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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지식

전문가칼럼

[인터뷰] 스위스에서 한식을 알리는 김민정 셰프
  • 분야 일반
  • 등록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게재일2024-03-04 00:00
  • 조회70
  • 수집일해당 지원사업은 2024-03-01 06:00 에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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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통신원이 '모르쥐 북페스티벌'을 찾았을 무렵이다. 레만 호숫가를 따라 도서전과 함께 슬로 푸드 행사가 처음으로 개최됐는데 지역 농산물과 함께 약초 술, 와인, 건강 음료, 말린 소시지 등 갖가지 로컬 푸드가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일본인들이 여러 종류의 미소(Miso) 된장에 대해 설명하며 시식을 권하고 있었다. 통신원이 다가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주변에서 '마담 김(Madame Kim)'이라 불리는 한국인이 두부를 직접 생산하는데 그 두부가 해당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전해주었다.

사실 유럽인에게 두부는 건강하고 고단백인 아시아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두부 자체의 맛이 밍밍하고 조리법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다. 또한 한국 두부에 비해 유럽의 두부는 그 식감이 단단해 그 풍미가 떨어지진다. 한국인이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두부는 어떤지 궁금해하던 차에 얼마 전 모르쥐 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보았다.

한식 레스토랑 '쉐 마담 김'의 한글 메뉴로 적은 메뉴판과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돌솥비빔밥, 불고기 정식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식 레스토랑 '쉐 마담 김'의 한글 메뉴로 적은 메뉴판과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돌솥비빔밥, 불고기 정식 - 출처: 통신원 촬영 >

장인의 요리 쉐 마담 김(Chez Madame Kim) 레스토랑 앞에 도착하자 비빔밥에 대한 설명판과 한식 메뉴를 알파벳으로 그대로 옮겨 적은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크 아웃이 주를 이루기에 실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또한 로컬에서 직접 공수한 재료로 유럽인 입맛에 맞춘 여러 종류의 두부를 비롯한 김치, 반찬, 밥, 만두 등의 여러 간편식들과 함께 한국 요리를 할 수 있는 식재료가 잘 배치돼 있었다. 다음은 통신원이 김민정 셰프와 진행한 인터뷰다.

(좌)두부를 생산 중인 김민정 셰프, (우)다양한 종류의 유기농 두부와 스프레드 상품 - 출처: (좌)김민정 셰프 제공, (우)통신원 촬영
< (좌)두부를 생산 중인 김민정 셰프, (우)다양한 종류의 유기농 두부와 스프레드 상품 - 출처: (좌)김민정 셰프 제공, (우)통신원 촬영 >

셰프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는 IT 계열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2005년 무렵 아일랜드로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떠났고 그곳에서 스위스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됐습니다. 친구들을 따라 스위스 동부에 위치한 그라우뷘덴(Graubünden)에 여행차 들렸다가 너무 멋진 풍경에 감탄했고 언젠가는 꼭 스위스에서 살아보리라는 소망을 가지게 됐습니다. 2011년 무렵 스위스에서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당시 한국인을 위한 개인 여행 가이드를 했습니다. 2015년 거주하던 동네 꾸앙상(Coinsins)에서 친구가 유기농 콩을 재배하기 시작했다며 보여줬는데 두부 콩이었습니다. 한국 두부가 생각나는 반가운 마음에 레시피를 보고 두부를 처음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나름 괜찮은 비주얼에 맛도 좋아 친구들과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제 두부를 가장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용기가 생겼습니다.

유기농 콩을 재배하는 친구가 모르쥐에 유기농 시장이 열릴 때 같이 가서 판매하자고 권유했습니다. 당시 손으로 직접 만든 두부 100모를 준비해 판매대에 진열했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세 시간 만에 판매가 완료돼 깜짝 놀랐습니다. 조금씩 두부를 생산해 주변 동네 무인점포와 식품점 그리고 오픈 마켓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2018년부터는 규모가 점점 커져 본격적으로 두부를 생산하게 됐습니다. 당시 스위스에 유기농 식품 붐이 불어 두부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한국에서 기계를 직접 수입한 후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두부 공장 부지를 마련했습니다.

입소문이 나면서 불어권 라디오 방송 및 신문 기자와 인터뷰할 수 있었고, 2019년 스위스 불어권 공영방송 RTS의 < 우리의 식탁(Cuisinede chez nous) > 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저를 칸톤 보(Vaud) 대표로 초대했습니다. 이외 여섯 분이 각기 다른 칸톤에서 참가해 서로 자신의 집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 후 점수를 부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아페로만 이곳 음식으로 하고 만두와 두부를 애피타이저로, 비빔밥을 메인으로, 수정과와 말린 곶감을 디저트로 대접했습니다. 제가 1등으로 우승하면서 스위스 전역에 소문이 많이 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스위스 전역을 넘어 독일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스위스인들은 대부분 두부를 어떻게 먹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각 지역에서 오픈 마켓이 열리면 수시로 참여해 판매와 함께 시식과 함께 조리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 두부를 보시면 흰 두부, 훈제 두부, 허브 두부, 씨앗 두부 외에도 다양한 재료들을 갈아 넣은 두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는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췄기 때문입니다. 또 빵에 발라먹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두부 스프레드도 같은 이유로 내놓게 된 상품입니다.

