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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방송영상콘텐츠산업 7대 뉴스

글. 김세환(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연구원)

방송영상산업은 플랫폼의 다변화와 기술의 발달, 예기치 않은 제작환경의 변화로 찾아온 새 물결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여기에 발맞춰 〈방송트렌드&인사이트〉는 올 한 해 'The New Wave in a New World'를 연간기획 테마로 선정하여 방송영상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바람과 희망을 읽어냈다. 2020년, 방송영상산업의 주요 뉴스들을 일곱 개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1. OTT 서비스, 플랫폼의 왕좌를 차지하다

2020년은 OTT 서비스가 플랫폼의 왕좌를 차지한 해다. 2018년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OTT 서비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방송영상콘텐츠 시장의 확실한 주류가 되었다.

국내외 OTT 서비스를 주도하는 넷플릭스는 2020년 11월 국내 신용카드 결제금액 추정치 500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이것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신용카드 이외에 통신사와 아이튠즈를 통한 결제를 포함하면 국내에서 넷플릭스가 거둬들인 결제금액은 최대 8,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합작한 토종 OTT 서비스인 웨이브도 선전했다. 웨이브는 이용자당 평균 이용 시간에서 넷플릭스를 앞서며 국내 OTT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라이브 스트리밍,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해외 콘텐츠 독점 확보 등 웨이브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OTT 서비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OTT 서비스와 대조적으로, 지상파 방송의 추락은 계속되었다. 2019년 2,00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지상파 방송은 2020년에는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상파 방송은 OTT 서비스에 자사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 〈동백꽃 필 무렵〉(KBS2), 〈신입사관 구해령〉(MBC), 〈배가본드〉(SBS) 등이 넷플릭스와 웨이브를 통해 국내외에 유통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이 자사 콘텐츠를 유통하기 위해 OTT 서비스를 선택했다는 것은 방송영상콘텐츠 플랫폼이 지상파 방송에서 OTT 서비스로 확실히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다.

왼쪽부터 〈동백꽃 필 무렵〉, 〈신입사관 구해령〉, 〈배가본드〉

출처 : 넷플릭스

2. 1인 미디어, 자정이 필요하다

2020년에 1인 미디어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먼저, 7월에 뒷광고 논란이 온라인을 뒤흔들었다. 유명 유튜버뿐만 아니라 일부 연예인이 개인 유튜브에서 광고비를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고 제품과 브랜드를 홍보해 물의를 일으켰다. 특히, 일부는 버젓이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이라며 거짓을 이야기해, 이에 대한 집단소송이 준비될 정도로 대중의 분노가 컸다.

11월에는 한 초등학생이 실시간 방송 애플리케이션 ‘하쿠나 라이브’ BJ에게 1억 3,000만 원을 입금한 사건이 발생했다. 초등학생은 어머니의 스마트폰에 연동된 카카오페이로 전세 보증금으로 모아둔 거액을 송금했는데, 해당 플랫폼을 운영하는 ‘하쿠나 라이브’는 소극적으로 대응해 논란을 키웠다. 이외에도 BJ가 미성년자 이용자를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등 심각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특히, 플랫폼은 이런 정황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사실상 방조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2020년은 1인 미디어의 커져가는 영향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그에 맞는 자정 노력 및 규제의 필요성을 보여준 해였다.

3. 트로트, 쇼는 계속된다

2020년에도 최고의 콘텐츠는 트로트였다. 〈내일은 미스터트롯〉(TV조선)은 3월 12일 방영된 최종회 전국 시청률이 35%를 돌파하며 한국 방송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당일 같은 시간에 방송된 〈포레스트〉(KBS2)의 시청률 2.6%, 〈맛남의 광장〉(SBS)의 시청률 4.0%, 〈더 게임〉(MBC)의 시청률 3.5%와 비교하면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트로트는 〈미스터트롯〉 이후에도 연중 내내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예를 들어 추석 연휴 프로그램 시청률을 보면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KBS2)가 전국 시청률 29%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이 공연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시청률도 18.7%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2020 트롯어워즈〉(TV조선)는 전국 시청률 22.4%, 〈트로트의 민족: 추석 특별판〉(MBC)은 11.3%를 기록하며 트로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연말에도 트로트 신드롬은 현재진행형이다. 11월 6일에 방송된 〈트로트의 민족〉은 평균 시청률 8.7%로 첫 방송 이후 3주째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이자, 금요일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렇듯 2020년에 지속된 트로트 신드롬은 국내 방송계의 새로운 주류 콘텐츠의 탄생을 알리며, 2021년을 더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4. 신()한류, 방송영상콘텐츠가 이어 간다

2020년 신한류의 선봉에는 방송영상콘텐츠가 서 있었다. 〈사랑의 불시착〉(tvN)을 필두로 〈이태원 클라쓰〉(JTBC), 〈사이코지만 괜찮아〉(tvN), 〈더킹: 영원의 군주〉(SBS)가 아시아 시장에서 연중 내내 넷플릭스 상위권에 랭킹되었다. 4분기에는 〈스타트업〉(tvN)이 아시아 주요국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Top10 오르며 방송영상콘텐츠의 신한류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2020년 최대 화제작은 〈사랑의 불시착〉이었다.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 넷플릭스에서 수개월 동안 1위를 차지했고, 일본의 주요 방송사들이 앞다퉈 특집방송을 내보내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도 방송영상콘텐츠의 신한류가 계속되었다. 9월에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가 미국, 프랑스, 호주 등에서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차트 1위에 올랐으며,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는 스트리밍 첫 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차트 6위에 올랐다.

