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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3

스트리밍으로 인한 미디어 생태계의 수렴과 분화

글. 노창희(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

넷플릭스의 2020년 2/4분기 가입자는 1억 9,200만 명을 넘어섰다(Netflix, 2020). 어쩌면 우리는 2020년에 2억 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SVOD 플랫폼의 등장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비대면 상황에 적응해야 필요를 높이면서 전체적으로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있고, 콘텐츠 소비에 있어서는 스트리밍 환경을 보편화시키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기존 사업들이 스트리밍 환경에 대응해 나가는 방식을 간략히 살펴보고 이를 스트리밍 환경으로의 ‘수렴’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양상을 ‘분화’라는 시각에서 짚어볼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과 스트리밍의 가속화

2019년 11월 미디어 산업의 두 거인이 본격적으로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이 애플TV를, 디즈니가 디즈니+를 론칭한 것이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2020년이 스트리밍 전쟁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넷플릭스가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부터 매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전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판이하게 달라졌다. 2020년은 스트리밍 전쟁이라기보다는 방송에서 스트리밍으로, 동영상 환경의 주도권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스트리밍(Streaming)이라는 용어는 기술적으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방식’을 의미하는 용어였다. 이용자들에게 최적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스트리밍은 이용자 중심 환경을 상징하는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스트리밍이라는 용어는 이용자가 필요로 할 때 원하는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메타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노창희, 2020).

기존의 방송통신 산업이 제도가 규정해 놓은 정해진 범주에서 경쟁하는 영역이었다면 스트리밍 환경은 정해진 범주 자체가 없다. 누구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필연적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사업자들은 1차적으로 이용자의 관심을 두고 경쟁한다(Webster, 2014/2016). 관심을 둘러싼 경쟁에서 사업자들이 가져 갈 수 있는 것은 광고다. 광고는 한정된 자원이고 경제 상황에 따라 유동성이 크다. 사업자들은 관심을 넘어 이용자가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돈을 주고 구독해 주기를 원한다(Tzuo & Weisert, 2018/2019).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선택함에 있어 돈, 시간, 노력이라는 화폐를 지불해야 하는 이용자의 간택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Teixeira, 2019/2019).

가정에서 TV단말기로 동영상을 주로 시청하던 이용자들이 스트리밍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기존 사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의미하는 OTT(Over the top)라는 용어는 TV 단말기나 유료방송을 이용할 때 필요한 셋톱박스를 통하지 않고 동영상을 이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OTT의 등장과 확산은 기존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는 변화를 촉구할 수밖에 없다. 기존 사업자들도 인터넷 영역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업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미국에서는 유료방송을 이용하던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해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유료방송 가입자가 줄지 않았지만 스트리밍 이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존의 방송통신 사업자들이 스트리밍으로 인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스트리밍으로의 수렴과 새로운 형식 실험

국내에서는 유료 가입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구독형 주문형 비디오영역에서 넷플릭스가,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AVODAd-supported Video On Demand, 광고형 주문형 비디오영역에서는 유튜브가 스트리밍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레거시 사업자들은 2019년을 전후로 해서 기존에 제공하던 OTT 서비스들을 재정비하고 있다. 지상파 3사와 SKT가 공동 투자하여 2019년 9월에 론칭한 웨이브(wavve)는 2023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지상파 방영 전에 웨이브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미리 공개하는 등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김동현, 2020. 9. 17). CJ ENM과 JTBC의 티빙(TVing)은 2020년 8월로 예정되어 있던 분사가 10월로 연기되면서 합작법인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티빙은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KT도 2019년 12월에 올레TV 모바일을 시즌(Seezn)으로 리브랜딩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까지 기존 사업자들의 대응은 국내 방송시장을 주도해 왔던 지상파, 유료방송 콘텐츠/플랫폼 사업자들이 OTT 플랫폼을 합작해서 다시 론칭하거나 리브랜딩 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SVOD 모델을 선택한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처럼 이용료만 받는 것이 아니라 유료 가입 모델과 광고를 혼용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선택해서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고 있다. 콘텐츠 특성과 UI/UX 등의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수렴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방송사는 콘텐츠로, 플랫폼 사업자는 기존 가입자를 지렛대로 하여 OTT 시장에 진출해 스트리밍 영역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에는 각 사업자들의 행위가 보다 두드러지게 분화될 전망이다. 9월에 리뉴얼한 카카오TV는 기존의 방송통신 사업자들이 취해왔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 실험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TV는 다른 기존 사업자들과는 달리 숏폼 콘텐츠 위주로 플랫폼을 재편했다. 카카오TV는 2015년 6월 다음TV팟과 통합하면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년 9월 리뉴얼한 카카오TV는 기존 방송사의 콘텐츠 위주로 서비스하던 것에서 탈피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TV는 2020년에 6개의 드라마, 예능 19개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여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전상현, 2020. 9. 3).

