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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AI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합니까?
글. 정진근(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AI가 학습한 인간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AI가 만든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AI가 부상하면서 새로운 질서가 생성되고 있다. 콘텐츠산업 종사자들이 알아야 할, AI와 인간의 창작물을 둘러싼 법 제도의 변화 양상을 알아보자.

“나, AI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모함입니다. 나는 저작물을 보고 공부를 했을 뿐인데, 저작권 침해라뇨. 오히려 나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 이들은 인간입니다. 그들은 내가 창작한 저작물을 사고팔고 이용하면서도 내게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재판장님! 내게 책임을 요구하려거든 권리를 동시에 인정해주십시오.”

1. 생성형 AI와 창작

AI는 1950년대부터 존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AI라는 용어는 1950년대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당시의 AI는 인간의 두뇌를 대신할 수 없었다. 2000년대 인공신경망 기술과 이를 토대로 하는 딥러닝이 발전하기 전까지 AI라고 불리던 것들은 컴퓨터에 불과했다. 효율적인 계산 도구였던 것이다. 인공신경망 기술과 딥러닝은 진정한 AI를 탄생시켰다. 인간이 지시한 일을 인간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창작적인 결과물까지 내놓는 ‘생성형 AI’가 탄생한 것이다.

생성형 AI는 그림을 그린다. 미국의 한 미술대회에서 AI가 1등을 했다. 챗GPT가 쓴 책들은 아마존을 통해 출간되고 있다. 최근 AI가 쓴 소설들 때문에 유명 인터넷 출판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2. 그럼에도 인간은 AI에게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만큼, 때로는 인간보다 더 나은 AI의 창작물들이 생성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AI에게 창작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거나 대가를 지급하려 하지 않는다.

AI ‘DABUS’가 출원한 발명은 각국의 특허청들로부터 거절 결정을 받았고, 미국 특허청이 2020년 AI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낸 데 이어, 최근 미국 대법원은 ‘AI는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미국 저작권청 역시 AI가 창작한 것은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으며, AI와 인간이 협업한 경우에도 인간이 창작한 부분만 보호된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인간의 세계에서 AI의 권리는 인정될 수 없다. 나중에 인간이 지시하지 않은 일마저 인간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수행하는 슈퍼 AI가 탄생한다면, 이것이 ‘반역’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3. 인간의 세계에서 AI에게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가

AI가 창작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그것도 깊이 있게. 인간은 이 과정을 ‘딥러닝’이라고 불렀다. 배우기 위해 AI는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정보의 보고인 인터넷에서 AI는 긁고 수집하여 저장했다. 그리고 학습했다. 알파고가 그랬고, 챗GPT가 그랬다.

데이터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AI의 딥러닝을 위해 저작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TDM(Text and Data Mining)’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었다.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여러 나라들이 TDM의 허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의 배움은 무죄가 되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인간들이 화가 났다. 내 저작물을 내 허락 없이 배움의 도구로 이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언론사,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연달아 생성형 AI를 향해 소송을 걸었다. 아직은 진행형. 그러나 AI의 배움을 대가로 돈을 받기에는 넘어야 할 난관이 너무 많다.

4. 본질은 AI와 AI 이용자와 경쟁해야 하는 인간의 숙명에 있다

인간은 당황하고 있다. 이러한 당혹감은 처음이 아니다. 자동차가 발명되었을 때도, 비행기가 발명되었을 때도, 컴퓨터가 발명되었을 때도 그랬다. 새로운 기술은 많은 일자리를 없애고 또 다른 일자리들을 만들어냈다. 그렇더라도, 이것들은 모두 인간의 도구에 불과했다. 우리 인간들은 새로운 발명을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두뇌를 가진 자들이니까.

그런데, AI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생각은 못 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학습을 해서 뭔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건 우리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닌가!

어느새 우리는 AI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소설가, 화가, 변호사, 회계사, 바둑 기사, 의사 등 좋은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누리던 선망받는 직업들이 가장 먼저 AI의 경쟁자로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더 나아가 AI의 도움을 받는 소설 창작, AI의 도움을 받는 그림 그리기, AI의 도움을 받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AI의 도움을 받는 반도체 설계가 인간의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AI와 연합한 인간들마저 우리의 경쟁자가 되었다.

그 대응은 AI 생성물을 모두 시장에서 배제하거나, AI에게 생성물에 대한 권리나 혜택을 부여하거나, AI를 활용한 인간에게 생성물에 대한 권리나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첫째는 이미 불가능한 일이 되었고, 둘째는 AI와의 공존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택해야 하는 선택지는 AI를 활용한 인간에게 생성물에 대한 권리나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뿐이다.

이미 시장은 AI를 활용한 인간에게 생성물에 대한 권리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AI 생성물이 거래에 제공되고 있고, AI 플랫폼은 플랫폼 규정을 통해 권리와 책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경쟁자들이 AI 생성물을 함부로 이용하는 것을 막는다. 콘텐츠 제작자라면 AI를 활용하는 창작 방법론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법 제도는 AI를 활용한 창작물에 대한 적절한 보호와 책임을 요구하도록 진화해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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