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K-예능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와 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이에 대한 답을 보여주었습니다.
<흑백요리사> 포스터
©넷플릭스
‘흑수저' 요리사와 '백수저' 요리사가 승패를 겨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넷플릭스 코리아의 <흑백요리사>는 방송 첫 주에 38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 부문(비영어)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10일 14일 현재). <흑백요리사>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1위를 포함해 모두 18개국에서 톱10에 올랐습니다. 서바이벌 드라마 <오징어게임>,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에 이어 글로벌 성공을 기록한 <흑백요리사>는 넷플릭스가 ’K-서바이벌 흥행 공식‘을 세우는 데 기여했습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흑백요리사>의 인기로 넷플릭스의 9월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는 전월보다 4% 늘어난 1166만7082명을 기록했고, 10월 1일의 일간활성이용자수는 올해 2월 이후 처음으로 300만 명대(322만8868명)를 회복했습니다.
<흑백요리사>는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비영어) 1위를 지키고 있다(10월 14일 현재)
출처 | 넷플릭스 홈페이지
<흑백요리사>의 영향력은 K-예능의 글로벌 인기를 확인하고,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를 높이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첫 방송 이후 일주일간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캐치테이블(식당 예약 앱) 검색량은 전주보다 74배 증가했고, 관심 식당 저장 건수는 1,884%나 급증했습니다.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의 식당 예약에 10만 명이 넘게 몰리며 캐치테이블 앱이 일시 마비되기도 했고, ’철가방 요리사‘의 식당에는 새벽부터 ’웨이팅‘이 시작되는 등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예약과 방문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유통 업계 또한 <흑백요리사>의 인기를 활용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입니다. 편의점 CU는 권성준 셰프가 <흑백요리사>에서 선보인 디저트 '밤 티라미수 컵'을 출시했습니다. 편의점 GS25도 ’만찢남‘ 조광효 등의 출연 셰프들과 협업해 ’편수저 시리즈‘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컬리는 최현석 셰프 등의 간편식 제품을 모은 흑백요리사 기획전을 통해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흑백요리사>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인기를 얻으면서 미국 블룸버그 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싱가포르 국영방송 CNA 등이 <흑백요리사>와 출연 셰프를 소개하는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서진이네 2>에서 외국인이 ‘소맥’을 만드는 장면
©tvN
중식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를 통해 세계화되고, 일식은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일본 비즈니스맨들이 일식으로 접대하기 시작하면서 고급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식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강식이라고 인정받아왔지만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평가였습니다. 최근 상황을 보면 그 한 방이 결국 K-예능과 K-드라마를 비롯한 ’K-콘텐츠‘에서 발견된 듯합니다. 이미 많은 외국인이 ’K-콘텐츠에서 본 K-푸드‘가 궁금해 한국을 찾고 있습니다. 이제 곧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식당이 밀집한 서촌은 ’흑백요리사 맛집‘을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할지 모릅니다. K-콘텐츠를 통해 K-푸드가 인기를 얻고, 이에 따라 해외에서 한식당이 개업하면 한국 식자재, 주류, 음료, 주방 기구, 가구, 음악 등도 자연스럽게 동반 진출하게 됩니다. 얼마 전 방영한 <서진이네 2>에서는 외국인들이 깍듯하게 소주를 두 손으로 받아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를 한국 문화 전파의 한 현상으로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K-콘텐츠를 통해 맛있고 건강한 한국 음식과 식문화가 널리 퍼지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