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Special Issue 1

코로나19 이후의 미디어 세상

유통 및 소비의 변화

글. 조영신(SK브로드밴드 그룹장)

코로나19(COVID-19)는 미디어 생태계를 뒤흔들었다. 자연스럽게 코로나19의 영향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발 빠르게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1)를 내 놓았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도 〈전문가 리포트〉2)를 발행했다. 구체적인 자료에 기초한 이들의 분석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단시간에 급변한 미디어 시장

미디어 콘텐츠는 초유의 재택 환경 속에서 여가의 절대적이고 유일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그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실시간 TV 시청량은 증가했고, VOD 시청 건수도 증가했다. 대민 접촉형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어 〈전국노래자랑〉(KBS1) 같은 장수 프로그램도 중단해야 했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방송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한 방송꾼들은 이전에는 없었던 랜선 기반의 콘텐츠를 선보였다. 극장은 문을 닫았고, 수익의 60% 이상을 극장을 통해 확보하는 영화 제작사는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 제작이란 동일어를 사용하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선행창구(1st Window) 특성에 따라 극명하게 갈라졌다. 힘들지만 여전히 작동하는 방송 제작사와 중단할 수밖에 없는 영화 제작사로 구분되었다.

사람이 모인다고 다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CJ ENM 등 미디어 관련 기업의 1분기 실적 보고에 따르면 디지털 쪽은 선방 내지 약진이었지만, 전통적인 미디어 사업의 수익은 저조했다. TV 시청량은 늘었지만 광고는 줄어, 채널 사업자의 수익성은 악화되었다. TV 설치를 하려면 대민 접촉이 불가피하기에 유료방송사업자의 가입자 유치는 줄어들었다. VOD 등 부가 판권 시장은 판매율이 높아지면서 제법 괜찮은 수익성을 보였다. 그러나 영화관과 VOD의 개봉 시차를 감안할 때 하반기의 VOD 시장은 간단치 않다.

공연 시장은 완전히 문을 닫았다. 공연과 관련 있는 모든 사업은 완전히 멈추었다. 그 와중에도 새로운 시도는 있었다. 무료 팬 서비스의 하나로 진행된 BTS의 랜선 공연은 성황을 이루었고, 유료로 진행된 ‘Beyond LIVE’ 등은 완판의 기염을 토했다. 공연 시장의 새로운 창구를 찾아낸 셈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협업해 Beyond LIVE를 본격화 할 예정이다. 대면 공연 시장과 랜선 라이브 공연으로 나누어서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가장 많이 활성화된 시장으로 평가받은 OTT는 사업자별로 편차가 크다. 티빙(TVING)의 가입자는 증가했지만 소폭이고, 웨이브(wavve)의 가입자도 그다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시장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성장한 사업자는 국내에서 넷플릭스뿐이다. 공식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서 정확한 성장률을 적시하기는 힘들지만, 대략적으로 월간 사용자수(MAU) 기준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이용자가 50%정도 증가했다. 1월에는 대략 281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면 4월에는 43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와이즈앱의 분석 결과도 나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번 코로나19 때문에 OTT의 이용 고객 중 50~60대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3) 코로나 기간동안 자녀가 가장 잘한 것들 중 하나가 부모님께 넷플릭스를 소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20~30대가 주로 이용한다던 넷플릭스가 전 연령층이 이용하는 보편적 미디어로 자리 잡은 셈이다.

현상의 지속성

여기까지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차이다. 차이를 알게 되었다면 그 다음은 현상의 지속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추론의 게임이다. 동일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비용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방청객 섭외에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해서 외부 촬영 등의 제작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제작 구조에서 랜선 콘서트 등으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았고, 새롭고 신기한 그리고 상호작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부대 효과까지 얻었다면 안정된 포맷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지 못했던 〈사랑의 콜센타〉(TV조선)나 〈트롯신이 떴다〉(SBS)의 랜선 버스킹 포맷은 코로나19 환경속에서 만들어져 향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콘텐츠 포맷이 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 글은 지속성의 방향에 주목하려고 한다. 정상 생활이 돌아오더라도 변하지 않고 추세가 될 흐름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오늘 당장은 작은 변화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될 수 있는 변화 가능성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확증할 수 없기에 논리적 추론에만 의존한다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수익성이란 범지구적인 보편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기에 합리적 추론이라고 믿고 시작해 본다.

