이션 모델의 발전 추세로 보아 빠른 시일 안에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의 달성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 많은 석학이 이구동성으로 AI의 위험성을 거론하는 것만 봐도 그 발전 속도는 예사롭지 않다.

AI와 인간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 중에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지 유토피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예측보다는 그런 방향으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가능성이 높다고들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AI 스스로 성경과 불경 등 인류가 구축해놓은 종교적 성찰도 학습할 것이기 때문에 깨달음을 얻어 너그러운 자비심을 장착한 AI의 탄생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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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AI와의 공존과 협력을 연구해야 할 시대

우리나라 최초로 가천대 길병원에 암 진단 소프트웨어인 IBM의 ‘WFO(Watson for Oncology)’와 소프트뱅크의 ‘페퍼’ 로봇을 도입해 운영해 본 나의 경험과 최근 챗GPT 발전 속도를 결합해 보면, 조만간 의료계에도 많은 변화가 다가올 것이라는 걸 의심치 않게 된다. 특히 정보의 편향성에 의한 그간의 의료 관행보다 의료진과 환자의 정보 공유에 바탕을 둔 ‘협의된 진단과 치료(Shared Decision & Treatment)’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특히 유전체에 관한 분석 도구로서의 초고성능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의 장점을 목격한 나로서는 앞으로 이 분야에서도 AI의 활약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딥마인드에서 만든 ‘알파폴드’가 신약 개발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온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기계는 인간과 다른 특성이 있어 발전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고, 앞으로도 기계가 창출해내는 능력을 우리가 모두 이해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덕분에 현재 XAI(Explainabe AI), 즉 ‘설명 가능한 AI’ 분야가 각광받고 있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동물의 날갯짓이 비행기의 양력으로 발전하고, 치타의 속도보다 빠른 자동차의 바퀴가 탄생한 것을 보면 지능도 꼭 인간의 뇌를 닮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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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분야에서도 앞으로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AI 시대의 주된 연구 방향이 될 듯하다. 공상 과학 같은 이야기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이 지구를 떠나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언젠가 다른 행성을 개척해야 할 시점이 될 때 반드시 우리가 만든 AI와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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