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제작의 새로운 길, 게임 엔진
글. 박준균(KBS 제작기술센터 특수영상감독)
철의 제국 가야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고대 철기군의 전투 장면 재연과 가야 왕궁을 표현하기 위해 게임 엔진을 사용했다. 등장하는 철기병과 전차들은 Maya(3D 그래픽 툴)에서 작업해 실시간 게임 엔진에 가지고 들어와 배치한 후 시퀀스 기능을 이용해 원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처음 사용하는 실시간 게임 엔진이라 병사들이나 말들의 애니메이션 없이 디오라마(축소 모형을 설치해 역사적 사건이나 자연 풍경, 도시 경관 등 특정한 장면을 만들거나 배치하는 것) 표현으로 카메라 무빙으로만 움직임을 주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실시간 게임 엔진 작업 모습
실제 방송 화면
자료를 토대로 실시간 게임 엔진으로 실현한 가야 왕궁(제작은 외주업체에 의뢰)
6.25전쟁 기획으로 당시 백마고지에서 발견된 전사자의 편지를 통해 남과 북의 마음의 분단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제작진과 회의 후 백마고지 전투 신을 게임 엔진으로 구성해보기로 결정했다. 군인들은 3D스캔을 통해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군, 북한군, 중공군 3D데이터를 얻기 위해 의상, 소품, 분장 등을 준비하여 2,400만 화소의 멀티 카메라 80여 대를 사용, 순간 캡쳐하여 최적화 과정을 거쳐 실시간 게임 엔진 환경에서 백마고지 전투 신을 구현했다.
3D 스캔 촬영장면
고용량의 스캔 데이터를 최적화해 실시간 게임 엔진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많은 수의 병사들을 구현했다. 비용 때문에 많은 수의 인물 스캔을 할 수 없어 각국의 군인들을 5명씩 스캔한 후 팀원들의 얼굴만 따로 스캔해 인물 수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백마고지지형은 고지전이라는 특이점에 맞는 환경 에셋을 구입하여 나무나 바위 등을 첨가하거나 랜드스케이프를 변형하여 고지 느낌의 환경 레벨을 만들었다.
백마고지 전투 신
먼지, 연기, 폭발 효과 등은 파티클 에셋을 구입해 필요한 곳에 배치해 효과를 주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각종 무기, 군장류 또한 에셋을 구입하여 적용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제작된 각종 인물 스캔 데이터와 소품 데이터들이 나중에 전쟁 관련 프로그램 제작에도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시민의 탄생〉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폭압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운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근대 시민 출현의 연원을 따라 시민혁명의 발자취를 찾는 프로그램으로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조선 백성의 독립 선언 현장을 재현하기 위해 실제와 같은 가상 세트를 제작하고 3D 모델링 캐릭터들을 실사와 가깝게 합성하여 큰 스케일로 보여주었다.
나라별 3D 인물스캔 - 국내
당시 입었던 의상을 고증에 따라 재연해 보다 사실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려 했고 프랑스 바스티유 감옥, 러시아 얼음궁전, 파고다공원 등의 데이터는 에셋 구입을 통해 극중 내용에 맞게 구성하였다.
게임 엔진 에셋을 이용한 다양한 야외 공간(러시아 얼음궁전, 프랑스 바스티유 감옥)
생명의 기원을 추적해보는 과학다큐멘터리로, 우주관련 에셋들(행성, 은하수, 우주선 등)을 구입 후 우주 레벨과 우주선 내부를 제작하고 버츄얼 스튜디오에서 크로마키 촬영으로 인물과 실시간 게임 엔진 환경을 합성해 제작했다. 프리비주얼 작업을 통해 나레이터의 동선을 사전에 확인하면서 작업에 임했다. 스튜디오에서는 VIZRT와 언리얼 플러그인을 사용하여 스튜디오 카메라와 실시간 게임 엔진세트를 연동시켜 녹화했다.
