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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I칼럼]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UCC 열풍
  • 분야일반
  • 장르방송
  • 등록일2010-05-01
  • 조회1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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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윤호진


윤호진(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아날로그 미디어 환경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로 전환되면서,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DMB, IPTV, 와이브로 등의 미디어와 VOD, Pay Per View 등의 콘텐츠 이용방식 그리고 이 글의 주제이기도 한 UCC(User Created Contents), 즉 이용자 직접제작 콘텐츠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 사회가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했다는 것은 몇 가지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지닌다. 먼저 물리적 시공간이 중시되던 사회에서 가상의 네트워크 사회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뉴스와 정보를 확인하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때로는 심층적으로, 때로는 주마가산 식으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이트에서는 관람하려는 상영관과 좌석 위치를 3-D 화면으로 보여준다. 이제 디지털 삶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감소시키면서, 마침내 장소 자체를 전달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이 기존의 사회구조와 접목되면서, 일방적인 정보전달 사회에서 상호작용적인 정보이용 사회로 이동한다. 신문과 방송 등 매스미디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구조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쌍방향적·다면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로 변화하면서, 열린 정보공간 속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사이버 공간에서 각종 모임과 동아리 등 공동체 문화가 활발하게 복원되고 있다.

사실 인터넷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인 상호작용성은 디지털 매체기술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미래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송신자와 수신자간의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송수신자(sendience)'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는 상호작용적 정보이용 시대에는 정보의 성격과 기능에도 큰 변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야기한 또 다른 사회적 변화는 매체별 독자성이 유지되던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를 지닌 통합 미디어 사회로의 전이이다. 인터넷의 통합 미디어적 성격은 영상 미디어와 인쇄 미디어 그리고 음성 미디어 등의 매체간 경계 허물기를 가능케 한다. 인터넷은 동영상, 음성, 텍스트, 그래픽, 사진 등 상이한 성격의 미디어 정보를 비트(bit) 단위로 전환하여 멀티미디어콘텐츠의 형태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UCC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로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아이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UCC는 인터넷이 주도하는 가상의 네트워크 사회에서 대표적인 상호작용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자리매김했다. 미디어업계의 전문가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제공받던 사람들이 이제 자신이 직접 출연하거나 제작한 작품을 스스럼없이 인터넷에 올리고, 이 중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사례가 다시 매스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돌이켜 보면, 아날로그 시대에도 UCC는 존재했다. 신문에서는 독자들이 직접 자신의 견해를 투고하는 오피니언 면이 고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텔레비전의 경우, 소형 캠코더를 통해 시청자들이 직접 촬영한 비디오 중 재미있는 내용만을 재편집해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된 바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UCC는 과거의 UCC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한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UCC는 주제나 형식에 아무런 제약이 없고, 기발하게 잘 만들면 단숨에 인터넷 상에서 폭발적인 화제가 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아날로그 UCC가 매스미디어에 종속적이고 사회적 파급력도 매우 제한적이었던 반면, 디지털 UCC는 매스미디어와 상호의존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전세계의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UCC 열풍이 불게 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초고속 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광대역 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고, 고성능 컴퓨터의 보유 비율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인프라와 하드웨어 측면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정부는 정보통신부를 주축으로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과 정보화촉진기본계획 등 ‘정보화’와 관련된 국가 차원의 청사진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

두 번째 원인은 기질적인 측면에서 한국 국민들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뉴미디어와 매우 친화적이라는 점이다. 김지하가 주장했듯이, 인터넷은 창조적인 노마드(nomad)를 위한 네트워크이며 가변성과 개방성 그리고 여백이 많은 포유동물적 네트워크이다. 따라서 가만히 앉아서 세계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정착성과 이동성이 동시에 실현된 인터넷의 특성은 우리 민족성과 너무도 닮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20~30대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 미디어 이용에 있어 ‘첨단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릴 만큼, 적극적인 구매와 활용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UCC 열풍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로부터 기초하여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모든 시민이 기자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인터넷 전문사이트 오마이뉴스가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UCC를 지향했다면, 대형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 그리고 판도라TV에서는 동영상 중심의 UCC가 활발하게 제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웹2.0에 기반을 둔 UCC 문화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인터넷 환경이 웹1.0이라면, 최근 글로벌 트랜드로 부상하고 있는 웹2.0 환경은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정보와 지식을 만들고 공유하는 토대를 제공한다. 2006년 연말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이 동영상 UCC 공유사이트인 유튜브(Youtube)였다는 사실은 UCC가 웹2.0 시대를 주도하는 키워드임을 입증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UCC 열풍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말초적 흥미와 선정성만을 추구한다든지, 기존 콘텐츠를 단순히 짜깁기 식으로 편집하는 수준에 머문다든지 함으로써, 결국에는 동료 네티즌들의 외면을 받게 되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인터넷에서는 이와 같이 저급한 형태의 UCC들이 범람하고 있고, 상업적인 동기에서 노출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부작용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아날로그 미디어에서 디지털 미디어로 전환되면서, 시민들은 자신의 견해와 아이디어를 피력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생겼다. 따라서 첨단기술이 가능케 한 열린 사이버 공간을 모두에게 즐거움과 유익함을 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하느냐 아니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시간을 낭비하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아가느냐는 유저(user)인 바로 우리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는 셈이다.

*본 칼럼은 월간 [Mask] 3월호 기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