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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지식

전문가칼럼

[인터뷰] 튀르키예에서 K-웹툰의 인기, 그리고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다
  • 분야 일반
  • 등록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게재일2024-02-20 00:00
  • 조회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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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튀르키예에서 K-웹툰의 인기가 뜨겁다. 2023년 기준 튀르키예 한류 팬 규모는 226만 명으로 전 세계 10위에 해당한다. 케이팝, 한국 드라마, 영화, K-뷰티와 같은 한류 콘텐츠들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몇 년 사이 K웹툰에 대한 인기가 부쩍 높아졌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 전지적 짝사랑 시점 > , < 김비서가 왜 그럴까 > , < 황제의 외동딸 > , < 여신강림 > 과 같은 작품들이 튀르키예어로 번역돼 현지 오프라인 서점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창업자가 세운 웹툰 플랫폼 회사가 튀르키예에 들어서 눈길을 끈다.

'플랫폼'은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을 뜻하는 용어로 2000년대 이후에는 혁신적 변화를 담아내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웹 플랫폼'은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이 네트워크에 참여해 서로 연결된 관계를 맺으며 가치를 만들어내는 체계를 뜻한다. 튀르키예에 웹툰 관련 웹 플랫폼 회사가 들어섰다는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부터는 현지에서 웹툰 작가를 발굴하고 디지털 공간에서 현지어로 된 다양한 작품들을 직접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이용자들은 튀르키예어로 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 받을 수 있다.

튀르키예 내 웹툰 관련 불법사이트* - 출처: 통신원 촬영
< 튀르키예 내 웹툰 관련 불법사이트* - 출처: 통신원 촬영 >

*https://mangasehri.net/, https://romantikmanga.com/, https://webtoonhatti.net/

네이버와 같은 공식 사이트를 통해 웹툰을 이용하는 한국과는 달리 튀르키예에서는 그동안 전부 불법 사이트를 통해서만 웹툰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공식적으로 들어선 웹툰 플랫폼 업체를 통해 웹툰을 맘껏 즐길 수 있게 됐다. 튀르키예 웹툰산업은 아직 초기 수준에 불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웹툰 생태계가 하나둘씩 탄탄하게 갖춰진다면 향후에는 중동과 유럽을 넘어 북미 대륙까지 진출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내다볼 수 있다. 향후 튀르키예 웹툰산업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 성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원이 이번 취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핵심도 바로 그것이다. 현재 튀르키예에서 일고 있는 K-웹툰의 인기는 단순한 인기 차원이 아니다. 현지에서 직접 웹툰을 생산하고 소비할 뿐만 아니라 현지 웹툰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통신원은 튀르키예에 최초로 진출한 웹툰 플랫폼 회사 대표 조헌장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많은 국가 중 웹툰의 불모지인 튀르키예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현지에서 K-웹툰의 수요는 어느 정도인지 등 자세한 상황을 들어봤다.

이와 함께 튀르키예에서 웹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한 국립대학교 동아리도 찾아가 K-웹툰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통신원이 만난 대학교 웹툰 동아리 회원들은 대학교 1학년부터 대학원생까지 20대 초중반의 젊은 청년들이었다. 그래픽디자인과 건축학, 영화학, 물리학,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이들이 K-웹툰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웹툰 플랫폼 회사에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현지 대학교의 웹툰 동아리 카페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지 대학교의 웹툰 동아리 카페 - 출처: 통신원 촬영 >

필자가 대학교 웹툰 동아리 회원들을 만난 장소는 웹툰을 그릴 수 있는 전문 작업 공간이 아닌 작은 카페에서였다. 카페 내부에는 이들이 손으로 그린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 곳에는 회원들이 직접 만든 웹툰 잡지가 놓여 있었다. 회원들은 웹툰의 형식에 맞춰 종이 위에서 아래로 그림과 스토리를 만들어 작은 웹툰 잡지들을 만들고 디지털 방식의 웹툰도 함께 작업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 웹툰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이처럼 종이 위에 손으로 그린 그림들이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을 수 있겠다. 지금은 모든 동아리 회원들이 아이패드와 같은 디지털 기기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웹에서 웹툰이 만들어지는 단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지금도 웹툰이라는 장르를 처음 배우고자 하는 입문자들이 해당 동아리에 들어와 K-웹툰을 종이 위에 따라 그리고 인쇄하는 작업을 배우고 있다. 이날도 카페에서는 신입 회원과 그에게 동아리를 소개해 주고 있는 회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페에 모인 회원들은 앞으로 또 함께 작업할 웹툰 소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바로 디지털 기기에 그림으로 표현했다. 통신원은 웹툰 동아리 대표와 회원을 나눠 인터뷰를 진행했다.

