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전쟁의 서막, 넷플릭스 요금 정책 전략
글. 한영주 (EBS 정책연구위원)
연일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북미와 남미 지역을 필두로 각국의 요금 인상을 검토하거나 실시하고 있다. 가입자 기반 구독 모델에 의존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넷플릭스로서는 경쟁자들의 등장에 실질적 수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넷플릭스의 각 나라별 요금 전략의 속내를 살펴본다.
넷플릭스(Netflix)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전체 가입자는 1억 4,890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신규 가입자는 96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는데, 미국에서 174만 명, 미국 이외 지역에서 786만 명으로 나타났다.1) 가입자 수치가 미국에서는 더디게 증가하는 것에 비해 해외에서는 매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가입자 기반의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기 때문에 가입자 증가는 임계치에 가까워질수록 정체나 둔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넷플릭스의 수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2분기 실적에서 50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더 유치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재 미디어 시장은 DTC(Direct-to-Consumer) 경쟁으로 더욱 치열해지고 올해부터는 OTT 간의 본격적인 스트리밍 전쟁이 예상되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하반기부터는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를 월 6.99달러에 출시할 예정이고, 워너 미디어도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의 베타(beta) 버전을 론칭할 계획이다. 또한 NBC 유니버셜에서도 2020년 상반기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연일 신규 서비스가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넷플릭스는 실질적인 수익을 더욱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베이직 플랜(1 스트리밍/ SD 480p), 스탠다드 플랜(2 스트리밍/ HD), 그리고 프리미엄 플랜(4 스트리밍/ HD, UHD)의 3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요금은 각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 지난 1월, 넷플릭스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과 남미 지역에서 대대적으로 서비스 요금을 인상했다.2) 이번 요금 정책은 넷플릭스가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4번째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편이다. 인상된 요금제는 선택에 따라 약 12.5~18.2%의 스트리밍 비용이 더 발생하게 된다. 넷플릭스는 최소 비용을 인상하면서 요금제 별로 차등적인 정책을 시행했는데, 세 가지 서비스에서 베이직 플랜은 1달러, 나머지 두 가지 플랜은 2달러를 인상했다. 스탠다드 플랜은 이용자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요금제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가장 저렴한 베이직 플랜은 최소 비용만을 인상해 기존의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신규 가입자를 더 많이 유입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럽에서는 아직까지 요금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았지만, 지난 달 영국에서 서비스 요금을 인상하면서 각국의 요금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서비스별로 이용자의 접근성에 따라 가격의 상승 범위를 테스트한 뒤, 최종적으로 베이직 플랜을 제외하고 스탠다드 플랜 12.72%, 프리미엄 플랜 20.27%를 인상했다.
단위 : US달러($)
단위 : US달러($)
넷플릭스의 서비스 요금은 국가별로 처음에 출시되었던 요금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인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넷플릭스 소비가 높은 상위 10개국의 영어권 국가들에서 주로 나타난다. 특히 캐나다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인상 비율이 높은 편이었는데, 세 가지 서비스 플랜에서 스탠다드 플랜은 최초 요금 5.92달러에서 현재 10.37달러로 약 75% 비율이 인상되었다. 미국도 스탠다드 플랜에서 최초 요금 7.99달러에서 현재 12.99달러로 약 63%의 높은 인상률을 보였고, 최근에 인상 정책이 도입된 영국에서도 스탠다드 플랜이 최초 요금 7.55달러에서 11.34달러로 약 50% 이상 증가된 비율을 보였다. 이처럼 영어권 국가들에서 서비스 요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었는데, 이들은 언어나 문화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유사성을 보이기 때문에 비교적 넷플릭스가 쉽고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개발도상국이나 아시아 국가처럼 특정 국가에서 요금 인상 정책보다 저가 요금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들이 지닌 미디어 환경과 데이터 접근성 등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오히려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로컬(local)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주요 시장 중에 하나인 인도에서는 넷플릭스 요금이 베이직 플랜을 기준으로 월 500루피(Rs)로 약 7달러의 비용이 부과되는데, 인도의 1인당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4.47%가 더 비싼 편이다.3)4) 이것은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아마존 프라임이 1년에 999루피(약 14달러)인 것에 비해 상당히 고가이며, 인도 최대의 플랫폼 핫스타(Hotstar) 가격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인도에서 인터넷 데이터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저소득층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서 가입자 수를 확보하기 위해 맞춤화된 요금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기존 요금제의 절반 가격인 모바일 전용 요금제를 일부 회원에게만 250루피(Rs)에 시범적으로 출시한 바가 있다.
