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N N story 2
내가 연출을 하면
아마 놀랄 거야
K-예능 이끄는 정종연 PD
글. 남혜연 기자 사진 제공. 넷플릭스

정종연 PD는 <더 지니어스>, <데블스 플랜> 등을 통해 ‘두뇌 서바이벌’, ‘체험형 어드벤처’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시청자를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 독보적인 존재감의 예능 PD로 활동하는 비결과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넷플릭스

“콘텐츠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지만 좋은 작품이 나오면 시청자들은 찾아봅니다.” 정종연 PD는 달랐다. 화려한 출연진에 앞서 콘텐츠 자체에 더욱 귀를 기울이며 집중한 결과, ‘정종연표 서바이벌’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특히 그동안 정 PD가 연출한 tvN <더 지니어스>(2013~2015), <대탈출>(2018~2021), 티빙 <여고추리반>(2021) 등은 추리를 활용한 예능프로그램으로 두뇌 서바이벌 장르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MBC <무한도전>을 성공시킨 김태호 PD의 신생 제작사 테오(TEO)로 이적해 또 다른 서바이벌 예능 <데블스 플랜>을 공개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금은 콘텐츠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시대’

정종연 PD는 “테오에 오게 된 건 크리에이터에 대한 존중과 이 회사가 잘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데블스 플랜>은 김태호 형 돈으로 만든 게 아니다. 넷플릭스 돈으로 만들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돈은 알차게, 필요한 곳에, 써야 하는 곳에 썼다. 방송국은 예산을 치열하게 쓴다. 회당 1억, 2억 이렇게 경계가 정해져 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이유가 있으면 쓰게 해준다.”라면서 <데블스 플랜>에 대해 ‘몰입하기 좋은 작품’이라고 제작의 의도를 설명하며, ‘어느 때보다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일반인 등 다양한 직업군의 12명이 7일 동안 합숙하며 게임 대결을 펼치는 예능. 넷플릭스에 따르면 <데블스 플랜>은 공개 후 6일 동안 23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 10 TV쇼(비영어) 부문 3위를 달성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한국 두뇌 서바이벌 예능의 뜨거운 재미를 보였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시즌2 제작을 확정 지어 관심이 집중됐다.

“넷플릭스는 매일 순위가 공개돼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순위가 좋으면 떨어질까 봐 불안하기도 했죠. 그래도 감개무량해요. 워낙 오래전부터 준비한 작품인데 촬영을 마치고도 방영까지 많이 기다렸거든요. 외국에서도 반응이 좋아 다음 시즌은 외국 시청자들도 즐길 수 있게 연출 방향을 잡아보려 합니다.”

변화하는 콘텐츠 트렌드 속에서 만난 연출 기회

정종연 PD가 새로운 환경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었던 건 최근 달라진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트렌드 덕분이기도 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HBO맥스 등 해외 OTT와 함께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등 국내 플랫폼들이 TV 채널을 대신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 특정 방송사가 아니어도 콘텐츠 공급자인 제작진의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시청자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무조건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니어도 잘 만든 콘텐츠라면 언제든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입증됐다.

ⓒtvN

ⓒ티빙

정종연 PD 역시 두뇌 서바이벌 그리고 체험형 어드벤처 장르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입증한 만큼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싶다.’라며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두뇌 서바이벌과 체험형 어드벤처를 처음 시작하고 개척하고 있다는 데 프라이드가 있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제 뇌도 늙어간다고 생각하는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라며 “이런 장르는 몰입하기가 좋고 긴장감 있는 시청이 가능해서 좋다. 범죄 드라마를 볼 때처럼 긴장감과 집중력을 요구하면서 계속 그 다음으로 손이 가게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알렸지만, 그를 지지하는 마니아들 중에는 <대탈출><여고추리반>의 다음 시즌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대해 정 PD는 “<여고추리반>을 하면 <대탈출>을 하라고 하고, <대탈출>을 하면 <지니어스>를 하라고 한다. 모든 의견을 받아들일 순 없다.”면서 “프로그램의 팬이든 출연자의 팬이든 그 모든 분의 마음이 내 마음이다.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피드백을 참고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마지막으로 그는 두뇌 서바이벌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이 역시 핵심은 잘 만든 콘텐츠에 대한 열망이라고 해야 할까.

“두뇌 서바이벌이 가야 할 가장 좋은 길을 찾고 있어요. 그 과정과 결과를 좋게 하고 싶죠. <데블스 플랜>이란 제목에 특징을 담았어요. 두뇌 서바이벌 장르가 ‘악마적 계획’ 같은 특징이 있잖아요. 사람이 귀신에 홀린 것처럼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데, 그래서 이런 제목이 나온 거예요. 지금은 이 장르에서 재미의 정수를 찾는 과정이에요. 다양하게 변화, 변신하고 싶어요. 그래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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