Q1. 방송 광고 시장은 돌아올 것인가?

광고는 일종의 유행과도 같다. 물건과 기호만 유행을 타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의사결정도 유행과 트렌드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합리적 미디어 플래닝에 의해서 결정되고 집행되기도 하지만, 남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가는 감성적 결정도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광고가 디지털로 몰리는 현상도 효율성 등 합리적 의사결정과는 별개로 남들 가는 곳을 선택하는 감성적 결정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코로나는 감성적 결정과 합리적 결정이 서로 수렴케 했다. 과거에도 방송 광고는 하락 추세였다. 2019년 방송 광고는 전년대비 7.2% 감소했다. 지상파만 놓고 보면 15% 하락했고, 케이블조차도 3% 이상 하락했다. 지상파의 광고 수익은 1,867억 원 감소해서 1조 2,352억 원을 거두었고, 케이블은 1조 7,920억 원으로 마감했다. 그동안 방송 광고 시장이 총액은 유지하면서 광고 수혜의 대상이 지상파에서 CJ ENM과 JTBC 같은 종편 사업자로 이동하는 그림이었다면, 2019년에는 방송 광고 총액 자체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핵심’ 콘텐츠의 시청률과 광고 수익간의 관계를 부인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이고 시청률이 높은 콘텐츠는 여전히 광고주의 선택을 받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시청률이 증가하더라도 광고 수익은 감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장의 문법을 만들었다. 2017년 전체 광고비의 30% 정도 점유율을 유지하던 방송 광고가 2020년에는 20%도 못 채울 것으로 보이고, 지상파는 1조 원이 무너질 상황이다.

광고 시장에 미친 영향이 유독 방송 광고 시장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 또한 위기의 징후를 무시하지 못하게 한다. 방송 광고는 무너지고 치이고 파였지만, 디지털 광고 시장은 선방했다. 방송 광고를 선택했던 광고주가 방송은 버렸지만, 디지털은 버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40~50대의 유튜브 및 OTT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 디지털 영역이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미디어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광고 시장에까지 그 영향이 미쳤다. 유튜브의 단위당 광고 단가는 지속 상승 중이다. 클릭당 1원에 불과했던 유튜브 광고 단가는 어느새 6~8원까지 상승했다. CJ ENM의 1분기 실적도 이를 잘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수익이 나빠졌지만, 디지털 섹터의 수익성은 증가했다.

현상은 분명하고 원인도 분명하다. 가성비는 여전히 중요한 변수이긴 하지만 가성비 그 자체가 핵심 요인은 아니다. 닐슨의 광고 지표에 따르면 방송 광고의 단가는 무너졌다. [그림 1]을 보면 2019년 1분기와 2020년 1분기의 방송 광고 수익에는 큰 차이가 없다. 지상파의 광고가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는 시장의 현실과는 이격이 심하다. 이는 닐슨의 광고 측정 방식이 광고 운행 정도와 업종, 광고주, 상품별 광고량을 통해서 해당 시장 내 집행된 광고비를 추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전년과 유사한 광고주의 광고가 비슷한 수량만큼 나왔다면 광고비의 총액도 비슷하다’고 결론내리는 방식이다. 실물 광고 집행 자료가 극명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닐슨의 자료는 해당 시장의 광고 총량이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따라서 방송 광고의 단위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빈 화면으로 내보낼 수 없는 방송 광고의 특성을 감안할 때 광고에 대한 서비스율이 증가했다는 의미이다. 단가가 하락했으니 가성비는 높아졌다. 그러나 그 조차도 광고주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의미고,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의 방식으로 광고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결국 수익의 악화와 제작비용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방송 광고가 디지털의 본질적 특성을 재현해내지 못해서 생긴 문제라고 한다면 해법은 맞춤형 광고(Addressable AD)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완벽한 의미의 개인화 서비스는 아니지만, 방송 광고 역시 2019년부터 타깃 광고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SKB는 SBS 및 SBS M&C와 방송 광고의 타깃화에 대한 MOU를 체결한 바 있고4), 2020년에는 SKB와 KT가 MOU를 체결하면서 전방위적으로 이를 추진하고자 했다.5) 다만 기존의 광고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던 방송사업자가 자신의 권한을 일부 플랫폼 사업자에게 위임해야만 가능한 맞춤형 광고의 특성상 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 광고 시장의 붕괴가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 지금, MBC 등 지상파 방송사업자도 전향적인 자세로 맞춤형 광고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기회다. 다만 내일의 위기를 바라보며 오늘 내렸어야 할 선택을, 어제의 실패를 보고 난 뒤에서야 오늘 내렸다는 점에서 늦은 결정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고의 지향이 바뀐 것도 무시할 수 없다. Fortune 100대 기업이 유튜브를 피하는 상황이고 보면 분명 TV는 프리미엄 광고 시장이다. 그러나 퍼포먼스(Performance)가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부각되는 현재의 광고 트렌드를 콘텐츠 사업자 주도형 방송 광고는 부응할 수가 없다.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력 등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방송 광고의 ‘진실의 순간’이 열렸다. 궁핍함을 핑계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광고주는 방송 광고가 매력이 없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다 알고 있으나, 하지 못했던 말을 이제는 했다. 방송 광고가 디지털 광고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상 이 추세에 대한 반전은 불가능하다.