한편 지난 4월, 국내에서도 넷플릭스가 ‘모바일 전용 반값 요금제’와 ‘주 단위 요금제’를 통해 파격적인 요금 정책을 시도했지만, 일찍이 테스트가 종료되며 정식으로 시행되지는 못했다. 모바일 전용 반값 요금제는 넷플릭스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모바일 기기에서만 시청을 한정해 기존 서비스 요금의 절반 수준인 6,500원으로 가격을 낮추는 테스트였다. 또한 주 단위 요금제는 넷플릭스를 일주일 동안만 결제해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는데, 베이직 플랜은 2,375원, 스탠다드 플랜은 3,000원, 프리미엄 플랜은 3,625원이며, 모바일에서 선택할 경우 1,625원으로 책정된 바가 있다.
넷플릭스 요금제 (가격은 월단위)
출처 : Netflix 웹사이트넷플릭스는 기존에 특정 지역이나 콘텐츠 라이선스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콘텐츠에서 글로벌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시청 환경을 제공하며 시장 가격에서도 유사한 수준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넷플릭스는 서비스 요금 정책에서 각국의 지역적인 특수성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 요금 전략은 실질적인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즉 실행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고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는 신규 콘텐츠를 출시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가 있다. 넷플릭스는 영어권 국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 정책을 시행하는 반면, 개발 도상국이나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효율적인 요금 정책을 제안하고 실험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인터넷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점에서 로컬 네트워크 수준에 따라 인터넷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요금제와 실질적 수익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UHD 또는 HD 스트리밍의 경우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제한이 없는 선진 시장에서 더 적합한 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표준 화질 스트리밍은 인터넷 속도가 느린 지역에 더 유용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몰아보기(Binge-watching) 형식의 롱텀(Long-term) 시청 패턴을 주도해왔다. 이번 요금 정책에서 모바일 전용 요금제를 테스트했는데, 비록 국내에서는 테스트가 조기에 종료되어 정식으로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넷플릭스는 모바일 시청을 통한 수익화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넷플릭스는 모바일에서도 새로운 숏텀(Short-term)시청 패턴을 형성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모바일을 겨냥해서 요금 정책을 시행한다면, 모바일 트래픽으로 발생되는 속도 저하나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의 문제를 위해 통신사업자를 비롯한 관련 업계들의 긴밀한 협조가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은 넷플릭스의 요금 정책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본격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의미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
* 참고문헌
ㆍComparitech (2019. 4. 9). Which countries pay the most and least for Netflix?(Rebecca Moody).
ㆍComparitech (2019. 5. 30). How much does Netflix cost per month?(by Rebecca Moody).
ㆍeMarketer (2019. 4. 25). Netflix Wears the (Streaming) Crown, but for How Much Longer?.
ㆍeMarketer (2019. 5. 15). US Subscription Video Landscape 2019: Bracing for an Onslaught of New Services.
ㆍKIKKEI Asian Review (2019. 4. 18). Netflix casts India as its new star: US streaming giant launches aggressive plan as home growth slows. companines.
ㆍQUARTZ INDIA. (2019. 1. 16). Netflix hasn’t increased prices in India probably because it can’t afford to(by Ananya Bhattacharya).
ㆍZDNetKorea (2019. 4. 17). 넷플릭스, 1분기 가입자 960만 명 늘었다: 총 가입자 1억 4,890만 명. 인터넷(안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