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에도 저작권이?”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안무 저작권은 제도적으로 인정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보호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무는 K-팝의 세계적인 성공에 큰 지분을 갖고 있다. K-팝의 지속적인 성공을 모색해야 하는 바로 지금이 안무 저작권에 대한 권리 강화와 보호에 나설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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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K-팝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단순히 ‘듣는 음악’을 넘어 ‘보는 음악’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는 K-팝의 인기 요인을 말할 때 ‘안무’는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요소다. 최근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를 통해 원작 안무가의 안무 영상, 대중이 포인트 안무를 따라 출 수 있도록 숏폼 형태로 제공하는 챌린지 영상이 많이 업로드된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안무’가 노래가 인기를 얻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하지만 유명한 노래의 경우, 노래가 한 번 재생될 때마다 일정한 저작권료가 작곡가나 작사가에게 지급돼 평생 저작권료를 지급받는 반면, ‘강남스타일’에 등장한 ‘말춤’을 전 세계 사람들이 따라 추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2>에서 안무가 바다가 창작한 ‘스모크’ 안무를 따라 한 수많은 챌린지 영상이 업로드돼도 사용된 음원의 저작권자에게만 수익이 지급되고, 안무가에게는 별도의 저작권료가 배분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안무 영상은 음원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안무’가 주된 콘텐츠이고, 대중 또한 춤을 보기 위해 영상을 소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무 영상에 사용된 음원의 저작권자에게만 수익이 지급되고, 안무 저작물의 저작권자인 안무가에게는 어떤 수익도 돌아오지 않는 현상은 분명히 불합리하다.
비보이가 선보이는 프리즈 ©Shutterstock
안무 또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서 당연히 저작권이 인정된다. 저작권법에서도 무용저작물을 저작물의 예시로 열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2년 법원에서도 국내 여자 아이돌 그룹 시크릿의 ‘샤이 보이’ 안무를 저작물로 인정했다.
반면 ‘셔플댄스(발을 끌며 짧게 교차로 움직이는 스텝)’, ‘프리즈(땅을 짚고 물구나무를 선 채 멈추는 비보잉 기술)’와 같은 기본적인 스텝이나 단순한 신체 동작 하나하나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이런 기본 요소들은 공유의 영역에 두고 새로운 안무를 창작하기 위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안무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안무의 창작 활동 자체가 위축될 우려도 존재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런 기본 동작은 개인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안무에 대한 저작권은 제도적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보호를 받고 있지 않다. 음악 방송에서 무대 영상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노래 제목과 가수, 작곡자, 작사자, 편곡자가 표시되는 반면, 무대를 구성하는 안무에 대한 저작자인 안무가가 표시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현재도 안무를 저작물로 등록할 수는 있으나 최근 5년간 안무가 저작물로 등록된 건수는 186건으로, 전체 저작물의 1%도 되지 않는다. 저작권 등록을 해야 안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징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있지 않으니 안무를 저작물로 등록할 유인이 적다. 안무가 크게 유행해도 안무가들이 받을 수 있는 추가 수익이 없다 보니 굳이 안무 저작물을 등록할 효용을 느끼지 못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 댄스 프로그램의 인기는 안무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엠넷
애초에 안무가와 기획사가 체결하는 계약 구조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 안무가는 안무를 의뢰받을 때 받는 일회성의 안무비 외에 추가 수익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안무를 짤 때 동원되는 인원이 많다고 안무비를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기획사는 안무 의뢰시 ‘안무 저작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안무가들 대부분은 학원 운영 및 강습으로 삶을 영위한다. <스트릿 우먼(맨) 파이터> 등 방송에 출연해 인지도가 올라간 안무가들도 광고나 방송, 유튜브 활동 등으로 인한 수익이 추가로 창출될 뿐, 그들의 본업인 안무에 대한 수익은 여전히 많지 않다.
첫째로 안무가 주된 콘텐츠이거나 안무가 포함된 콘텐츠에 안무가를 표시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안무가를 표시함으로써 안무에 대한 저작자가 존재하고, 안무 또한 저작권적으로 보호받는 저작물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안무가 또한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기 수월해진다. 안무가를 표시하는 작업은 지금 당장 손쉽게 실행할 수 있다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안무가의 이름을 표시하는 작업을 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안무를 고정한 기록이 있다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저작자로서의 권리와 이익을 비교적 수월하게 주장하고 보장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무저작권 침해에 대한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는 데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동영상 기반의 모션 캡처 기술을 통해 안무 동작을 분석하고 데이터화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만큼, 안무를 고정하여 기록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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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안무 저작물이 실연되는 건수마다 그에 대한 수익이 지급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음악의 경우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및 함께하는 음악저작인협회(KOSCAP) 등과 같은 단체에서 음악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 관리를 신탁받아 음악을 사용하는 방송사, 스트리밍 업체, 영상 플랫폼 등에 해당 음악의 저작권료를 징수한 후 징수한 저작권료를 음원 저작자들에게 분배한다. 이런 구조를 안무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음악처럼 신탁관리단체가 안무저작물을 관리하며 안무가 대신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이를 안무가에게 다시 분배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K-팝이 유행하고 있고 안무가 그 인기를 견인하는 하나의 요소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더해 국내에서도 댄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안무가들이 많이 생겼으며, 최근 국내 댄스스튜디오에서 춤을 배우는 프로그램이 포함된 여행 상품이 생기는 등 안무 시장은 점점 커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구축된 지금이야말로 안무 저작권에 대한 권리 강화와 보호를 위해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