도쿠즈에일률 국립대학교 웹툰 동아리 회장 알프 - 출처: 통신원 촬영
< 도쿠즈에일률 국립대학교 웹툰 동아리 회장 알프 - 출처: 통신원 촬영 >

동아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동아리는 2021년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웹툰 잡지를 만들며 시작됐습니다. 그 후에는 이렇게 동아리 카페나 학교 테이블에 둘러앉아 스토리 구상에 대한 생각을 나눈 후 완성이 되면 삽화 인쇄 작업을 함께 합니다. 마지막에는 웹툰 잡지를 들고 다른 지역 행사에 참여해 독자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에서 K-웹툰의 인기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웹툰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었습니다. 당시엔 배우 박해진, 김고은 주연의 < 치즈인더트랩 > 과 김소현, 옥택연 주연의 < 싸우자 귀신아 > 와 같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아주 재미있게 시청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웹툰의 인기가 급속도로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아주 큰 인기를 얻으면서 튀르키예에서도 웹툰 소비가 크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드라마에서 봤던 웹툰 작품들을 책으로도 또 읽습니다. 서점에 아직은 일본 망가가 많지만 튀르키예어로 번역된 K-웹툰 관련 도서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아, 이 드라마 웹툰이 원작이었어요? 몰랐어요."하며 서점을 찾아 웹툰 책을 시리즈별로 구입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책보다는 디지털 기기로 웹툰을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웹툰 동아리 회원 네르민 야무르 - 출처: 통신원 촬영
< 웹툰 동아리 회원 네르민 야무르 - 출처: 통신원 촬영 >

웹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해 웹툰을 접하는 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쉬웠던 거 같습니다. 웹툰이라는 장르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는 그림 위에 시나리오를 함께 채워 넣어 가면서부터였습니다. 웹툰은 일본 망가와는 달리 영화 필름처럼 스크롤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본다는 점입니다. 장면을 하나씩 내릴 때마다 상상하는 내용을 그림과 짧은 단어나 문장으로 함께 적어 내려갈 때 참 많은 매력을 느낍니다.

가장 좋아하는 웹툰은 무엇인가요?
웹툰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 스위트홈 > , < 지금 우리 학교는 > 과 같은 아주 어두운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저는 평소에 좋아하는 시나리오를 직접 써 보고 그림으로도 그려봅니다. K-웹툰은 스토리가 단순하지 않고 공포, 로맨스, 스릴러 등으로 다양해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전공 과목을 공부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웹툰 플랫폼 회사에서 작가로도 일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 힘들지 않나요?
웹툰은 특별히 어려운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에 소질이 있고 장면을 채워갈 때마다 필요한 시나리오를 이어나갈 수 있는 상상력만 있으면 됩니다. 저희 웹툰 동아리를 보시다시피 작업을 하기 위해 넓은 오피스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아이패드와 같은 디지털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 공부를 하면서도 전혀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창작의 고통이 있을 뿐입니다.

