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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3

SPECIAL ISSUE 3

유튜브에서 추억을 ‘크큭’대고 ‘깔깔’대다

‘KBS COMEDY : 크큭티비’, ‘KBS 예능 : 깔깔티비’ 김영민 PM 인터뷰

글. 오정수 (편집부) / 사진. 김성재 (싸우나스튜디오)

2019년의 트렌드라 하면 ‘뉴트로(New-tro)’라 할 수 있다. 옛 감성이 담긴 문화공간들이 대세로 떠오르는 가운데 유튜브에도 뉴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이전에 방영된 프로그램을 유튜브 매체의 특성에 맞게 재가공해 업로드한다. 다양한 플랫폼이 있지만 각 방송사들이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왜 방송사는 과거 콘텐츠를 소환하게 된 걸까? ‘KBS COMEDY : 크큭티비’, ‘KBS 예능 : 깔깔티비’ 김영민 PM을 통해 알아보자.

KBS 콘텐츠 아카이브를 심폐소생술하다

최근 방송사에 과거에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에 맞게 업로드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방대한 아카이브를 가진 KBS는 디지털미디어국에서 작년부터 이를 시작했다. 2018년 10월, 과거 코미디 프로그램만 따로 모아둔 ‘KBS COMEDY : 크큭티비’(이하 크큭티비)가 개국했고, 벌써 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크큭티비가 처음 생겼을 때 사람들은 영상을 보며 추억에 잠겼습니다. 코미디 프로그램 외에도 더 많은 레트로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요.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예능 콘텐츠’를 기대했습니다. 시청자의 바람대로 2019년 5월, ‘KBS 예능 : 깔깔티비’(이하 깔깔티비)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유튜브를 적극 활용한 두 채널

크큭티비는 코미디 채널이라는 특성에 맞게 <개그콘서트>, <웃음충전소>, <유머1번지>, <쇼 비디오자키> 등을 선보이고 있다. 깔깔티비는 <공포의 쿵쿵따>, <위험한 초대>, <쟁반노래방>, <이소라의 프로포즈>, <올드 미스 다이어리> 등 예능 프로그램 위주로 업로드가 이뤄지고 있다. 옛 프로그램 자체만으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감회를 더 새롭게 하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제목 옆에 ‘방영 날짜’를 명시하는 것이다.

“방영 날짜는 정보를 전달하면서 방송될 당시 시청자 본인들의 기억을 소환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 방송 전날 병원에 입원했다’, ‘수능 전날이어서 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등 추억을 되새기는 또 하나의 매개체가 되는 것입니다.”

크큭티비와 깔깔티비는 타 지상파 유튜브 채널들과 달리 ‘편성표’가 존재한다. 다양한 시간대별로 KBS 콘텐츠를 리패키징하여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이다. 스트리밍이 시작되기 전에는 유튜브의 ‘최초 공개’ 기능을 통해 예고 알림을 구독자에게 보낸다.

“크큭티비에서는 아침 7시 <굿모닝 크큭 : 어서 와, 이런 아침은 처음이지?>라는 제목으로 개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혼밥을 책임져줄 <혼밥의 달인>은 낮 11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달인’을 몰아볼 수 있지요. 지친 퇴근길인 저녁 6시~7시 30분에 <파 프롬 홈; 집으로 가는 길에 크큭>에서 여러 코미디 콘텐츠를 스트리밍합니다.”

깔깔티비도 편성표대로 움직인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깔깔티비는 15분 간격으로 <공포의 쿵쿵따>와 <상상플러스>, <쟁반노래방> 혹은 <책가방 토크>, <위험한 초대>에서 <청춘불패 시즌1>까지. 출근길에서 누리는 45분간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깔깔티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올드 미스 다이어리>는 주중 드라마 프라임 타임인 밤 10시를 책임지고, 주말 오후 10시에는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정주행할 수 있는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유튜브 기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크큭티비와 깔깔티비. 콘텐츠를 업로드할 때 KBS 디지털미디어국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은 무엇일까?

