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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 Policy 2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 법률안 발의… 의의와 과제는

글. 송진(한국콘텐츠진흥원)

지난 9월, 국회에서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방송과 영화·비디오를 넘어 온라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을 주요 골자로 관련 산업의 진흥을 위한 기반 마련과 지원, 범정부적 추진체계, 자체등급분류 등 규제 완화, 이용자 보호 및 수용능력 증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콘텐츠 중심의 진흥 강조한 법률안

영화, 방송 등 전통 매체와 함께 성장해 온 영상콘텐츠산업은 최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OTT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기획, 제작, 유통, 이용 등 전반적인 가치사슬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영상콘텐츠의 형태, 공급, 소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가 등장하는 한편 관련된 비즈니스 전략도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산업정책 추진의 근거가 되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어 왔으나, 레거시 미디어 중심의 수직적 규제 체계와 거버넌스 틀을 새로운 영역으로 연장·전이시키는 형식으로는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이제 막 발의된 이 법률안이 통과되기까지는 법안 내용의 타당성, 적정성, 실효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이 선행될 것이나,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영상콘텐츠 생태계에 이 법안이 던지고 있는 화두 그 자체로 의미가 적지 않다. 그 화두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는 콘텐츠의 변화 양상을 반영한 수평적 차원의 정책 접근 방식이라는 점이다. 개정안은 변화된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추어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진흥법’으로 제명을 변경하여 진흥의 대상과 영역을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영상미디어콘텐츠’ 개념을 기존 방송영상콘텐츠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온라인영상콘텐츠를 포괄함으로써, 매체 기반으로 범주를 구획하는 것이 어려워진 방송 콘텐츠, 영화 콘텐츠, 웹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진흥시킬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방송법과 영비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기존 법체계와의 양립을 통해 해당 영역에 필요한 플랫폼 규제와 콘텐츠 진흥의 구획을 적절히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를 모색하고 있다.

둘째, 영상콘텐츠산업의 성장과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방법론이 무엇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콘텐츠 중심의 진흥’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영상미디어콘텐츠 사업자를 콘텐츠 기획-제작-배급-제공 가치사슬에 따라 정의하고 있다. 먼저, ‘콘텐츠 제공’ 분야를 포함함으로써, 다양한 진흥 정책과 기반 조성을 통해 콘텐츠 영역과 OTT 등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또한, 콘텐츠 산업이 고도화 될수록 ‘기획’의 중요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획업’에 대한 별도 규정은 콘텐츠 부문의 진흥 맥락에서 매우 주요한 시사점을 지닌다.

그간 방송법 등 미디어·플랫폼 중심의 법체계에서는 사실상 그 안에 담기는 콘텐츠 부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가령 지상파, 종합유선, 위성, 방송채널 등 매체 중심으로 사업자를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독립제작사는 사실상 방송 관련 사업자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내 사업자의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행정·재정 중심의 전방위적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OTT 등을 포함한 영상미디어콘텐츠사업자에 대해 기획·제작 지원,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 투자·금융 기반 구축, 지식재산권 보호, 국제협력 및 해외 진출 지원, 다중언어 재제작 지원, 해외 공동제작, 남북 교류협력 및 공적개발원조, 진흥시설, 실태조사,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 가용한 진흥 정책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셋째, 규제의 최소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담긴 규제 관련 주요 내용은 사업자간 부당 행위에 대한 금지와 표준계약서 보급을 주요한 골자로 하고 있는 공정한 유통 환경과 자체등급분류에 대한 것이다. 특히 온라인영상콘텐츠 제공업자에게 부여되는 자체등급분류제도는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그간 온라인 비디오물에 대해 적용되었던 영화 기준의 사전등급분류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은 이용자에게 대가를 받는 콘텐츠에 한정하며, 기존 방송물과 영화-비디오의 경우 기존의 규제를 유지하는 등 자율규제의 실효성 제고와 적용대상의 최소화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사업자 신고의무도 법인에 한하여 개인 창작자 등의 부담을 줄였으며, 기존 방송영상 독립제작사 등의 신고 의제를 통해 최대한 행정적 소요를 경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넷째, 콘텐츠 IP의 중요성에 대한 본격적 관심이다. 현재 환경 변화는 영상콘텐츠의 유통·소비 창구가 전통적인 텔레비전·극장 플랫폼에서 인터넷 플랫폼으로 단순히 옮겨감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의 콘텐츠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또 다른 맥락으로 변용되고, 장르를 넘어, 플랫폼을 넘어, 국경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환경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개정안은 ‘파생콘텐츠’라는 개념을 통해 방송영상, 온라인영상, 영화, 공연영상, 애니메이션, 게임, 디지털 만화 등 하나의 콘텐츠로부터 파생되거나 이를 재가공한 콘텐츠의 기획·제작 지원을 명시함으로써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을 오가는 콘텐츠 IP 확장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을 모색하고 있다.

다섯째, 이용자에 대한 관심이다. 지금까지 콘텐츠산업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이 향유 주체로서의 이용자에 대한 보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이 고도화되면 이용 사각지대 해소와 문화적 영역에서의 보편적인 수혜가 주요한 과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이용자 보호와 접근권 강화, 수용능력 증진을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 진흥의 주요한 축으로 제시하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콘텐츠산업 정책이 콘텐츠 창작자와 콘텐츠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이용자, 또한 이를 만나게 하는 플랫폼을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뉴노멀 시대, 영상콘텐츠산업이 가야할 길

코로나19 이후 OTT 뿐 아니라 기존 레거시 방송 시청 시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영상콘텐츠는 이용 측면에 있어 비대면 시대의 핵심 콘텐츠가 될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비대면 상황에 맞는 새로운 포맷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시도가 이루어졌던 점도 의미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기 위축에 따른 광고나 투자 재원 확보의 어려움, 집단 제작을 기반으로 하는 제작 현장의 어려움 등 경쟁력 있는 신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기반을 보다 강화해야 할 과제도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는 콘텐츠 분야에 대한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이 관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주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비대면 시대의 도래가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전환 국면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정비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미래 방송영상산업의 발전에 적합한 정책적 패러다임이 무엇인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용자의 이익은 어떻게 담보해야 하는가.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질 좋은 영상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창의력 있고 재능 있는 기획·제작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활력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 정책의 ‘뉴노멀’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관계부처와 산업 참여자들이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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