국내 방송영상콘텐츠가 다시 한 번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진 이유에는 넷플릭스로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리드 헤이스팅스(Wilmot Reed Hastings Jr.) 넷플릭스 CEO는 “〈킹덤〉과 〈사랑의 불시착〉을 무척 재미있게 봤다”면서, 넷플릭스는 한국 방송영상콘텐츠를 전 세계에 가장 큰 규모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고품질의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과 결합해 만든 신한류라는 시너지 효과는 계속될 전망이다.

5. 고용불안, 코로나19 피해는 컸다

코로나19는 방송 제작환경에 큰 타격을 주었다.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주요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되거나 편성이 연기되었다. 연초부터 계획된 〈도도솔솔라라솔〉(KBS2), 〈바람피면 죽는다〉(KBS2), 〈암행어사〉(KBS2), 〈비밀의 숲2〉(tvN), 〈악의 꽃〉(tvN),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등이 제작 연기되거나 중단되었다. 제3차 대유행이 진행 중인 12월 현재에도 〈보쌈〉(MBN), 〈시지프스〉(JTBC), 〈조선구마사〉(SBS), 〈철인왕후〉(tvN), 카카오TV 〈도시남녀의 사랑법〉의 제작현장에서 확진 사례가 발생하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제작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방송 제작스태프의 고용여건이 급속히 악화되었다. 방송 제작산업은 비정규직의 비중이 타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여파가 훨씬 컸다. 코로나19 제1차 대유행이 진행되던 4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제작스태프의 30.3%가 코로나19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 중 무급휴직이 34.9%로 가장 많았으며, 임금삭감이 17.2%, 계약 파기 등 해고가 13.3%에 이르렀다. 방송작가 대상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1.5%가 금전적 보상 없이 계약 연장된 상태였으며, 28.1%가 원하지 않는 무급휴가를, 15.6%는 해고 및 계약 해지를 당했다고 밝혔다.

2021년에도 코로나19가 여전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고려할 때,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스태프의 고용불안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제작스태프의 고용불안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가 절실히 요구된다.

6. 콘텐츠 진흥체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다

2020년 9월 국회에서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며 새로운 방송영상콘텐츠 산업진흥 체계가 제시되었다. 발의안은 방송망 중심의 ‘방송영상콘텐츠’와 통신망 중심의 ‘온라인영상콘텐츠’를 ‘영상미디어콘텐츠’로 포괄하여 OTT 서비스를 포함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이를 통해 OTT 플랫폼을 활용한 국내 방송영상콘텐츠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한 법률적으로 방송작가, IP사업자 등 콘텐츠 기획업자를 명시하고, 온라인 영상물에 대한 사후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등 콘텐츠 중심의 진흥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할 ‘디지털 뉴딜 연계 문화콘텐츠산업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이것은 뉴노멀에 대응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전략을 담고 있다. 방송영상콘텐츠와 관련해 정부는 콘텐츠 모험투자펀드 규모를 확대하여 AI·가상현실·가상영상체 특성화 기술 등 분야별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그리고 토종 OTT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이를 위한 영상콘텐츠 전문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콘텐츠 현지화 지원, 세액공제 확대, 관계부처 OTT정책협의체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이렇듯, 2020년에 제시된 국회와 정부의 콘텐츠 진흥방안은 온라인 중심의 방송영상콘텐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7. 언택트 제작, 적응해야 진화한다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분야가 제작 현장이다. 이제는 스튜디오에서 방청객과 함께 촬영할 수 없다. 야외 촬영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배틀트립〉(KBS2), 〈더 짠내투어〉(tvN)는 기존 방식으로 제작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면서 결국 폐지됐다. 이렇게 되자 방송사와 제작사는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여 언택트 제작에 나서고 있다.

먼저, 프로그램 포맷을 바꾸는 방법이 있었다. 〈유퀴즈 온 더 블록〉(tvN)은 기존 길거리 토크쇼에서 주제별로 화제의 인물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포맷을 바꾸었다. 해외 트로트 버스킹을 다룬 〈트롯신이 떴다〉(SBS)는 랜선 콘서트로 프로그램 콘셉트를 바꾸었다. 포맷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았지만, 〈코미디빅리그〉(tvN)는 방청객 없는 공개 코미디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도도 나타났다. 〈삼시세끼 어촌편 5〉(tvN)와 〈안싸우면 다행이야〉(MBC)는 아예 무인도에서 촬영하며 코로나19 위험을 최소화하고, 여행에 목마른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사랑의 콜센타〉(TV조선)는 시청자 연결을 전화로 대체하는 옛 방식으로 호평을 받았다.

사람이 없는 섬에 들어가 촬영한 〈삼시세끼 어촌편 5〉

출처 : tvN YouTube

사람이 모여서 제작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제작환경이 크게 변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로 자리할 전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2020년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의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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