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예능 <한일가왕전>이 종영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가수들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이 프로그램은 K-포맷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크레아스튜디오, MBN <한일가왕전>
MBN이 야심 차게 제작한 트로트 예능 <한일가왕전>이 5월 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 방송에서는 전국 평균 시청률 8.3%(닐슨코리아)를 기록했고, 프로그램 시작 이후 6주 내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켰으니 ‘성공적’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줘도 모자람이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최고 시청률 17.3%를 기록한 트로트 오디션 <현역가왕>을 통해 ‘톱 7’으로 선발된 7인의 트로트 가수가 일본에서 같은 시기 방송된 <트롯걸스 재팬>의 ‘톱 7’과 한·일 대항전을 치를 것이라고 예고했으니, <한일가왕전>이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차가운 대결보다는 따뜻한 교류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자국의 명예를 걸고 치열하게 노래하는 가수들의 무대와 심사위원들의 신경전이 흥미롭게 뒤섞였지만, 최종 회에서 단 2점 차로 한국 팀이 승리하는 순간까지도 냉혹한 승부보다는 상대 팀에 대한 배려와 문화적 교류에 방점을 찍었던 것이지요.
©크레아스튜디오, MBN <한일가왕전>
우리나라의 전유진, 마이진, 김다현, 린, 박혜신, 마리아, 별사랑과 일본에서 온 후쿠다 미라이, 스미다 아이코, 아즈마 아키, 우타고코로 리에, 마코토, 나츠코, 카노우 미유가 한국과 일본의 정통 트로트와 엔카 외에도 추억을 부르는 80년대 J-팝과 최신 K-팝까지 아우르는 신선한 무대를 선보인 결과였습니다. 덕분에 2007년생 스미다 아이코가 부른 옛 히트송 ‘긴기라기니’ 무대나 30년 차 가수 우타고코로 리에가 부른 ‘눈의 꽃’ 무대 등은 높은 영상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습니다.
마지막 갈라 쇼 무대까지 마친 별사랑은 “무대 위에서는 마법처럼 소통이 가능했어요.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감정으로 하는 소통을 오랜만에 느낀 것 같아요”라며 뭉클한 소감을 전했습니다.
©크레아스튜디오, MBN <한일가왕전>
<한일가왕전>이 보여준 가능성은 무대와 국경을 넘은 감정적 소통만이 아니었습니다. <미스 트롯 1, 2>와 <미스터 트롯>, <불타는 트롯맨>을 히트시킨 스타 PD 서혜진 대표가 설립한 크레아스튜디오는 <불타는 트롯맨> 포맷을 일본으로 수출했습니다. <불타는 트롯맨>은 후지TV와 일본 최대 위성방송 ‘와우와우’, 일본 최대 케이블 플랫폼 ‘아베마’에서 방송되는 여성 버전 트로트 오디션 <트롯걸스 재팬>이라는 대형 프로그램으로 현지화되었습니다. <트롯걸스 재팬>은 단순히 포맷만 수출한 것이 아니라 크레아스튜디오의 협력사인 nCH재팬과 후지TV의 자회사인 넥스텝의 공동 제작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한일가왕전>은 포맷을 수출하는 동시에 콘텐츠를 통한 한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에 성공한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최근 크레아스튜디오는 한국과 일본의 현역 가수들이 대결하는 <한일톱텐쇼>도 제작했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5월 말부터 MBN에서 방영된다고 하니 다시 한번 흥미로운 소식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