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어요”
- VLOG 크리에이터 킴변 인터뷰
글. 오정수 (편집부) / 사진. 김성재 (싸우나스튜디오)
“의사의 체통을 지켜야지”, “변호사는 이성적이지 않아?” 우리는 이처럼 사회가 정해준 이미지를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이 때문에 유튜브가 나 자신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변호사 VLOG1)’로 많은 사랑을 받는 유튜버 ‘킴변’도 다양한 나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변호사 김지수 씨는 유튜버 ‘킴변’으로 활동 중이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막 5개월에 접어든 새내기 크리에이터로, 짧은 시간만에 약 12만 명(6월 3일 기준)의 구독자를 보유한 ‘괴물 신인’이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VLOG를 시작했어요. 일하는 모습과 그 외 이야기를 담아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했습니다. 취미로 삼은 것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지 몰랐지요. 이제는 구독자 분들이 저를 먼저 알아보시고 인사를 건네주세요.”
킴변은 ‘변호사 VLOG’라는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분주하게 읽는 모습을 통해 직업정신이 투철한 변호사의 일상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업무를 하면서 삶은 달걀을 까먹는 친숙한 모습을 더했다. 고정관념 속 변호사의 이미지와는 반전되는 매력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구독자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이 콘텐츠는 어느덧 200만 조회 수를 바라보고 있다.
“변호사는 대체로 중년의 남성에 이성적이고 다소 차갑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젊은 여성에 다소 발랄한 모습을 가진 새로운 변호사의 이미지가 신선하게 와닿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으셨어요. 그런 친근한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요?”
‘변호사의 일상’이라는 콘텐츠는 흔히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킴변의 시청자들은 변호사의 일상도 좋아했지만, 오히려 누구나 공감되는 일상적인 모습에 더 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시청자들은 제가 퇴근 후 야식으로 짜장라면을 끓여 먹거나,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간식을 먹고, 혼자서 코인 노래방을 가는 등의 모습을 굉장히 좋아해 주셨어요.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만한 모습에 공감해주시고 그래서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변호사로서의 모습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 김지수를 보여주는 것이 킴변의 매력이다. 킴변의 한 구독자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다하고 사는 것 같다’고 멘트를 남겼다고 한다.
“저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제가 꿈꾸던 수많은 꿈 가운데 변호사를 직업으로 택한 이유 중의 하나도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어서였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영상촬영·제작도 ‘주체적인 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콘텐츠에 담을 계획입니다.”
킴변은 변호사와 크리에이터의 삶을 살고 있다. 두 직업의 중심 잡기는 어렵지 않은지 물었다.
“물론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일상을 찍기 때문에 크게 힘든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가 되기 때문에,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킴변을 통해 우리는 변호사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사무실에서 의뢰인의 사건 자료를 보고, 재판을 위해 법정에 가는 모습을 찍는다. 실제 재판을 하거나, 의뢰인과 상담을 하는 등 더 자세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는 없는 걸까?
“법정 내에서는 허가 없는 녹음·녹화를 할 수 없어서 100% 변호사의 일상을 보여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주어진 범위 내에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의뢰인의 인적사항이나 사건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여러 차례 확인합니다.”
킴변은 콘텐츠 제작 시, 개성을 표현할 때 사회적인 이미지와의 적절한 조율을 잊지 않는다.
“저는 영상 편집할 때 의식의 흐름대로 자막을 쓰는 편인데, 소위 이런 ‘드립’에 나타나는 B급 감성·유머 코드가 재밌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이런 모습이 사석에서는 유쾌하고 재밌는 점도 있지만, 그동안 먼저 법조인의 길을 걸으셨던 선배님들이 쌓아온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변호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적절한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업적인 이미지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다양한 직업군의 VLOG 콘텐츠가 증가하고 인기를 얻고 있다. 킴변에게 VLOG 크리에이터로서 이러한 현상과 인기 요인을 파헤쳐보았다.
“제 경험에 비춰보았을 때 다양한 직업군의 VLOG 크리에이터가 증가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주어진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나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 일 것 같습니다. 최근 매우 다양한 VLOG를 볼 수 있는데요, 연예인이나 아나운서, 의사, 회계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VLOG를 제작합니다. 유튜브가 사회적으로 강요받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어서 아닐까요? 이러한 VLOG의 인기 요인은 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고 그 안에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찾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같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크리에이터를 통해 직업 현장을 보는 기회가 생기고, 10대들에게 최고의 진로 멘토가 되고 지침을 삼을 수 있다. 킴변 또한 긍정적인 영향에 동의했지만, 그녀가 우려하고 있는 점도 있었다.
“제 유튜브 구독자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10대 또는 20대 초반이 많습니다. 이들이 댓글을 남기길 킴변 님의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멘트를 남겼습니다. 좋은 영향을 준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자칫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는 ‘획일화’를 만들까 우려스럽습니다. 단순히 멋있어 보여서 어떠한 직업을 선택하겠다는 생각보다,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찬찬히 생각하고 자신의 진로를 주체적으로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영상을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도 바로 이런 것이지요.”
자신의 주체적인 모습을 영상 콘텐츠에 담고 싶다는 킴변. 앞으로 킴변으로서 보여줄 그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VLOG 외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습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정해진 답이 있다는 생각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면 잘못된 것이라며 스스로를 평준화하고 억압하도록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킴변 채널을 통해, 잘못된 고정관념은 깨고 자신의 삶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용기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