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방송포맷 행사인 ‘BCWW FORMATS 2018’이 지난 9월 4~6일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국제방송영상마켓 BCWW(Broadcast Worldwide) 2018 사전 행사로 개최된 BCWW FORMATS는 콘퍼런스를 비롯 포맷 쇼케이스, 비즈니스 매칭 등을 통해 최근 방송영상콘텐츠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방송 포맷을 종합적으로 다뤄 관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9월 5일 열린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국제 포맷 공동 제작 주요 사례들을 요약, 소개한다. - 글. 이현주(편집부) / 사진. 김성재
<Fan Wars>는 국내 지상파 최초로 유럽에 포맷을 수출한 사례다. SBS와 글로벌 방송영상 콘텐츠 제작사 바니제이(Banijay) 그룹이 <판타스틱 듀오> 포맷 수출을 공동 기획·제작한 결과다. 1년 여 동안 그들과 함께 기획을 진행하고 플라잉 PD1)로 현지 녹화에 참여했던 SBS 김영욱 PD는 이러한 과정에서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차이를 느꼈던 점은 한국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PD와 작가의 아이디어에 많은 것을 기대는 반면, 바니제이는 기획부터 ‘팀’ 단위로 자료조사 및 시장분석을 하는 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것.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흥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 집단과 회의를 하며 기획을 했다. 공동 제작을 함께했던 이들은 모두 각 분야 전문가들이었다. 계약 과정을 일일이 녹취하고 이메일로 기록한다는 점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해외 기업과 협업하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그들의 방식을 빨리 체득해야했다.”
<판타스틱 듀오>는 스페인 지상파 채널인 TVE를 통해 방송되었는데, 김 PD는 같은 국영채널이니 SBS와 제작 환경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한국의 PD들은 프로그램 기획에서 섭외, 편집, 편성 과정에도 개입될 수밖에 없고 시청률에 대한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스페인에 가보니 이 같은 시스템은 매우 드문 경우였다. 그래서 우리가 매우 독특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연예인 섭외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연예인들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이 주요 수입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SBS라는 플랫폼의 홍보 효과를 고려해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국영방송이라 할지라도 섭외나 편성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었다. 이처럼 단순히 문화적 차이가 아닌 제작 시스템의 차이가 존재했다.”
CJ ENM은 베트남 VTV와 함께 <Love at First Song>을 공동 제작했다. CJ ENM 장혜선 PD는 회사 내부에서 페이퍼포맷에 대한 제작 의지가 있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음악콘텐츠와 데이팅쇼를 접목하게 되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베트남 현지 포맷은 기존의 페이퍼포맷과 총 에피소드 수를 다르게 제작했다. 원래 에피소드는 12편이지만 베트남에서는 14편으로 구성해야 했다.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리얼리티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래서 기존 포맷에서 리얼리티 부분을 줄이고 현지에서 흥행 중인 음악쇼 부분을 최대한 살리고자 에피소드 후반의 커플 공연 부분에 좀 더 집중했다.”
장혜선 PD는 해외기업과 협업과 기존 방식의 차이로 계약 단계의 중요성을 들었다.
“포맷을 잘 만드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나, 포맷을 만든 후가 중요했다. 특히 계약 부분이 그렇다. 한국에서는 계약 단계를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후에 수익분배에 있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해외기업과의 협업으로 계약 단계의 중요성을 배운 덕에 점점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었다. 또한 포맷을 공동개발 하는데 있어 상대 회사의 주장이, 그 회사만의 특수한 의견인지 시장의 차이 때문인지 판단이 안 설 때가 많다. 점차 경험이 축적되어 갈수록 그들의 말에 어디까지 동의해야 하고, 우리의 입장을 어느 정도로 주장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센 미디어는 예능, 교양, 다큐멘터리, 시사, 광고 등 다양한 형태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온 콘텐츠 그룹으로, 2017년 영국 제작사와 공동으로 포맷을 제작한 <Ready, Cook!>에 이어 <Kitchen Cashback>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영국 주요 지상파 방송사와 시리즈 편성을 논의 중이다. 이재준 대표는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얻은 해외 공동 포맷 제작 시 유념할 사항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 명확한 소통과 정확한 언어. 가장 기본적이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사항이다. 각자 회사에 맞는 시스템을 갖춰 상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라.”
“두 번째, 상호 간 업무 시스템에 대한 이해. 한국의 제작 시스템과 글로벌 시스템과의 차이가 있어 제작 과정뿐만 아니라 비용 면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매우 중요하다.”
“세 번째, 공정한 계약. 흔히 우리는 계약을 따내면 끝이라고 생각하나, 계약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계약 조건이 합리적인지 꼼꼼히 따지고, 불만족스러운 조항이 있다면 명확히 합의점에 도달했을 때 계약을 진행하라.”
“네 번째,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신뢰. 가장 중요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키’다. 공동 제작은 ‘같이’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후지TV 구보타 사토시 감독은 2년 전 드라마 <미생>(tvN)을 수입해 <HOPE~기대 제로의 신입사원>으로 리메이크했으며 올해 7월에는 그가 수입한 <굿닥터>의 일본판이 방영되었다.
“<미생>을 수입했을 당시에는 일본 젊은이들의 취업난이나 어려움이 크게 부각되는 시기가 아니었다. 해외 작품을 현지화할 때는 자국의 경제 사정이나 사회문화를 반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의료, 형사물의 인기가 높은 편인데 수입하는 시점의 사회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현지화가 유리한 편이다.”
일본판 <굿닥터>는 첫 회부터 10%대 시청률을 기록했고 최고 시청률 13%를 달성하는 등 인기리에 방영을 마쳤다.
“일본에서 작품을 수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에피소드 10개로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 작품의 경우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 되는데, 이때 가장 고민하는 것은 한국 또는 현지의 유행을 파악하는 것이다. 때문에 현지 제작자들과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의료물의 경우 감동을 주는 구도가 전 세계적으로 정형화되어 있다. 그러나 <굿닥터>의 경우 다른 의학 드라마와 달리 병을 앓는 의사가 환자를 살려낸다는 점이 독특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The Good Doctor>는 2017년 미국으로 포맷 수출, ABC 방송에서 방영되어 시즌 2 제작이 결정될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유건식 KBS 방송문화연구원은 <The Good Doctor>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로 콘텐츠가 좋았기 때문이다. 좋은 콘텐츠로 한국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피칭 시 해외 바이어들에게 이 점을 어필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현지에서 인기 있는 소재였다는 점이다. 메디컬 드라마는 미국에서 인기가 있지만 에피소드 중심이다. 한국은 연속극이 대부분이다. 보편적인 미국식 메디컬 드라마에 특별함이 더해져 성공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요인은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였다. 예를 들어 저작권 계약 시 한국에서는 작가 동의만 받으면 되는 반면, 미국에서는 전 스태프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유학 경험을 통해 얻은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로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
네 번째는 철저한 피칭 준비다. 포맷으로 피칭할 때는 트레일러로 영업할 때보다 훨씬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피칭과 협상 과정에서 엔터미디어콘텐츠 이동훈 대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결론적으로 CBS와 논의할 당시의 2배 금액으로 ABC와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