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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MIRROR BANDERSNATCH NETFKIX

SPECIAL
ISSUE 1

SPECIAL ISSUE 1

플랫폼이 주도하는 콘텐츠의 미래,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비디오

글. 김조한 (곰앤컴퍼니 아잇사업팀 이사)

넷플릭스가 경쟁자들에게 또 하나의 숙제를 주었다. 바로 인터랙티브 비디오다.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크게 업그레이드 된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발표 이후, 올 4월 선보인 <당신과 자연의 대결>까지.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넷플릭스의 계속되는 실험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2018년 12월 28일 넷플릭스는 어쩌면 향후 미디어 플랫폼 시장에 큰 이정표를 남길지도 모를 콘텐츠를 발표한다. 바로 넷플릭스의 대표 오리지널 시리즈이자 얼마 전, 다섯 번째 시즌이 공개된 <블랙 미러>의 외전 격인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Black Mirror: Bandersnatch>)가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영화와 달랐다. 시청자가 스토리를 결정할 수 있으며, 그 결말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이렇듯 린백에서 린포워드1)로의 변화가 가능해 주요 결말 5개를 포함, 총 13개의 결말이 준비돼 있었다.

  • 영화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시청자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두 가지 중에 고르면 된다.

    출처 : www.netflix.com
  • 레딧에 공개된 <밴더스내치>의 인터렉티브 시나리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내용과 결말이 달라진다.

    출처 : www.theverge.com

사실 인터랙티브 비디오는 새로운 개념이 아닌, 벌써 나온 지 36년이나 지난 개념이다. 비디오보다 먼저 나온 것이 인터렉티브 콘텐츠다.2) 전 세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인터렉티브 비디오는 1983년작 <용의 굴(Dragon's Lair)>(이하 <용의 굴>) 로, 오락실에서 공개된 아케이드 콘텐츠다.

이 15분 남짓한 애니메이션에서 게임 이용자는 4방향 조이스틱으로 주인공이 각 상황에 맞게 대처하도록 조작해야 한다. 어떤 장면에서 움직여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불친절한 게임이지만, 1983년에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36년 동안 왜 더 이상 발전이 없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레이저 디스크(LD)에 기록된 영화를 상황에 맞게 재생해주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용의 굴> 디자이너는 디즈니 애니메이터 출신 돈 브루스(Don Bluth)로, 이 작품 이후 게임 디자이너로 큰 명성을 날린다. 이렇게 35년 전 디즈니 출신 애니메이터는 <용의 굴> 을 게임이 중심인 오락실에 출시했고, 그로부터 35년 후 넷플릭스는 <블랙 미러 : 밴더스내치>를 동영상 중심 플랫폼에서 공개했다.

넷플릭스의 인터렉티브 비디오 실험

사실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비디오는 <밴더스내치>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당신과 자연의 대결>이라는 베어 그릴스(Bear Grylls)의 콘텐츠가 공개되었다. 하지만,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밴더스내치>만 다른 로고를 가지고 있었다(최근에는 모두 밴더스내치 우측 상단 로고처럼 변경되었다). <당신과 자연의 대결>이나 최초의 넷플릭스 인터랙티브 비디오인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의 경우 <밴더스내치>와는 다른 방식이다. <밴더스내치>의 경우 시청자들이 선택한 누적된 결과로 결론이 난다면, <장화 신은 고양이>는 이전 선택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밴더스내치>는 넷플릭스에 있어서도 특별한 콘텐츠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는 그들이 모든 시청자들의 결정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했고, 관련 데이터가 처음 그들이 의도했던 결과와 달랐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슬레이드(David Slade)가 감독한 <밴더스내치>는 5시간 분량의 영상을 촬영했지만 찰리 브루커와 그의 팀이 만든 시청자 선택 추적 기술 덕분에, 각 시청자는 90 분~2시간 30 분까지 시청했다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또한 재미난 데이터도 공개했는데, 차를 좋아하는 영국 시청자들은 “차를 던져”라는 항목을 다른 나라보다 3% 낮게 선택했다고 한다. (52.9%3) vs 55.9%4))

인터랙티브 비디오, 넷플릭스의 실험 중의 하나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비디오가 넷플릭스가 계획하는 미래의 전부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플랫폼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IP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중 7월에 나올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기묘한 이야기 시즌3>가 그 중심에 있었다.

이번 6월 미국 LA에서 있었던 전 세계 3대 게임쇼 중에 하나인 E3 게임쇼에서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3>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출시했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물론 게임을 통한 매출 증대 목적보다는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오는 콘텐츠 홍보 성격이 강한 것임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플랫폼 안에서의 인터랙티브 비디오에 대한 고민에서 나아가 이를 게임으로 제작했다는 측면에서, 넷플릭스가 또다른 실험을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인터렉티브 비디오가 가지는 의미

<밴더스내치>는 넷플릭스의 첫 번째 콘텐츠 실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사업자는 고객에 대한 정보 수집이 점점 어려워진다. 고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얻는 것은 넷플릭스에게는 중요한 데이터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밴더스내치>를 통해 어떤 선택을 했는가는 넷플릭스와 나만 알고 있다. 이는 콘텐츠 추천이나 제작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콘텐츠를, 얼만큼 보았는지를 추측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답을 했는가로 조금더 세분화하여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플랫폼 사업자뿐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이전부터 기술 기업이었던 넷플릭스는 단순히 인터랙티브 비디오를 만든 것이 아니다. 인터렉티브 비디오를 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미래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넷플릭스는 올해 말부터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 디즈니, 워너 미디어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밴더스내치>라는 콘텐츠가 등장하자마자, 그들의 경쟁자들에겐 인터랙티브 비디오가 체크리스트에 추가되었다. 넷플릭스가 추천, 오리지널 이후 또 다른 프레임을 만들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넷플릭스는 인터랙티브 비디오를 만들어 경쟁자들과의 간격을 좀 더 벌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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