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란 “체계적인 조사연구로부터 산출된 이용 가능한 최선의 증거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N스크린이라는 변화된 TV 콘텐츠 소비환경에서 방송 광고와 관련된 의사결정들은 ‘최선의 증거’를 가지고 이루어지고 있는가? - 글. 박종구(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미디어광고연구소 연구위원)
“시청률은 전국의 시청자와 거액의 광고비를 움직이는 막강한 힘을 가졌지만, 최근에는 이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시청률이 실제 프로그램의 인기도와 광고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단순한 시청률 자료보다 모바일 등 다양한 TV 콘텐츠 유통 현황까지 반영한 자료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TV광고 시장 판도 흔드는 '화제성 지수', <경향신문>, 2018.9.30.)
N스크린 미디어 환경이 야기한 시청자 분화로 인해 더 이상 고정형 TV 시청률만으로는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를 온전히 측정하기 어려워졌다고들 말한다. 수용자-미디어-광고주로 구성된 이중상품시장에서 시청률은 수용자를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통화(audience currency)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TV 콘텐츠 소비환경 변화는 방송시장에서 지배적인 화폐 역할을 해왔던 시청률의 타당성에 의문을 불러왔고, 보다 다면적인 차원에서 TV 콘텐츠의 가치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으로 이어졌다.
TV 콘텐츠의 가치를 다차원적으로 평가하는 방안으로 N스크린 통합시청 데이터와 인터넷 반응 관련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통합시청 지표란 ‘방송 프로그램 시청 행태가 고정형 TV를 통한 실시간 시청 외에, 비실시간 TV 시청(VOD)과 스마트폰·PC를 통한 실시간·비실시간 시청 등으로 다변화됨에 따라, 고정형 TV-스마트폰-PC를 통한 시청행태를 모두 포괄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소셜 시청률(social content ratings),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 TV 화제성 등으로 불리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인터넷상의 언급은 콘텐츠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행동으로 입증하는 데이터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미 프로그램 제작·편성·수출과 광고 집행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콘텐츠에 대한 인터넷 반응을 정의하기 위해 행동적 차원의 ‘참여(engagement)’라는 개념이 도입되었고, 현재 인터넷상의 게시글 등이 콘텐츠에 대한 참여 수준을 보여주는 측정치로 사용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방송통신광고산업 진흥의 일환으로 <방송콘텐츠 가치정보 분석시스템(이하 RACOI)>을 2018년 1월 구축 완료하였다. RACOI는 TV 시청률 중심의 TV 콘텐츠 평가를 보완하고 한류 콘텐츠 수출 활성화를 지원하기 목적에서 개발한 시스템으로 공공데이터를 사회적 공유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RACOI가 제공하고 있는 주요 데이터는 첫째, 방송 예정 및 방송 중인 프로그램에 대한 주간 단위의 인터넷 반응지표와 TV 시청지표(시청률·시청자수), 둘째, 월간 단위의 인터넷 반응지표와 통합(TV·PC·스마트폰, 실시간·비실시간) 시청지표, 셋째, 연 2회 주기로 진행되는 한국 방송드라마에 대한 해외 인터넷 반응지표이다.
TV 콘텐츠를 비실시간(VOD)으로 시청하거나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시청하는 사람들은 ‘존재하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방송 광고에 노출되고 있는 수용자 집단이다. 이러한 시청자 집단의 규모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한다면, TV 콘텐츠 광고의 가치는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방송 산업 차원의 표준지표’를 지향하는 RACOI 인터넷 반응지표는 기존의 TV 화제성 지표들과 몇 가지 점에서 차별화되었다. 먼저 이 지표는 산학연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연구반을 구성하여 지표를 개발·산출하고, 그 결과를 개방함으로써 과학적인 조사가 갖추어야 하는 ‘객관적(objective), 공개적(public)’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TV 방송콘텐츠에 대한 ‘인터넷 반응지표를 세분화’하여 제시하고 있다는 점으로 생성 주체를 기준으로 인터넷 반응지표를 시청자 반응과 미디어 반응으로 구분하여 산출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인터넷 반응의 정량적 수치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파악이 가능하도록 인터넷 반응의 세부지표별로 원문을 볼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하고 있다. 원문 링크를 통해 데이터 수집(크롤링)이 정확하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원문 내용을 통해 인터넷 반응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RACOI는 ‘체계적인 조사 연구로부터 산출된 이용 가능한 최선의 증거’를 통해 과소평가된 TV 콘텐츠 광고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데이터가 없으면 분명히 존재하지만 측정되지 않은 시청자를 파악할 수 없다.
방송 산업 차원의 시급한 당면과제는 ‘숨겨진’ 시청자를 측정의 영역에 들여와 TV 콘텐츠의 가치 평가가 합당하게 이루어지도록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비록 방송산업 내에서 서로가 경쟁자이지만 지속가능한 방송 산업을 위해 TV 콘텐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증거’를 ‘함께’ 만들어 갈 때이다.
1) 이 글은 부산콘텐츠마켓 <2018 아시아디지털방송아카데미> 강의 자료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Park, B. (2018.11.27.). In the Era of Data Economy, KOREA TV Contents Re-evaluation: Focused on the Multi-dimensional Approach by RACOI 'BIGDATA'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