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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I칼럼] '콘텐츠'와 대선공약
  • 분야일반
  • 장르방송
  • 등록일2010-05-01
  • 조회13264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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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서병호


바야흐로 대선정국이다.

대통령 선거는 분명 전 국민이 누려야 할 축제로 치러내도 좋을 만큼 값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전투구식의 피를 티기는 싸움이다. 복잡한 시대의 현대인들에게는 물고 물리는 정치보다 더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일도 많고, 성숙되지 못한 정치풍토에 환멸을 느끼는 투표인구도 급속히 늘어나면서 대선은 예전처럼 열기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21세기 들어 빅뱅을 거듭하고 있는 세계화의 물결은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한 나라의 독자적인 통치체계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시대다.

다시 말해 예전처럼 대통령 하나 똑똑하게 뽑아서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역모기지론’의 파동으로 국내 주식이 곤두박질쳤던 것을 경험한 우리가 주변국가 정세에 더 관심을 쏟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비교적 덜 종속적으로 우리 국민을 화합시키고 5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자긍심 강한 부유한 국가로 키워낼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이 바로 ‘문화산업정책’일 것이다.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자유무역주의는 각국의 문화마저도 강대국의 영향권아래 두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은 예외적인 사항으로 쇄국을 주장해도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 ‘문화산업’이다.

지난 한미 FTA 협정 타결의 목전까지 시장개방 불가를 외쳤던 케이블TV의 채널사용사업자를 비롯한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연대와 당시의 외침에 지금 대선출마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대선이 채 50여일 앞으로 다가와 있지만 눈에 띄는 문화산업정책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1959년 프랑스 초대 문화부장관 말로는 “국가는 예술을 지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예술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프랑스는 문화를 국가통합의 주요한 요소로 삼고 있는 나라이다. 문화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지 않는 국민은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없다는 말이다. 문화는 삶의 양식이며 국민들의 정신이기 때문에 우리가 갈고 다듬어야하고 창조해 나가야한다. 대통령후보들이 제시할 문화정책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네트워크 위주의 정책이 산업간 갈등 부추겨

오늘날의 난마와 같이 얽혀진 방송과 문화산업의 갈등과 부실이 상당수 네트워크와 플랫폼 산업 위주의 정책에서 비롯됐음에도 불구하고 컨텐츠 정책의 ‘뒷전 밀리기’는 여전하다.

지난 국무조정실 산하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의 논의과제에서도 컨텐츠는 기구개편안과 IPTV도입정책에 밀려 맨 마지막으로 논의됐다. 방송통신융합 정책과제가 다시 국회로 넘어갔지만 컨텐츠가 ‘찬밥’이긴 여전하다. 말로는 컨텐츠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질적인 정책지원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한미 FTA타결 당시 시장이 개방되는 것은 유료방송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반대급부로 지원을 논의했던 부분은 시장이 개방되지 않는 공영방송이었을 정도로 문화산업에 대한 우리네 정책논의 수준은 개발도상국에 다름 아니다.
꼼꼼히 살펴보진 못했지만 대선주자들 공약에 문화정책 진흥이 우선순위인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정인숙 경원대 교수가 발표한 ‘한미FTA 체결에 따른 방송 분야 영향평가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 첫머리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한미FTA 관련 방송분야 영향평가가 경제적 관점에 치중돼 있는데, 영상콘텐츠 부분은 사회문화적 영향에 대한 예측을 통해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눈 여겨 보아야 할 지적이 아닐 수 없다.

EU, 16년간 PP산업위해 1조1천억 투자

EU는 지난 1990년부터 16년 동안 유럽의 PP산업 활성화를 위해 1조 1천여억원을 투자했고, 전 세계적으로 방송콘텐츠 제작지원이나 제작 신기술 분야 등에 대한 투자는 민간 기업에서 추진하기 쉽지 않아 정부차원에서 이뤄졌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 PP들은 평균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150%에 이르는가 하면, 평균 부채비율도 43.4%로 매우 열악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방송위원회가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PP전용 디지털방송제작센터’의 경우 “국내 PP산업의 열악한 경영구조와 한미FTA로 인한 경영악화를 고려할 때 초기에는 국가가 전액 투자하여 설립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과 영상콘텐츠활성화 특별기금 조성 및 지원부서 역할의 조정도 필요하다.

또한 업계 차원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PP를 만들기 위한 장기적 플랜이 우선 제시돼야함은 물론이려니와 정부가 산발적으로 분산된 콘텐츠 지원기금 및 기관을 재조정하고 영상물 제작을 위한 디지털 장비 관세도 경감시키는 방안이 시행에 옮겨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통해 대선주자들이 보여줄 수 있는 문화정책공약, 특히 콘텐츠진흥 방안에 관한 대국민 약속을 기대하면서 반드시 대선의 주요 논점으로 부각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차기 정부는 국민의 정신을 지배하는 문화를 중흥시켜 주기를 학수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