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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상제작사가달라지고 있다_방송트렌드&인사이트 세미나 취재기

글로벌 플랫폼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시작으로 방송산업은 온라인 플랫폼 간의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내 영상제작사들은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받아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22일 열린 ‘방송트렌드&인사이트 세미나’ <한국의 영상제작사가 달라지고 있다>를 통해 tvN, SM C&C와 에이스토리는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있는지,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었다. - 글. 오정수(편집부) / 사진. 김성재

tvN의 성공전략 : 최초, 최고, 차별화된 콘텐츠의 브랜드화

  • 이기혁 국장(tvN 콘텐츠 편성&기획국)

tvN은 개국 이래 12년의 세월동안 ‘비주류’의 ‘주류화’를 꿈꾸며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tvN이 이른바 대세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좋은 콘텐츠’들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공감을 선사했기 때문이지요.

이번 시즌에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신서유기>의 경우 처음에는 웹 예능으로 출발했습니다. 웹 버전은 화제성을 유발하려는 목적으로 제작, 수익성은 TV를 통해 보완을 했고 시즌3 이후부터 On-air 방송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웹 예능은 레퍼런스가 전혀 없는 ‘가보지 않은 길’이었지만 일부러 웹 포맷에 맞는 짧은 클립을 제작한다거나 방식의 변화보다는 ‘콘텐츠의 힘’, 결국은 재미라는 본질에 집중한 것이 성공 포인트였고 시즌을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 성공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tvN <신서유기6>
이미지 : tvN <신서유기6>, 출처 : tvN YouTube 채널

tvN이 지금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 브랜드를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집단 창작 시스템’ 덕분입니다. 저희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전에, PD 개인의 기획안뿐만 아니라 비제작부서를 통해서도 ‘콘텐츠 시드(Contents seed)’가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모합니다. 또한 각 영역의 전문가와 주니어 PD들이 모여 TF를 운영, 모든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예외 없이 피칭하고 일정의 상한점수를 얻어야 비로소 제작에 들어갑니다. 방송 중에도 중간 리뷰를 통해 진화 방향을 모색하고, 종영 후에도 리뷰를 통해 과오를 정리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화로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려는 것이지요.

물론 이러한 짜임새 있는 시스템을 통해 제작된 예능도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tvN은 1년에 예능프로그램만 25개를 제작했고 그 중 신규프로그램이 20개였으나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한 프로그램은 5개 내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새로움에 꾸준히 투자하고 사례를 DB화해서 이를 기회 삼아 다음을 준비하도록 독려하는 사내 문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집단 창작 시스템’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내분위기’는 tvN이 지금과 같은 ‘콘텐츠 브랜드’를 쌓는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볼 때 채널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타이틀을 기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의 ‘브랜드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브랜드는 커머셜 영역, 글로벌 공동제작, 브랜드 IP 활용 등 영상제작 산업의 성장의 뿌리가 되기 때문이지요.

미디어시장이 다변화되고 플랫폼 간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광고와 협찬에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변화해도 가장 기본이 되는 ‘콘텐츠의 본질’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이 되는 것이 tvN의 목표이자 영상제작사가 살아남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SM C&C의 수익모델 다각화 전략

  • 이예지 본부장(SM C&C 콘텐츠기획본부)

최근 SM을 비롯한 YG, FNC 등 연예 기획사에서 PD들을 영입하고 영상제작사를 흡수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과연 기획사들이 어떤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기에 스스로 영상제작 기능을 갖추게 된 것인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SM C&C는 일반적인 독립제작사와 마찬가지로 방송 외주제작뿐만 아니라 네이버,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SKB 옥수수와 XtvN을 통해 공개했던 <레벨업 프로젝트>, 네이버와 Mnet에서 방영된 <눈덩이 프로젝트> 등은 SM 오리지널 콘텐츠이며 이와 같이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콘텐츠 IP로 확장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좌) <레벨업 프로젝트> & (우) <눈덩이 프로젝트>
이미지 : (좌) <레벨업 프로젝트> & (우) <눈덩이 프로젝트>

아티스트 IP를 가진 SM C&C의 강점은 초상권 사업을 위한 별도의 복잡한 계약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팬덤’이라는 명확한 소비자를 타깃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에 플랫폼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데이터가 명확하게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SM C&C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티스트의 프로모션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연 콘텐츠 자체로서 수익성이 충분할까에 대한 고민은 남아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은 전송권을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가사업 및 광고영업을 통해 수익모델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사 입장에서 유리한 편입니다. 다만 아직 디지털 콘텐츠의 단가와 광고비용에 대한 적절한 표준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제작비와의 격차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수익모델을 점차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은 기회로 작용합니다.

