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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지식

전문가칼럼

[인터뷰] 한국의 유병서 작가가 선보인 '발효의 미' 전시
  • 분야 일반
  • 등록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게재일2024-06-12 00:00
  • 조회17
  • 수집일해당 지원사업은 2024-06-12 06:00 에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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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로잔의 풀리(Pully) 시립 박물관에서는 75주년 기념으로 '현대 몰입 예술 최전선으로의 여행(Vivre l’œuvre/Experiencethe work Journey to the frontiers of contemporary immersive art)'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3월부터 6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가상현실', '새로운 시도', '시각‧공연 예술', '건축과 디지털 예술 간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환경'을 주제로 십여 명에 이르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그중 제네바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유병서 작가가 '발효(Fermentation)의 미'를 선보이고 있다. 다른 전시실에서도 흥미로운 체험을 경험할 수 있으나 유독 유병서 작가의 전시실은 오색의 콤부차가 담긴 음료와 발효 단지가 벽면을 둘러쌓아 시각을 즐겁게 한다. 퍼지는 향과 더불어 작가가 담근 콤부차를 시음할 수 있어 미각으로도 즐길 수 있기에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스위스 시립 박물관에서 일반적으로 선보이는 보수적이고 클래식한 전시의 고정관념을 깬 특별한 현대 미술전으로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로잔의 풀리(Pully) 시립 박물관에서 선보인 유병서 작가의 '발효(Fermentation)의 미' - 출처: 풀리(Pully) 시립 박물관 제공
< 로잔의 풀리(Pully) 시립 박물관에서 선보인 유병서 작가의 '발효(Fermentation)의 미' - 출처: 풀리(Pully) 시립 박물관 제공 >

유병서 작가는 발효 워크숍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통신원이 직접 함께해 보았다. 열다섯 명의 참가자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발효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워크숍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발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건강한 소화 활동을 돕기 위해 필요하다.", 독특한 풍미를 꼽으며 "발효 음식으로 한국의 김치를 떠올린다."고 덧붙였다. 이들 중 일부는 직접 김치를 담아 본 경험이 있으며 몇몇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전통 음료인 우유를 발효시킨 '케피어(Kefir)'를 집에서 손수 만들어 먹는다고 털어놓았다.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워크숍에서 유병서 작가는 현재 유럽에서 디톡스와 다이어트 음료로 새롭게 자리 잡고 있는 콤부차 만드는 과정을 선보이며 참가자들과 함께 나누었다.

사실 유럽인의 비건에 대한 관심은 십여 년 전부터 부쩍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발효 음식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추세다. 물론 면역력 강화 및 건강상의 이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는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이 확산되며 '지속가능성', '친환경', '음식 폐기물 방지' 등에 동참하고자 비건과 발효 음식이 유럽인의 식문화에 급속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스위스의 대형 슈퍼마켓인 미그로(Migros), 콥(Coop) 및 로컬 식료품점, 로컬 푸드를 이용한 식음료 스타트업의 증가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다양한 발효 음식이 담긴 단지 - 출처: 통신원 촬영
< 다양한 발효 음식이 담긴 단지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은 잠시 틈을 내어 이번 전시의 진행을 담당한 큐레이터 빅토리아 뮐릭(Victoria Mühlig) 씨와 이야기해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시립 박물관에서 기획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사실 살아있는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전시는 박물관이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작품의 보존과 보관(곰팡이, 세균, 습기 등의 방지에 최대한 노력)이라는 클래식한 콘셉트와는 정반대인 전시입니다. 하지만 예술 재료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실험적으로 추구하는 새로운 시각, 동서양의 문화 및 전통과 현대의 혼합, 그리고 대중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두는 현대 미술에 유병서 작가의 '발효' 전시는 완벽하게 부합하고 있습니다. 유병서 작가는 한국의 발효 문화 그리고 자신의 노하우를 통해 스위스인들에게 생소한 '발효(Fermentation)'를 미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해 선보였습니다. 보존, 슬로우 아트,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인 '발효의 미'를 선보이며 '안티-캐피탈리즘(anti-capitalism)' 즉, 작품은 하나의 오브제로 상업성에 가치를 두지 않고 작품 속에 담긴 메시지를 전합니다. 발효로 퍼지는 시큼하고 쿰쿰한 냄새, 다양한 색상의 유리병과 단지를 감상하고 콤부차를 음미하며 관객 스스로가 질문과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국경을 넘는 아주 신선하고 가치 있는 전시로 여겨집니다.

