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을 꿈꾸는 K-애니메이션. 지금 K-애니메이션에 필요한 건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창의성과 다양성이 아닐까? 이에 대해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콘텐츠로 1천80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계향쓰(@GH.S)’의 의견을 들어본다.
©Unsplash, Alice Dietrich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 아래 조심스레 얘기하자면, K-애니메이션은 유독 키즈(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최근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는 <캐치! 티니핑>과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뽀롱뽀롱 뽀로로>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시장 가치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다양한 세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수적으로 적다. 하지만 최근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로 OTT 사업이 크게 성장하며 K-애니메이션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다만 애니메이션은 긴 제작 기간과 많은 인력이 있어야 질과 양을 갖춘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데, 현재 K-애니메이션산업에서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점이 있는 듯하다. 애니메이터 인력 풀도 작으며 IP 개발 단계에서 요구되는 투자 비용이 적지 않아 ‘인풋’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아웃풋’이 돌아오기 때문에 쉽게 진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국내 대중이 가지는 청소년 및 성인 애니메이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그 어려움 중 하나일 것이다.
<각질>은 칸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K-애니메이션에 창의성과 다양성이 필요함을 알렸다. ©씨앗
그럼에도 불구하고 K-애니메이션만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한국 콘텐츠 시장은 스토리텔링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에게 기획 의도와 스토리를 잘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많은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폭넓은 상상력과 다양한 소재를 애니메이션의 한 장르로 녹여낼 수 있다면 K-애니메이션의 거대한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K-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주요 타깃을 키즈에서 2030세대로 점차 넓혀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애니메이션 하면 어린이가 보는 매체라고 생각하는 인식을 개선하려면 다양한 세대를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양적으로 늘리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애니메이션 스타트업과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1인 창작자가 더 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작 인력 양성과 제작비 지원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 시장에 역동성을 불어넣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제작자 입장이 아닌 시청자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고, 자신이 느낀 감정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퀄리티가 높고 예술적인 애니메이션이라 해도 위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K-웹툰과 K-애니메이션의 시너지를 잘 보여준 <외모지상주의>. ©스튜디오미르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외모지상주의>를 흥미롭게 보았다. 우선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이 좋았다. 일본에서는 ‘라이트 노블(Light Novel)’이라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인기가 많은 1차 콘텐츠(라이트 노블)의 화제성에 힘입어 2차 콘텐츠(애니메이션)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선순환 구조는 일본 애니메이션산업을 지탱하는 큰 틀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기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애니메이션화는 K-애니메이션산업에 있어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국내 웹툰이 가진 긍정적 이미지가 국내 소비자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부정적 인식(애니메이션=오타쿠 문화)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로 국한되었던 K-애니메이션이 다양성을 갖출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도 흥미롭다.
K-애니메이션의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부와 대중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응원이 뒷받침된다면 K-드라마, K-웹툰, K-팝 등처럼 K-애니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다행히 자신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펼칠 창구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1인 미디어 창작자 또한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이에 더해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도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라 가상 세계에서 애니메이션 속을 직접 탐험하고 캐릭터를 만나 상호작용하는 애니메이션의 현실화도 기대하고 있다.
요즘 유튜브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세대인 글로벌 알파세대, Z세대는 ‘계향쓰’ 채널의 주 시청자이기도 하다. 해당 세대를 타깃으로 제작한 게임의 경우, 언어의 장벽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계향쓰 채널 영상 또한 언어 없이 애니메이션만 시청해도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 있고, 국경 없이 콘텐츠로 소통할 수 있어 해외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계향쓰도 늘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1시간 동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다른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지 않고 우리 영상을 꼭 봐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심 없는 주제의 영상임에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 그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크리에이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계향쓰 스튜디오도 내년의 계향쓰 캐릭터 IP 사업과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하고 시청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팀원들과 열심히 준비 중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K-애니메이션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와 주시는 것이 K-애니메이션에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계향쓰 유튜브 @G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