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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과 지역의 발전
  • 저자이병민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등록일 2013-12-17

스토리텔링과 지역의 발전



|이병민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창조경제의 발전과 이야기의 산업화


최근 지역재생의 개념에서는 기존에 논의되었던 산업적 측면의 도시재생 개념에 비해 인문학적 측면과 문화적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유럽 복지정책의 실패와 분권의 대안으로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면서, 지역 자립의 새로운 방식으로 문화기반 도시재생의 개념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지역재생 정책이 산업적 측면만을 강조하였던 것과 달리, 지역의 다양한 맥락과 함께 지역의 자원이자 인문학적 개념으로서 지역이 갖고있는 ‘이야기’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개념들은 이미 제인 제이콥스, 찰스 랜드리 등과 같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창조도시(혹은 창의도시)라는 개념으로 정의되면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또한 이러한 창조도시를 구성하는 개념은 창조경제, 창조계급, 창조산업 등을 기반으로 하는데, 창조적인 콘텐츠가 경제적 가치로 작용하며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창조경제 시대 지역발전을 위한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사회의 발전은 주요 산업의 흐름에 따라 성장과 수출주도형 산업 중심의 1단계 사회, 서비스 중심의 2단계 사회를 거쳐 인적자원의 창의성을 중심으로 하는 창조산업 중심의 사회로 분류할 수 있는데 단계적 발전이 이루어져왔음을 잘 알 수 있다. 이는 경제의 패러다임이 지식(Knowledge) 중심의 사회에서 창조성(Creativity) 중심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국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서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있어 이러한 배경과 최근의 발전상황이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의 취임사를 통해 창조경제를 이끌어 나갈 핵심을 ‘(창조)인재’라고 말하며, ‘사람중심’의 성장,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주장한 바 있어, 창의적인 지역의 이야기와 콘텐츠가 중요한 것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4.0의 새로운 가치창출 기재로서 창의성의 가능성에 대한 제언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한국의 발전전략 트렌드가 산업화에서 정보화로, 정보화에서 창조화의 시대로 변화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야기가 창조경제 시대 주요 산업들의 부가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주목받음에 따라, ‘이야기 산업화’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보험업, 금융업, 제조업, 통신업, 부동산업처럼 이야기와 무관해보였던 타 산업 영역에서도 콘텐츠산업의 원재료 정도로 인식되던 이야기가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확산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1)



스토리텔링을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 사례


지역발전의 토대가 되었던 스토리텔링의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으로 ‘에비앙(Evian)’을 꼽을 수 있다. 에비앙은 원래 프랑스 동부 알프스 지역에 있는 휴양도시인데, 그 지역에서 나는 물이 유명한 탓에 생수의 브랜드 네임이 되었다. 생수 ‘에비앙’은 1789년 프랑스의 한 귀족이 에비앙 지역에서 요양하며 3개월간 샘물을 마신 뒤 병이 나았다는 얘기를 퍼트리며 1826년부터 샘물을 병에 담아 팔게 된 것에서 유래했다. 이때부터 에비앙 생수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이야기는 지역을 발전시킨 스토리텔링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순수한 이미지를 환경과 연관시켜 환경까지 건강하게 만드는 특별한 생수라는 특유의 제품이미지를 구축하여 소비자들이 에비앙이라는 브랜드만 들어도 그 맛, 효과와 이미지가 동시에 떠오를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은 주목해볼 만 하다.2) 이런 경우, 하나의 이야기가 지역을 발전시킨 사례가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도시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도시로 유명하다. 베로나는 문학작품의 배경이지만, 문학 속 허구의 인물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실제 존재했던 인물인 것처럼 스토리를 꾸미고, ‘줄리엣의 집’ 등 투어코스를 개발해 관광객 유치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방문자들은 줄리엣의 방에서 발코니를 통해, 로미오가 줄리엣을 향해 사랑에 빠졌음을 고백하며 그녀를 만나기 위해 올라갔던 바로 그 발코니에서 줄리엣이 되는 상상을 한다. 이러한 스토리를 토대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편지를 보내고 답을 해주는 스토리가 헐리우드에서 영화가 만들어졌을 정도이다. 이와 같이, 베로나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텔링을 배경으로 다양한 관광명소를 개발하고, 지역의 브랜드 제고에 힘썼으며, 헐리우드 영화촬영의 배경으로까지 활용하여, 지역 활력 제고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일본의 작은 도시 돗토리(鳥取)시는 유별난 곳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모래밭이 장대한 사구도 유명하지만, 돗토리를 더 특별하게 부각시키는 주제는 요괴들의 스토리텔링이다. 돗토리현 출신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 선생의 작품 ‘게게게의 기타로’에 등장하는 귀여운 요괴들을 대거 전시한 기념관, 주변 거리에는 120개 이상의 요괴 동상이 늘어서 있다.