  • SM C&C 발제자료
출처 : SM C&C 발제자료

특히 브랜디드 콘텐츠가 광고영업에 주요한 항목이 되면서 방송을 통한 PPL,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상품 제작, SNS를 통한 홍보, 방송 Footage를 활용한 광고 등 SM C&C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사업모델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향후 국내에도 유튜브 프리미엄이나 넷플릭스처럼 소비자들의 유료 콘텐츠 구매 사이클이 안정화된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한다면 보다 활발한 투자와 그로 인한 제작사들의 안정적인 제작비 확보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콘텐츠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1대 N의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1대 1 쌍방향적 관계로 개인들의 니즈에 맞춰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제안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어떤 수익모델로 살아남을지 계속 고민하는 것이 현재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협업 사례

  • 오승준 프로듀서(에이스토리 제작팀장)

에이스토리는 tvN 드라마 <시그널>과 올 1월 공개될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제작한 독립제작사입니다. 저는 제가 담당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드라마 제작사로서 지금과 같은 멀티 플랫폼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에이스토리에서 제작한 <후아유>(2013)와 <백일의 낭군님>(2018)의 동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자료를 분석해보면 약 5년 만에 케이블 채널이 지상파 3사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드라마 주도권 쟁탈전 속에 넷플릭스라는 OTT의 등장은 제작사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되었습니다.

  • (왼쪽부터) tvN <후아유>, tvN <시그널>, tvN <백일의 낭군님> 포스터
이미지 : (왼쪽부터) tvN <후아유>, tvN <시그널>, tvN <백일의 낭군님> 포스터, 출처 : tvN

사실 한한령 이전까지 중국의 텐센트 비디오(Tencent video), 유쿠(Youku), 아이치이(iQiyi)와 같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의 판로로서 OTT 플랫폼은 새로운 선택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시청방식과 제작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모델을 갖고 있다는 것이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제작환경 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넷플릭스는 시즌 당 제작 편수, 편당 러닝타임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 스토리의 흐름이나 콘텐츠의 특성에 맞게 편수와 길이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킹덤>처럼 19세 이상만 시청 가능한 ‘좀비물’을 필터 없이 방영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으로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즌제가 보편화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제작 인력풀 자체가 작고 출연하는 배우들의 인건비가 상승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 시즌제를 제작하기 어려운 환경인데 넷플릭스가 앞으로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인력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번 <킹덤>제작 과정에는 드라마 제작사인 에이스토리 뿐만 아니라 영화 감독과 영화 제작스태프들이 참여를 했습니다. 이제는 정형화된 인력과 시스템이 아닌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여러 분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넷플릭스 <킹덤>
이미지 : 넷플릭스 <킹덤>, 출처 : Netflix

제가 어린 시절 드라마 제작의 꿈을 키울 때는 업무 시 영어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방송프로그램이 미국에 방영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환경이 바뀌어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해외 시청자를 겨냥한 의도적인 기획을 통해 드라마를 성공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킹덤>을 예로 들면, 드라마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궁궐, 기와, 한복, 왕족 등의 소재가 해외 기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기도 하고 의도했던 장면에서는 반응이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결국 콘텐츠를 만들 때는 ‘어느 시장에 맞을까’ 보다는 ‘재미가 있는지’가 승부를 결정짓는 것 같습니다.

근래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시장이 닫혀 저희 에이스토리도 힘들었던 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수 시장보다 중국 진출을 우선 시 해서 본질적인 재미를 놓쳐도 해외 시장에 높은 금액으로 판매하면 ‘성공’으로 분류되었던 왜곡을 보정한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새로운 활로가 등장하면서 한국 드라마가 양적인 발전보다는 질적인 발전에 무게가 실릴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킹덤>이 넷플릭스에서만 공개되는 첫 드라마이다 보니 이후 사례에 대한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송을 보면서 그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까지 알기는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지만 ‘에이스토리가 꽤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구나’라고 인식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것이 저희의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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