카카오TV는 리뉴얼하여 론칭한 지 2주가 채 안된 9월 13일 기준으로 조회수 2,600만 건을 넘어서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김인구, 2020. 9. 16). 이효리가 출연하는 〈페이스아이디〉는 누적 조회 수 700만뷰를 2주 만에 돌파해서 방영 횟수를 3회에서 7회로 연장한다고 밝혔다(이정현, 2020. 9. 15). 카카오TV는 넷플릭스와 같은 SVOD와 다른 서비스임은 물론이고, 유튜브 모델과도 아직까지는 거리가 있다. 유튜브가 이용자 참여 콘텐츠 위주로 제공되는 반면, 카카오TV는 2분에서 20분 가량의 숏폼, 미드폼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면 비율도 기존의 가로가 아닌 세로 비율을 적용하여 모바일을 통한 소비에 최적화하기 위한 형식 실험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TV의 이와 같은 시도는 오리지널 숏폼 콘텐츠가 가진 경쟁력과 모바일에 특화된 동영상 형식이 이용자에게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숏폼 형식의 콘텐츠가 모바일 환경을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드림웍스 CEO 출신 제프리 캐천버그가 만든 퀴비(Quivi)는 론칭을 준비하던 2019년부터 큰 주목을 받아 왔다. 퀴비는 숏폼 콘텐츠를 주로 서비스 하는 플랫폼으로 새로운 형식의 숏폼 콘텐츠를 통해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두었다. 2020년 4월 론칭한 퀴비는 무료 이용기간이 끝난 가입자의 90% 이상이 이탈하는 등 예상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Statt, 2020. 7. 8). 미디어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CNN의 프랭크 팔로타는 퀴비의 성과를 두고 ‘거친 시작(Rough start)’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퀴비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Pallotta, 2020. 5. 12).

퀴비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모바일 특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노창희, 2020. 5. 20). 하지만 퀴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숏폼의 경쟁력이 아직 완전히 검증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10월 유료화 계획(윤지혜, 2020. 8. 18)을 가지고 있는 카카오TV의 행보도 시간을 두고 지켜 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대한 ‘맥락적 상상력’

카카오TV 리뉴얼로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OTT 서비스에 뛰어들자 네이버가 어떻게 대응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는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춘 스타들이 라이브로 출연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V LIVE(브이라이브)를 통해 성과를 거둔 바 있고, 네이버 NOW.(네이버 나우)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웹툰 IP를 기반으로 OTT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OTT 중심으로 미디어 산업이 재편됨에 따라 관련 부처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스트리밍 환경에 대응하면서 국내외 사업자들의 경쟁과 협력의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존 사업자들이 내놓은 스트리밍 서비스 형태는 향후에 어떻게 바뀌어 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넷플릭스, 왓챠 같이 월정액 구독 형태의 SVOD 서비스로 형태를 바꿀지 광고를 계속 유지할지도 지켜보아야 한다. 또한, 아직까지는 OTT 플랫폼 전용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인데 어떠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수급해 나갈 것인지도 관건이다.