현재 두부 생산은 얼마나 하시며, 판매는 어떻게 하시나요?
코로나19 시기에는 많은 이들이 집에서 건강식을 챙겨 먹었기에 두부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두부 판매도 아주 활발했습니다. 2022년에는 7톤, 2023년에는 6.5톤을 생산했습니다. 제 두부는 현재 스위스 불어권 지역의 식품점, 레스토랑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오픈 마켓을 통해 개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이 불어권으로 한정돼 있음에도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이유는 제네바, 로잔, 모르쥐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비건, 채식, 유기농, 로컬 푸드 등 건강한 음식을 찾는 분들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식탁(Cuisine de chez nous)'에 칸톤 보(Vaud) 대표로 초대된 김민정 셰프 - 출처: 스위스 공영방송 RTS
< '우리의 식탁(Cuisine de chez nous)'에 칸톤 보(Vaud) 대표로 초대된 김민정 셰프 - 출처: 스위스 공영방송 RTS >

레스토랑을 오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코로나19 이후 스위스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외부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증가함에 따라 외식산업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오픈 마켓, 유기농 시장의 규모는 작아지는 반면 테이크 아웃이 아주 성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두부와 김치를 상품으로 가지고 있기에 테이크 아웃 위주로 반찬, 밥, 떡볶이 등 조리된 음식을 함께 판매하는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됐습니다.

또 다른 활동도 하고 계시나요?
2018년 두부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면서 김치도 함께 출시했습니다. 소규모 생산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판매가 증가해 현재는 일주일에 30kg 정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2~3년 전부터 로잔과 제네바 '에꼴 클럽 미그로(Ecole Club Migros)'에서 한식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은 저녁 시간에 진행되지만 강의 주제는 '한국식 아침 식사'입니다. 한국 가정식 스타일로 밥, 국, 반찬 2~3종을 함께 만들어 보는데 특히 비빔밥에 대한 문의가 아주 많습니다. 나물 반찬 요리법과 함께 비빔밥 먹는 법을 가르쳐 드리고는 했습니다. 수업 후에는 함께 만든 나물을 큰 볼에 밥과 함께 넣어 먹곤 하는데 그러면서 늘 "한국의 식문화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서로 나눠 먹는 것이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객 연령층은 어떠한가요?
아주 다양합니다. 두부, 김치가 아시아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져 있다고 여겨지지만 RTS 방송이 번역돼 스위스 전국으로 방영된 이후 제 음식을 맛보기 위해 저희 레스토랑을 찾는 분들이 상당합니다. 또한 넷플릭스를 포함한 미디어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증폭되면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한 분들이 찾아주시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음식 특유의 담백함으로 식사 후 속이 편안하다."라는 칭찬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많이 찾아주시는데 이분들은 로컬 푸드, 유기농, 건강식을 찾는 고객층에 해당합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한국 발음으로 적으셨던데요. 그 이유가 있으신가요?
최근 들어 K-푸드의 인기가 상승했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은 한국 음식을 잘 알지 못하거나 그 이름을 알지 못했습니다. '김밥'의 경우 '스시', '된장'도 '미소', '잡채'는 '누들', '만두'는 '딤섬'으로 그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한국 발음으로 기재한 메뉴판으로 인해 설명 시간이 두 배 걸리는 어려움도 있지만 한국 음식이기에 한국어로 알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K-푸드에 대한 변화를 현장에서 어떻게 느끼시고 계시나요?
코로나19 기간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를 즐겨보면서 한국 음식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에 대한 이들의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저희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 중 한국어로 인사말을 건네시거나 짧은 대화를 이어가시는 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고객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스위스 내 'K-컬처의 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현재 두부를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락또 발효식(Lacto Fermentation)을 활용한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위스에서는 여전히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에 한국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는 지인을 초청해 4월 한 달 동안 한국어 강의와 더불어 한국문화를 배워볼 수 있는 다양한 워크숍을 시도해 볼 예정입니다.

사진출처

  • - 통신원 촬영
  • - 김민정 쉐프 제공

참고자료

  • - 스위스 공영방송 RTS, https://www.rts.ch/play/tv/cuisine-de-chez-nous/video/episode-6--min-jung-kim-vd?urn=urn:rts:video:10621418

통신원 정보

  • •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 •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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