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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지식

전문가칼럼

[인터뷰] 이집트 마에스트로 나이르 나귀(Nayer Nagui)를 만나다
  • 분야 일반
  • 등록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게재일2024-03-08 00:00
  • 조회66
  • 수집일해당 지원사업은 2024-03-08 06:00 에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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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전 상임지휘자이자 예술감독(2011~2024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인 나이르 나귀(Nayer Nagui, 54)는 현재 이집트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명한 지휘자 중 한 명이다. 그는 2000년 카이로 셀러브레이션 합창단(CCC)를 조직했으며, 25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은 전통음악이 강하고 이슬람의 종교색이 짙어 클래식 음악은 비교적 늦게 시작됐다. 클래식 합창단으로는 카이로오페라하우스에 소속된 합창단이 있지만, 나이르의 셀러브레이션 합창단도 이들 못지않게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 합창단이다. 나이르는 이 합창 단원들을 '프로페셔널 아마추어'라고 부른다. 클래식과 팝송, 현대적으로 편곡된 전통음악을 넘나드며 정기 공연 무대에 오르고 비정기 프로젝트 공연을 하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이나 합창이 보편적이지 않은 토양에서 새로운 문화를 일궈왔던 마에스트로 나이르를 만나 그가 조직한 합창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카이로 셀러브레이션 합창단(CCC)의 연습이 있는 곳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카이로 셀러브레이션 합창단(CCC)의 연습이 있는 곳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어떻게 합창단을 시작하게 됐나요?
1999년 카이로오페라하우스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보통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오페라 가수들이 하지 않습니다. 그때 제 멘토인 소프히 바디르 박사님(Dr. Sobhi Bidair)께서 "노래할 줄 아는 사람들을 많이 아니 사람들을 모아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고, 사람들을 모집했더니 80명이 모였습니다. 그중 70명을 발탁해 첫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카이로오페라하우스에서 개최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그 당시 새로운 아이디어였습니다(통신원 주: 이슬람의 강한 전통으로 이곳에서는 사회적으로 성탄절을 기념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십몇 년 사이 서구 생활 방식의 영향으로 상업적인 성탄절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그 다음 해에도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했는데 만석이 됐고 청중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합창단을 정식으로 시작한 후 지금까지 지속한 원동력은 합창 단원들입니다. 그들이 "특별한 행사를 위해 시즌으로 노래하고 싶지 않다. 일 년 내내 노래하고 싶다."고 요청해 왔기 때문입니다.

바쁜 스케줄 가운데 지휘자로서, 단장으로서 합창단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기쁨 때문입니다. 카이로 셀러브레이션 합창단은 굉장히 자발적인 모임입니다. 모든 단원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을 준비합니다. 또한 단원들이 노래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기쁨을 느끼는 것이 청중들에게도 전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프로와의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 음악가들의 수준은 당연히 높지만, 그들은 때로 음악을 일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오직 사랑으로 노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달되는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이 기쁨을 저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합창단의 행사들을 보면 조직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합창단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지금의 조직 구조가 한 번에 생긴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예술감독인 저와 행정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 한 명으로 운영이 됐습니다. 그러나 점차 단원이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10년 전쯤 지금의 구조를 이루게 됐습니다. 지금은 약 120명의 단원이 있고 그중에는 이집트인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독일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인도 있습니다. 현재 저희 합창단은 예술 감독인 저를 비롯해 부지휘자, 악보, 행정, 재정, 인사, 커뮤니케이션 담당, 파트장 등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며 체계적으로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2023년 크리스마스 콘서트 모습 - 출처: 카이로 셀러브레이션 합창단 페이스북 계정(@cairocelebrationchoir)
< 2023년 크리스마스 콘서트 모습 - 출처: 카이로 셀러브레이션 합창단 페이스북 계정(@cairocelebrationchoir)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인가요?
2023년 드보르작(A. Dvořák)의 <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슬픔의 성모) > 가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알렉산드리아오페라하우스 합창단과 함께 공연했습니다. 또한 저희 합창단이 가장 많이 공연했고 단원들이 즐거워했던 곡은 로씨니(Gioacchino Rossini)의 < 작은 장엄 미사곡(Petite messe solennelle) > 입니다. 2023년 10월에는 이집트문화부의 후원으로 '북경 실크로드 페스티벌'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랍어 합창곡을 러시아, 프라하, 모로코, 프랑스 등지에서 선보인 적도 있습니다.

음악가로서 개인적인 여정도 궁금합니다.
저는 기독교복음주의교회에서 자랐고 5살 때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부모님, 이모, 고모, 삼촌 등 모든 가족들이 합창 단원이었습니다. 그래서 합창단 리허설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어린 시절의 일상이었습니다. 1960~80년대에는 합창단이 정말 흔했고 요구하는 수준도 높았습니다. 칸타타곡으로 바흐의 노래를 부를 정도였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지휘자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피아노를 전공했으며 작곡을 공부했습니다. 지휘는 작곡한 음악을 잘 표현하고 싶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작은 공연을 시작으로 점점 성장해 카이로오페라하우스 상임지휘자를 맡게 됐습니다. 제 아내는 16살 때 함께 밴드를 했던 아주 오랜 친구이며, 지금 소프라노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두 아들도 클래식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음악을 오래 배워 지난 크리스마스 공연에 키보드 연주로 참여했습니다. 큰 아들은 독일에서 연극 조감독으로 일하고 있고, 작은 아들은 대학생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카이로오페라하우스는 32년간 함께한 제 삶의 아주 오랜 부분입니다. 2주 전에 카이로오페라하우스 상임지휘자를 사임해 앞으로는 이집트 국외 활동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일정은 일본과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로 계획돼 있습니다. 그동안 한 곳에 소속돼 시도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2025년은 합창단 설립 25주년입니다. 25주년을 맞이하며 한 번은 바흐의 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바흐의 < 요한 수난곡 > 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합창단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이번에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단원들의 실력이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5주년 기념 공연을 잘 준비해 단원들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진출처

  • - 통신원 촬영
  • - Cairo Celebration Choir 페이스북 계정(@cairocelebrationchoir), https://www.facebook.com/cairocelebrationchoir/

통신원 정보

  • • 성명 :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 • 약력 : 한국문화공간 The NAMU 운영 한국 소개 매체 다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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