사카이미나토에 위치한 미즈키 시게 기념관과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는, 시게루의 작품 세계와 일대기를 알 수 있도록 그의 작품과 수집품들이 전시돼 있을 뿐 아니라, 긴 거리에 다양한 종류의 요괴 동상들이 불과 몇 미터 간격으로 즐비해있고, 다양한 먹을거리부터 기념품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도시는 인구 감소와 더불어 오랜 불황으로 지역상권이 매년 감소하는 상황이었는데, 한 문화담당 공무원의 제안으로 요괴들 모양을 집앞에 설치하여 차별화를 통해 관광도시가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대구의 오랜 역사 속에 남겨진 근대유산을 하나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골목길투어 프로젝트가 있다. 이곳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지역을 거쳐간 사람들의 역사를 통해 도시의 삶을 문화로 바꾸어 가고 있다. 대구 중구에서 시민단체 등과 함께 3·1 만세운동 길, 이상화 고택, 서상돈 고택 등 문화유산과 이를 연결하는 골목길을 재단장하고 이야기를 입힌 것이다. 100년 전에도 있었지만 대구 사람들조차 잘 몰랐던 오래된 유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모습을 드러냈다.3) 이를 통해, 관광장소가 적다고 여겨졌던 대구에 매년 20만명의 관광객이 진골목, 근대대구박물관, 선교사 사택, 삼성상회, 이상화고택, 문인과 화가들의 찻집과 음악 감상실 등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관광지와 먹거리 상품을 연계하여 지역을 활성화하고 골목길 주변의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를 누렸다. 과거와 현대가 어울리면서 나타난 독특한 이야기도 있는데,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는 ‘김광석 길’이 있다. 이곳에서 태어난 그는 32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장 옆 골목길엔 기타를 치는 형상과 벽화 등 그를 기리는 조형물이 많다. 골목길을 걸으면 ‘이등병의 편지’‘먼지가 되어’ 같은 그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4) 대구는 2013년 지역문화브랜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하나의 가치사슬처럼 발굴과 창조에서 전달과 소통으로 이어져 참여와 지속성을 담보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어지고, 지역에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스토리의 원천, 소재 발생은 가슴 뛰는 꿈과 희망, 욕망이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명나게 꿈을 펼쳐가는 이야기 뿐 아니라, 함께 나누고 소통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이야기, 삶과 삶터(지역)가 지닌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고 위로해주는 스토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체험과 공유되는 원천으로서, 지역 그 자체의 이야기와 이어진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다양한 채널과 소통을 위한 주체들의 노력을 통해 확대되는데, SNS 등 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시설의 건설, 자원봉사자 등 사람과 민관의 노력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그 효과가 배가되어 나간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역에 매출과 관광객의 증가,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 자생력의 강화 등 다양한 성과로 나타나며, 지속가능성을 갖게 된다. 특히, 주민의 참여과 관계 맺기, 궁극적인 진화를 통해 더욱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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