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OTT 시리즈물이 주춤한 사이,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등 ‘순한 맛’ 힐링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이는 캐주얼 게임, 이지 리스닝 음악 등의 최근 인기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힐링 드라마의 변치 않는 매력은 무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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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우리는 입안이 얼얼한 ‘마라 맛’ 드라마에 중독되었습니다. 좀비가 쏟아져 나오거나 누군가 갑자기 죽는 상황이 펼쳐져야 다음 화를 고대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격정적이고 심각한 OTT 시리즈물이 잠시 조용한 사이 ‘순한 맛’ 드라마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tvN 최고 시청률을 갱신한 김수현·김지원 주연의 눈물 유발 로맨스 <눈물의 여왕>을 비롯해 타임 슬립 청춘물 <선재 업고 튀어>, 맨몸으로 범인 잡던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수사물 <수사반장 1958>, 불의의 감전 사고 이후 거짓말을 못 하게 된 아나운서의 코믹한 설정이 돋보이는 <비밀은 없어>, 성인병에 걸린 초능력자들의 치유 판타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등이 선량한 전개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근 드라마들입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남남>,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닥터 슬럼프> 같은 착한 드라마의 건실한 ‘순한 맛’이 우리를 매료시켜 왔다는 사실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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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한쪽에서는 피가 튀고 생존의 몸부림이 가득한 시리즈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어느 때보다 ‘순한 맛’ 드라마가 환호 받고 있는 것은 봄철마다 찾아오는 ‘로맨스 유행’과 더불어 드라마를 통해 현실 세계의 스트레스로부터 잠시 벗어나려는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청년과 뇌종양에 걸린 재벌 3세 부부가 이혼의 아픔쯤 가볍게 뛰어넘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는 <눈물의 여왕>의 해피엔딩과 하반신마비 소녀 팬이 과거로 돌아가 자살을 시도했던 아이돌에게 삶의 의지를 되찾아주는 <선재 업고 튀어>의 구원 판타지, 과학수사가 어려웠던 시절에도 정의를 실천하는 순수한 공권력을 만나게 해주는 <수사반장 1958>의 희망찬 메시지까지. 온기 가득한 감성과 긍정적인 영향력은 ‘순한 맛’ 드라마의 변함없는 매력입니다.
뉴진스의 데뷔 이후 K-팝의 이지 리스닝 트렌드가 본격화되었다.
사진_뉴진스 홈페이지
최근 콘텐츠 사용자들이 할리우드식 서스펜스보다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소소한 서사에 이끌리고, 과도한 오락성보다 일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메시지에 매혹되며, 뒷목 잡는 반전보다 세상사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해줄 만큼의 편안함을 찾는 것은 드라마에서만이 아닙니다. 이는 과도한 설정을 덜어낸 일상적 예능, 언제 어디서나 무난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음악,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 게임과 힐링물 웹툰이 인기를 얻고 있는 오늘의 현상과 맥락을 함께합니다.
조만간 ‘매운맛’ OTT 시리즈의 인기가 치솟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순한 맛’ 드라마는 ‘뻔한 맛’으로 겉돌지 않는 한 변치 않는 매력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