Q2. 선행 창구로서 극장 사업은 지속할 것인가?

미디어 사업 영역 중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이 강하게 미친 곳은 극장을 중심으로 한 영화 생태계다. 방송이 속성상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형식적이지만 디지털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극장은 대면과 접촉을 근거로 한 오프라인 사업이기 때문이다. 비말을 통해서 전염이 가속화된다는 사실을 안 이상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을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자신의 삶에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물리적 공간은 나름의 대비를 하면서 갈 수밖에 없지만, 여가란 이름으로 일상의 선택지일 뿐인 극장은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사상 초유로 극장이 문을 닫았고6), 당일 전국 관람객의 숫자가 2만 명을 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연출했다. 고위험 고수익의 전형이었던 영화란 콘텐츠는 갈 곳을 잃었다. 개봉일을 기약하기 힘들게 되었다. 일부는 분쟁7)을 감수하고서라도 넷플릭스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일부는 아직도 개봉일을 고대하며 버티고 있다.

NBCU가 제작한 〈트롤: 월드투어〉는 극장 개봉과 유료 방송 동시 개봉이란 선택8)을 했다. 북미의 대부분 극장은 개봉을 거부9)했고, 국내에서도 CGV나 롯데는 선행 창구의 붕괴를 가져온다며 〈트롤: 월드투어〉의 상영을 거부했다.10) 결국 〈트롤: 월드투어〉는 메가박스에서만 상영을 했다. 동시 개봉을 이슈로 〈트롤: 월드투어〉는 국내 IPTV에서 22,000원이란 고가의 상품을 만들었고, 대략 극장 관객 300만 정도가 본 영화의 VOD 판매액을 만들었다. 극장과 협의를 할 수 없는 일부 콘텐츠는 극장을 포기하고 IPTV 개봉 혹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를 선행 창구로 삼았다. 이런 경향이 전면적이지는 않지만 시장은 이미 균열이 일어났다.

한국 영화 시장의 관객 수는 2억 명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안정기라고 진단했었다. 1인당 영화 관람횟수는 4.2회 정도로 정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극장 관객수의 증가는 50대 이상 관람객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천만 고객 상영작이 되려면 중복 관람 고객이 증가하고 중장년층의 극장 관람이 필수 요건이다. 50대 이상 관람객은 2013년 5.3%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10%로 증가했다. 10~20대는 영화의 품질이나 흥행에 상대적으로 민감해서 2억 명을 기본으로 놓고 관람객 수의 들고 남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곤 했다.

그러나 50대 이상은 일종의 상수처럼 새로운 여가 시간의 하나로 극장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고, 극장 사업자들도 이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내 놓으면서 유치하려고 했었다.