버츄얼 스튜디오 크로마키 촬영 모습과 실제 방송된 우주선 내부 신
우주선 내부 신은 스튜디오 녹화로 완성했고, 우주선이 비행하는 장면은 실시간 게임 엔진시퀀서로 따로 제작하여 편집에 쓰기도 했다. 우주의 성운이나 행성들을 기존처럼 Maya나 3dmax로 작업했다면 많은 제작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목사이자 독립운동가인 손정도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실시간 게임 엔진을 이용해 20여 개의 다른 세트를 제작했다. 픽스토프(Pixotope, 언리얼 엔진 기반 AR 솔루션)를 처음 사용하여 스튜디오 녹화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고비용 특수영상 신(야외 전경 신, 군중 신, 일제 강점기 세트 신, 재현 신 등)을 실시간 게임 엔진세트로 제작하고, 연출, 카메라 파트와의 버츄얼 슈팅(Virtual Scouting)으로 촬영 전후를 즉각적으로 확인하며 제작한 최초의 방송 사례다. 실시간 라이팅, 쉐도우의 변화도 데이터양이나 카메라의 움직임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렌더링을 진행했다. 이는 방송에 최적화된 솔루션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즉각 대처가 가능한 영상 제작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스튜디오 크로마키 촬영 장면
완성 장면
실시간 게임 엔진에셋을 이용해 제작한 세트들
전장의 소용돌이 속에 펼쳐진 미국과 중국 그리고 남북한의 정책 결정 과정을 살펴보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다. 총 제작 기간은 기획 단계까지 7개월이 소요되었고 장진호전투, 군우리전투, 지평리전투, 대동강철교 철수 신 등 3부작에서 표현해야 할 전투 신을 실시간 게임 엔진으로 구현하기로 했다. 그동안 제작하면서 쌓아온 전쟁 관련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추가로 만들었다. 겨울 전투 신이라 얼굴에 눈이 쌓인 모습 등 디테일한 텍스처를 얻기 위해 특수 분장을 이용해 3D스캔을 진행했다.
3D스캔 작업으로 구현한 텍스처 디테일
그동안 제작된 프로그램에서는 캐릭터 움직임을 거의 쓰지 않았으나 〈미중전쟁〉에서는 등장하는 캐릭터에 움직임을 주기로 했다. 언리얼 블루프린트 프로그래머가 제작에 참여하여 총알, 화염 파티클이나 캐릭터들이 뛰어가는 등의 움직임을 블루프린트화 해서 신에 적용했다.
또한 군우리전투에서는 탱크 신이 등장한다. 탱크가 움직일 때 실시간 게임 엔진 레벨에서 오브젝트들(돌, 나무 등)이 나오면 전차궤도가 밟고 지나가는 효과가 있어야 자연스러운데, 언리얼 마켓에서는 극중에 나오는 Vehicles Movement가 적용된 탱크가 없어서 마켓에서 Vehicles Movement 에셋을 구입한 후 원하는 탱크(M46,SHERMANTANK)에 적용하기 위해 다시 블루프린트로 만들었는데, 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M-46 탱크 모델링
실제 방송 장면
이 프로그램에서는 Virtual camera(Vcam) 캡쳐를 처음 활용해보았다. 일종의 VR 게임기인 ‘VIVE’라는 장비를 사용해 트래커(사람의 동작을 인식하여 위치정보를 실시간 게임 엔진으로 보내는 장치)를 카메라에 달고 센서를 통해 실시간 게임 엔진상의 가상카메라에 보낸다. 그러면 실시간 게임 엔진상의 카메라와 게임 엔진 상의 환경이 똑같이 움직이게 된다.
이렇게 촬영하면 실제 카메라감독이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찍는 느낌의 다이내믹한 앵글을 연출할 수 있다. 렌더링 방식이 아니라 실제 카메라에 보이는 화면을 실시간 캡쳐하는 방식이라 효율적이기도 하다.
트래커
VIVE캠 촬영 모습
미디어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방송제작 환경 또한 변화하고 있다. 제작비의 상승은 지상파의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예전같이 많은 제작비를 들여 콘텐츠를 만들기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실시간 게임 엔진의 제작 방식은 실사와 같은 그래픽 구현과 실시간 렌더라는 장점으로 제작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게임 엔진을 활용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