“섬네일은 유튜브 내에서 ‘예고’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해당 클립이 가진 내용을 시청자들이 궁금해하고 꼭 보고 싶게끔 제작합니다. 해당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연예인 이미지를 사용할 때는 요즘의 트렌드에 맞게 화질과 이미지를 보정을 하기도 합니다.”

방송계에 ‘뉴트로 열풍’이 분 이유는?

옛날 프로그램을 ‘아재’들만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크큭티비와 깔깔티비는 10~50대 구독자 층이 고루 분포하고 있고, 그중 20~30대가 주 구독자 층이라고 할 수 있다.

  • 김영민 PM 사진

“과거 프로그램들을 잘 모르는 10대들은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마 연예인들의 과거가 재밌어서가 아닐까요? 깔깔티비의 주요 출연자들을 살펴보면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효리 등 지금까지도 활동 중인 연예인입니다. 2000년대 초반의 유재석의 개그를 보면 지금과 사뭇 다른데, 그 시절만의 몸개그와 특유에 감성이 묻어납니다. ‘어? 내가 알던 유재석이 아닌데?’, ‘유재석은 이때도 재밌었네’와 같은 느낌을 받아 색다른 재미를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전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깔깔티비, 크큭티비. 두 채널을 비롯해 타 방송사들의 레트로 콘텐츠가 사랑받게 된 것은 불과 2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이러한 현상이 급격히 나타나게 된 이유를 김영민 PM을 통해 들어보았다.

“방송사가 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과거 콘텐츠를 즐겨보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사도 이러한 흐름을 읽고 더 많은 레트로 콘텐츠를 모아 정리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세간에 이목을 더 집중시킨 것이 아닐까요?”

맨땅의 헤딩으로 시작해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되는 것

KBS는 오직 레트로 콘텐츠를 위한 채널을 만들었다는 데 차별점이 있다. 나아가 프로그램 장르별로 채널을 나눴다.

“KBS entertainment 채널에 레트로 콘텐츠를 업로드 한다면 지금보다 채널 운영이 더 쉬웠을 것입니다. 그 채널은 구독자가 무려 317만 명이기 때문에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겠지요. 하지만 기존 채널에 편승했다면 레트로 콘텐츠를 사랑해주시는 연령대, 성별, 선호 시간 등 나중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는 ‘데이터’는 모으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희도 이제 막 걸음마를 뗐습니다.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서 하나씩 데이터를 쌓아가는 중입니다.”

김영민 PM은 한 명 한 명 어렵게 얻은 구독자와이 소통을 소중하고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구독자의 댓글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쌍방형 플랫폼’ 유튜브이기 때문에 더 가능하지 않았을까?

“일전에 <올드 미스 다이어리> 25화 업로드 과정 중 오류로 인해 영상이 끊긴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질타를 받을까 굉장히 걱정했었는데 ‘업로딩만으로도 감사하다, 괜찮습니다. 대신 하루에 두 편씩, 일주일 내내 해주시면 안 되나요?’ 등의 댓글을 남겨주셨지요. 또 댓글에 특정 프로그램을 올려달라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구독자와 함께 채널을 꾸려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크큭티비와 깔깔티비는 KBS 아카이브를 활용하기 때문에 언젠가 콘텐츠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 KBS 디지털미디어국에서 생각하고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 부분은 채널의 생존과 연결된 문제라서 개국 때부터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저희 크큭티비와 깔깔티비가 ‘콘텐츠 라이브러리’와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도서관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고 언제나 꺼내볼 수 있습니다. 신간이 나오면 하나 둘씩 채우고요. KBS의 도서관 같은 그런 채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8월호 Special Issue는 ‘예능계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크큭티비와 깔깔티비가 가진 의의는 무엇일까?

“현재 예능에 대한 피로의 해소창구 아닐까요?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내용은 어딘가를 찾아가고, 숙박하고, 음식을 먹고, 자는 등의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MBC의 <무한도전>이나 깔깔티비에 올리는 예능들을 보면 지금 봐도 임팩트가 강해서 오히려 요즘 프로그램들이 시시해 보이기도 합니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이 바뀌어야 할 때라는 것을 알려주는 ‘힌트’ 같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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