튀르키예에 최초로 진출한 웹툰 플랫폼 회사 대표와의 인터뷰 - 출처: 통신원 촬영
< 튀르키예에 최초로 진출한 웹툰 플랫폼 회사 대표와의 인터뷰 - 출처: 통신원 촬영 >

웹툰 현지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마친 통신원은 튀르키예에 최초로 진출한 웹툰 플랫폼 회사 대표 조헌장 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본인과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튀르키예 최초 웹툰 플랫폼 회사 '로크마' 대표 조헌장입니다.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적 협력)을 담당하면서 많은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삼성투자벤처에서 투자를 담당했습니다.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 투자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북미 웹툰, 웹 소설 플랫폼 타파스, 래디쉬 인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한국의 웹툰산업이 글로벌로 뻗어가는 흐름을 읽고 튀르키예 진출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로크마 스튜디오(LOKMA STUDIO)'는 튀르키예 최초 웹툰 플랫폼을 운영 중인 스타트업입니다. 두 명의 한국인 창업자를 포함한 총 7명이 근무 중이며 개발과 편집, 작가 섭외 및 관리, 현지화 등 웹툰 관련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튀르키예에 설립된 법인이며 현지 작품 발굴, 한국 작품 현지화, 플랫폼 운영, 마케팅 등 사업의 대부분을 튀르키예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에서 웹툰에 대한 반응과 수요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은 어떠한가요?
현지 웹툰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가 매우 높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1020 젊은 세대에서 인지도와 인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튀르키예에서는 합법적으로 웹툰을 소비할 수 있는 채널이 없어 불법 사이트를 통해서만 웹툰이 소비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월평균 1,000만 명 이상의 트래픽이 불법 사이트로 계속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한국, 중국, 일본의 콘텐츠 중 70% 이상이 K-웹툰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튀르키예는 한류 10위 국가면서 미국 다음으로 전 세계 두 번째로 드라마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드라마 수출은 한국을 앞서는 튀르키예입니다. 튀르키예의 지리적 이점을 선점한다면 자체 제작한 웹툰 작품을 유럽과 중동, 아시아로 수출하기 매우 유리해질 것입니다. 그와 함께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같이 튀르키예어를 모국어와 함께 사용하는 국가도 상당하기에 향후 튀르키예 내 웹툰의 인기는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튀르키예에서 웹툰산업이 지금의 인기를 지속하며 더 발전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현재 웹툰의 인기는 초창기 한류의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 등의 콘텐츠를 뛰어넘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고, 삽입된 OST까지 인기를 얻는 상황이기에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많은 K-웹툰이 현지에 지속적으로 수입돼야 합니다. 그와 함께 스토리 연출과 구성, 연재 스케줄 관리 등에 익숙한 현지 작가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투자도 필요합니다. 튀르키예 이용자들은 현지 스토리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대중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현지 콘텐츠가 꾸준히 개발돼야 합니다.

K-웹툰의 인기가 높지만 아직은 일본 망가의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K-웹툰 단행본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최근 몇 년 사이 튀르키예 만화책 소비자들은 서양 만화보다는 동양 만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양 만화 중 일본 망가의 비중이 아직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K-웹툰 단행본을 출간하기 시작한 현지 만화 출판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웹툰은 시작부터 디지털 포맷으로 제작되고 스마트폰 소비에 최적화된 만큼 대부분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소비하는 것에 익숙한 MZ세대에서는 단행본보다 디지털 포맷이 훨씬 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지 서점에서 판매량 증가를 보이고 있는 K-웹툰 단행본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지 서점에서 판매량 증가를 보이고 있는 K-웹툰 단행본 - 출처: 통신원 촬영 >

인터뷰를 마치고 통신원은 현지 오프라인 서점을 찾았다. 서점에는 K-웹툰보다 훨씬 더 먼저 튀르키예에 들어온 일본 망가 책들이 많았지만 K-웹툰 단행본들도 눈에 많이 들어왔다. 생각보다 어린 10대 중반의 여학생들이 K-웹툰 단행본을 찾고 있었다. 한 학생은 "이미 < 여신강림 > 5편까지 구입해 집에 소장하고 있는데 6편이 서점에 나왔는지 확인해 보러 나왔다."고 할 정도로 꾸준하게 K-웹툰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서점 직원은 "최근 1~2년 사이 K-웹툰이 새로운 유행이라 할 정도로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K-웹툰의 인기는 튀르키예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재 튀르키예에서 웹툰산업은 이제 시작하는 초기 수준이지만 현지의 웹툰 생태계가 하나둘씩 튼튼하게 구축된다면 K-웹툰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전초기지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 •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 •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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