유병서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발효 음료 콤부차(Kombucha)' - 출처: 통신원 촬영
< 유병서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발효 음료 콤부차(Kombucha)' - 출처: 통신원 촬영 >

다음은 통신원이 진행한 유병서 작가님과의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작가님, 국내외 활동 및 전시는 현재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저는 시각 예술 작가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를 졸업하고 제네바종합예술대학(HEAD-Geneve)에서 트랜스(Trans-) 사회 참여형 예술 실습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베를린에서도 전시를 진행했고 현재는 제네바에서 활동하며 기후 정의와 관련해 문화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더 나아가서는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된 다양한 발효 행위를 사회적 발효로 확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워크숍, 참여형 전시 프로젝트, 리서치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발효 전시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발효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나요?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많은 한국인들이 그렇듯 김치를 포함한 한국 음식이 그리워 스스로 해 먹게 되는데요.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발효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경험이 쌓이면서 다양한 노하우가 생긴듯 해요. 김장에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공부하다 보니 점점 매력을 느낀 것이 빠져들게 된 계기입니다. 한동안 모 잡지에 예술과 요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관한 기획 기사를 연재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이 경험이 바탕이 돼 발효뿐만 아니라 요리, 음식, 식문화 전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생긴 듯합니다.

유병서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발효 음료 콤부차(Kombucha)' - 출처: 통신원 촬영
< 유병서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발효 음료 콤부차(Kombucha)'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재 전시실의 발효 종목은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어떻게, 얼마나 준비하셨나요?
전시된 발효 종목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공기와 접촉이 필요한 호기성 발효,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해야 하는 혐기성 발효, 이 두 가지가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순차적 발효, 그리고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는 동시다발적 발효로 구분됩니다. 호기성 및 혐기성 발효는 이미 지정된 과학적 용법이지만 순차적 발효와 동시다발적 발효는 제가 붙인 용어이기도 합니다. 전시 주제 '몰입(immersive)'을 부각하기 위해 유럽에서 현재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제가 의미론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사회적 발효(Social Fermentation)'에 부합하는 콤부차 발효에 좀 더 주안점을 둔 설치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여기에는 김치나 된장, 간장, 그리고 사워도우(Sourdough) 발효종, 현미 식초, 그리고 야생에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채집한 박테리아와 효모, 실험실에서 시퀸싱한 황국균 같은 곰팡이 포자가 포함됩니다. 총 몇 점이라고 숫자로 특정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여러 해에 걸쳐 다양한 요구에 따라 수집하고 제작해 왔습니다. 전시는 지난 2023년 늦봄부터 준비했고 관람객들이 직접 작품 속으로 들어와 콤부차를 마시고 참여하는 작업이다 보니 제가 평소에 발효해 먹는 분량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준비했습니다.

작가님이 느끼는 발효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은 어떤가요?
최근 발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한 듯싶습니다. 특히 집에서 혼자 오랜 기간 정성을 다해 먹는 건강한 음식이라는 발효 음식의 이미지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에는 유럽인들에게 발효와 건강의 이미지가 함께 각인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의 식문화에도 와인, 치즈, 사우어 크라우트, 맥주 등 발효 음식이 존재하지만 한국인과는 다르게 발효 음식에 대한 개인적 경험으로 축적된 데이터가 없다는 점이 많이 흥미로웠습니다. 어찌 보면 유럽인에게는 신선한 요리법이기에 일종의 편견이나 기준이 덜 엄격해 발효 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네바에서 석사과정 당시 넓은 의미로는 사회 참여적 공동체 예술 방법론으로 볼 수 있는 한국의 김장 문화를 연구했습니다. 더 나아가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발효 문화가 일상생활과 태도의 영역에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정치와 이론의 영역에서만 소비되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케이팝, 비교적 높은 연령대에게는 한국 드라마 및 영화를 통해 한국의 음식뿐만 아니라 한국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는데요. 김치와 함께 아시아 발효 음식으로 꼽을 수 있는 한국의 된장과 일본의 미소에 대한 관심 증폭도 주목할 만합니다.

사진출처

  • - 통신원 촬영
  • - 풀리(Pully) 시립 박물관 제공

통신원 정보

  • •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 •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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