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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 Policy

코로나19 시대 방송콘텐츠의 해외 세일즈

글. 조한상(한국방송콘텐츠수출협의회 회장)

2020년 한 해,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제일 주요한 키워드를 뽑자면 ‘코로나19’일 것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산업 및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쳤다. 그 중에서도 방송콘텐츠 산업에 끼친 영향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방송영상 시장은 어떤 세일즈 전략을 갖춰야 하는지 고민해본다.

글로벌 OTT와 로컬 시장

코로나19가 촉발한 여러 변화 속에서 콘텐츠 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함에 따라 대표적인 실내 여가인 콘텐츠 시청 소비가 증가했으며,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약진까지 이어져서 일각에서는 콘텐츠 산업 전반에 코로나19가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OTT 플랫폼의 성장과 온라인에서의 콘텐츠 소비만 놓고 보자면 이 견해를 부정할 수 없겠다. 이미 온라인으로 이동한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가 코로나 시대에 더 증가했다는 걸 각종 수치들이 증명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글로벌 방송콘텐츠 세일즈 전반에 걸쳐서 평가한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OTT의 성장은 레거시 미디어라고 불리는 로컬 방송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는 방송콘텐츠 유통 시장의 국가별 경계가 허물어지며, 로컬 TV시장에서 글로벌 OTT 시장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방송콘텐츠가 국가별, 권리별로 수출 되던 것이 한 건의 글로벌 OTT 수출로 이어져 그동안 쌓아왔던 로컬 파트너사와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콘텐츠 유통 및 제작 시장에서 글로벌 OTT가 벌이는 콘텐츠 수급 경쟁은 당장의 수요-공급 곡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이것만 보고 시장 전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볼 수만은 없다.

가입자를 기반으로 하는 유료 OTT 플랫폼과는 달리 TV 방송사의 주요 매출원은 광고수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TV 시청이 늘었다고는 하나 이미 TV 밖으로 나간 광고 매출은 OTT의 성장과 반비례로 하락하고 있으며, 각국의 방송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방역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한국과는 달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프로그램 제작까지 중단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에 해외 방송사들은 꾸준히 제작되는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보였으나, 폭발적인 한국 콘텐츠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매출의 하락과 함께 찾아온 예산의 축소로 인해 각 현지 방송사들은 당장 필요한 만큼만 신중하게 구매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선택받기 위한 국내 콘텐츠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OTT와의 계약을 통한 방송콘텐츠 해외 진출도 의미 있지만, 각국의 로컬 시장은 침체되고 있고 그 균형이 깨지는 순간 일어날 결과에 대해 우리는 고민해봐야 한다. 방송콘텐츠업계에서는 글로벌 OTT로의 진출이 제작비 확보나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되어,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됐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OTT에 의존할 경우 종속이 심해져 장기적으로 콘텐츠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에 국내 OTT의 글로벌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결국, 방송콘텐츠 유통 부문에서 글로벌 OTT와 로컬시장을 조화롭게 유지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수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방송콘텐츠 수출의 다양화, 다각화로 방송콘텐츠 유통 부문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비대면 마케팅의 확대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 방식을 통한 세일즈와 마케팅이 주류가 되었다. 최대 방송영상마켓인 ‘MIPTV 2020’이 취소되었고, ‘BCWW 2020’은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화상상담을 주축으로 하는 웨비나 마켓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BCWW 2020’은 국내외 방송영상 산업계 전문가들의 강연, 토론,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의 콘퍼런스를 선보였다. 더불어 하반기에 온라인으로 개최된 일본 ‘Tiffcom’이나 홍콩 ‘Filmart’에 비해, 해외 바이어들의 참가를 위한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비대면 상담은 대면 마케팅에서 쌓을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십, 신뢰감, 효율적인 세일즈 등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콘퍼런스를 통해 마켓의 장으로 만드는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온라인 마켓에 더 많은 바이어들을 지속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세일즈 담당자들은 대면 미팅을 통한 콘텐츠 소개와 마케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온라인 마켓에서 콘텐츠를 더욱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노출시켜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고 그들이 구매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 미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온라인 마켓이 아니더라도 적극 활용할 여지가 있다. 주목받는 온라인 피칭, 질 높은 마케팅 자료 제작 등을 통해 세일즈 마케팅 효율을 더욱 증가시켜야 한다. 비대면 마케팅에서는 세일즈 매니저와 바이어 모두 기존 방식과 다르게 콘텐츠를 접하고 연구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아직까지 ‘좋은 비대면 마케팅’의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하루빨리 코로나 시국이 종식되어 이전처럼 일상으로, 대면 마케팅을 통한 세일즈로 되돌아가기를 우리 모두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고, 이미 시장은 전통적인 마케팅으로부터 탈피를 요구받고 있다. 우리는 기존 대면 마케팅이 가능해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비대면 세일즈 시대에서 최대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일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대면 마케팅은 더 이상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한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업무 형태가 될 것이다. 해외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며, 온라인 홍보와 수출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수출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 해외 파트너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 출장 및 대면 업무가 어려운 상황에서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또한, 콘텐츠 수출시장 다변화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산하기관의 화상수출상담회와 같은 다양한 행사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존의 유통 패러다임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기존의 방식과 다르더라도, 과감하게 시도하고 투자하여 시대의 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우리 스스로가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하며,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로 인해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를 오히려 수출 마케팅의 경쟁력 강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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