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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I칼럼] 드라마와 방송시장
  • 분야일반
  • 장르방송
  • 등록일2010-05-01
  • 조회15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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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이만제


드라마와 방송시장

방송통신융합과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산업 성장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산업구조 정착이 우선 되어야 한다. 아이피 티브이(IPTV)에서도 방송콘텐츠 그 중에 방송드라마가 인기 콘텐츠 자리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드라마는 화려한 스타, 자신과 우리사회를 비춰보게 하는 감동, 해외수출을 통한 문화교류 그리고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부가가치를 창출이라는 면에서 중요한 장르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의 70퍼센트를 제작하는 독립제작사, 출연하는 연기자 그리고 제작비 투자자들까지 모두가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드라마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현장의 소리들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드라마 시장은 많은 제작비를 들여 대작을 만들고, 시청자들로부터 갈채를 받아도 대박을 터뜨리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태왕사신기가 430억원, '로비스트'와 '식객'이 120억원을 제작비로 투입하였지만 대박 드라마의 모델이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국내 시장이 이런 대형 드라마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는데 많은 문제가 있다. 아무리 시청률이 높아도 얻을 수 있는 국내 광고 수입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지상파 전국 네트워크가 주시청시간대 1시간에 최고 120억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데 비해 국내 전국 지상파의 같은 시간대 시간당 최고 광고비는 3억원 수준이다. 적절한 드라마 제작비 규모를 가늠하게 하는 수치이다.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국내 드라마 제작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저작권 배분이나 높은 출연료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한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의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뾰족한 대안이 나오기 쉽지 않다. 제작비 문제가 시장규모와 적절히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제작산업이 붕괴지경에 이른 사례를 우리는 대만에서 보았다. 이미 국내 지상파 시장에서도 케이블 텔레비전과 마찬가지로 비싼 드라마를 제작하느니 인기 있는 미국 드라마를 싸게 구매하여 편성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드로 한국에 잘 알려진 로스트'의 경우 회당 제작비는 40억원 가량이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이 제작비로 거의 16회분의 드라마를 제작한다. 물론 제작비가 드라마의 품질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인은 아닐지라도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지상파 광고시장은 점차 축소되고 있는데 비해 인터넷이나 IPTV와 같은 새로운 매체들이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 텔레비전의 드라마 제작 경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유료방송채널에 처음 방송되어 제작비를 회수하는 드라마제작 시스템이 정착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회당 10억원을 들인 드라마 제작비를 브이오디(VOD) 서비스로 회수하려면 1회당 500원씩 이용료를 징수할 경우 200 만명이 이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규모의 시장이 언제 정착될지, 또 그런 위험부담을 안고 드라마 제작이 이루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드라마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창의력을 개발하고, 제작비를 투명하게 집행하는 등 제작관행의 개선과 정부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지원이 당연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작 시장에 제작비가 원활하게 공급되고 제작시장이 스스로 활성화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방송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방송시장에 새로운 매체가 경쟁자로 진입하는데 기존 시장의 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없다. 광고제도, 수신료 제도 그리고 유료방송 요금 제도를 고쳐서 방송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고 그 안에서 경쟁을 통해 좋은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제작산업의 성장이 곧 새로운 융합형 매체의 성공의 길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과 방송통신 융합의 혜택은 새로운 사업자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자 그리고 국민 모두가 고르게 향유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방통융합 서비스라는 새로운 산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글 ● 이만제 / KBI 책임연구원

※ 본 원고는 디지털타임스 5월 29일자에 게재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