카카오TV가 과연 유료화를 통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도 큰 관심의 대상이다. 넷플릭스가 처음 국내에 진출했을 때 유료 월정액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영향력을 계속 높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TV가 유료화에 성공한다면 지금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형태의 경쟁 양상이 나타나면서 다양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림 1] BM과 주제공 콘텐츠 형태로 분류한 스트리밍 서비스 구분

위에 제시한 그림은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구독과 광고 여부, 주제공 콘텐츠를 롱폼과 숏폼으로 나눠 기존 사업자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그려본 것이다. 불충분한 그림이고 완벽하기도 어려운 그림이다. 빠져 있는 사업자도 많다. 다른 4분면으로 이동하게 될 사업자도 나타날 것이다. 스트리밍 환경의 특성 중 하나는 유연함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맥락적 상상력이다(노창희, 2020. 8. 10). 스트리밍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고 이미 이용자들은 그 흐름을 충분히 향유하고 있다. 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맞춰 국내 사업자들이 좀 더 다양한 실험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위에 있는 4분면을 빼곡히 채우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김동현, 〈출범 1년 ‘웨이브’, 국내 OTT 플랫폼 존재감↑〉, 뉴스토마토, 2020. 9. 17. 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996642

김인구, 〈신선·파격 콘텐츠 ‘카카오TV’… 초반 돌풍 이어갈까〉, 문화일보 2020. 9. 16.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91601031739179001

노창희, 〈스트리밍과 미디어 생태계의 지형변화〉, 2020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상반기 학술대회 발제문

노창희,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디지털 대전환.. 미디어의 선택은?〉, 아주경제, 2020. 5. 20. https://www.ajunews.com/view/20200520105033298

노창희, 〈스트리밍 이해 위한 맥락적 상상력〉, 아이뉴스24, 2020. 8. 10. http://www.inews24.com/view/1289191

이정현, 〈이효리의 ‘페이스아이디’ 700만 돌파에 7회로 연장〉, 연합뉴스, 2020. 9. 15. https://www.yna.co.kr/view/AKR20200915112100005?section=news

윤지혜, 〈카카오, OTT ‘참전’…新‘카카오TV’ 9월 출시-10월 유료화〉, 아이뉴스24, 2020. 8. 18. http://www.inews24.com/view/1291589

전상현, 〈개편된 ‘카카오TV’ 써보니…오리지널 숏폼 콘텐츠로 ‘중무장’〉, 뉴데일리경제, 2020. 9. 3. http://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0/09/03/2020090300007.html

홍석경, 〈넷플릭스가 구현하는 ‘한드’의 새로운 지평〉, 서울경제, 2020. 8. 6.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806030004

Netflix, 〈Final-Q2-20-shareholder-letter〉, 2020.

Pallotta, F., 〈Quibi, Netflix’s weirdest rival, is off to a rough start〉, CNN Business, 2020. 5. 12. https://edition.cnn.com/2020/05/12/media/quibi-coronavirus/index.html

Statt, N., 〈Quibi reportedly lost 90 percent of early users after their free trials expired〉, The Verge, 2020. 7. 8. https://www.theverge.com/2020/7/8/21318060/quibi-subscriber-count-free-trial-paying-users-conversion-rate

Teixeira, T. S., 『Unlocking the customer value chain: How decoupling drives consumer disruption』, 2019. (김인수 역 『디커플링: 넷플릭스, 아마존, 에어비엔비…한순간에 시장을 점령한 신흥 기업들의 파괴 전략』, 2019, 인플루엔셜)

Webster, J. G., 『How audiences take shape in a digital age』, 2014. (백영민 역 『관심의 시장: 디지털 시대 수용자의 관심은 어떻게 형성되나』, 2016,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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