문제는 이들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 질병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연령층이라는 점이다. 50대 이상의 코로나19 사망률이 50대 미만보다 6배나 높다는 주장11)은 이들의 두려움을 키웠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좋은 20~30대들에게 극장은 문화 향유와 연애 공간으로서 의미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50대 이상에게는 두려움의 공간으로 재인식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에는 극장을 가기가 두렵다는 고객이 늘어난다. 그럼 극장은 10% 정도만큼 관람객 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가격에 민감한 20~30대를 대상으로 줄어든 관람객 수를 보전하기 위해서 가격을 인상할 수도 없어서 다른 선택 옵션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극장을 가는 고객과 IPTV 등으로 여가를 보내려고 하는 고객이 양분된다고 본다면 자연스럽게 극장과 IPTV 등 일부 유료 방송사업자와의 극장 동시 상영이 일상화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분간은 여러 조건이 결합된 특정 영화군에게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극장 동시개봉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전작의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었던 〈트롤: 월드투어〉는 상대적으로 IPTV 등에서 흥행을 거두었지만, 극장의 후광효과가 제한적인 〈헌트〉등은 주목받지 못했다. 고객군이 나누어진다는 전제라면 전망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너무도 뻔한 결론인 셈이다.

다음은 제작사다. 국내에서 통상 대작 영화는 200~300억 원, 그리고 중작은 100억 원 초반의 제작비를 가지고 있다. 극장 문이 닫혔다고 가정했을 경우 이들이 갈 수 있는 공간은 OTT일 수밖에 없다. 제작비 100억 원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은 글로벌 유통을 할 수 있는 넷플릭스 등 일부 사업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넷플릭스가 수용할 수 있는 신작 콘텐츠의 수용 범위가 1,000억 원대 안팎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경우도 대략 방송과 영화로 나눌 경우 서너 편에 불과하다. 따라서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결국 OTT의 선택을 받는 영화의 편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Q3. OTT의 대중화로 인해 유료방송의 가치는 하락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가장 명료하다. KT는 OTT 애그리게이터(Aggregator)의 위치를 점하겠다고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선언했다.12) 그것도 단수 OTT가 아니라 복수 OTT를 품겠다고 말이다.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앞으로 디즈니플러스 등 등장하는 글로벌 OTT를 모두 품을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OTT를 적이 아닌 동지와 협력의 파트너로 품겠다는 의미다.

실시간을 놓고 소수의 채널을 운용하던 지상파와 다채널을 제공하는 케이블 사업자간의 경쟁에서 케이블 사업자가 우세를 점했다면, VOD와 초고속을 놓고 케이블과 IPTV가 경쟁을 해서 IPTV가 우위를 점했다. 결국 2020년 대한민국 시장에서 시장의 주도는 IPTV 사업자로 재편되었다. 현재까지의 경쟁은 덜어내는 경쟁이 아니라 덧붙이는 경쟁이었다. 이런 구도라면 실시간 등을 제공하지 못하는 글로벌 OTT 대비 IPTV가 유리해 보인다. 절대적 가성비라는 지표가 통하지 않는 국내 영상 시장에서 OTT 서비스는 실시간을 핵심 상품으로 제공하는 유료방송서비스의 보완재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시장은 항상 우리의 예측대로 진화하지는 않는다. 다만 넷플릭스 등 OTT 글로벌 사업자가 실시간을 품지 못할 이유는 없으나, 글로벌 사업자가 로컬 사업자의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따라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 절대적 경쟁자는 아니다.

정리를 해 보자. 시장에 균열은 발생했다. 사업별로 균열의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방송 광고의 균열은 강하고 습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맞춤형 광고와 같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답답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광고 수익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채널 사업자의 제작 환경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제작사업자의 시장 주도력이 훨씬 강한 시장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는 물리적 환경을 확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 채널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고르고 선택하던 시대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유통 채널을 선택하는 현상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맥락에서 대형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넷플릭스가 시장의 강한 추동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극장 관객의 이원화가 일어나면서 창구 전략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유료방송사업자는 OTT와 직접 경쟁을 하기 보다는 품안에 들이려고 하는 시도를 할 수밖에 없지만, 이로 인한 수익 경쟁은 다시 가입자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는 미디어 시장의 오랜 관행에 질문을 던졌고,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 진행형이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