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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 UHD에 발맞춰가는 소리, 실감음향

전 세계의 정부와 기업들은 UHD1) 시대의 음향 시스템이 과거보다 혁신적이길 기대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3차원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UHD 시대에서 음향을 다루는 이들은 소리가 평면도형인 원이 아니라 입체도형인 구처럼 에워싸는 형태를 떠올렸다. 좌우로 스피커를 늘리는 채널 경쟁을 넘어 소리가 상하로도 움직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이러한 발상이 차세대 소리인 입체 음향, 일명 ‘실감음향’이다. - 글. 오정수(편집부)

45년간 음향 시장을 이끌었던
돌비연구소

돌비연구소(이하 돌비)는 ‘돌비 애트모스’와 ‘돌비 AC-4'의 기술력으로 실감음향 시장에 나섰다. 돌비는 전후좌우의 서라운드 스피커에 종속되어 있던 소리를 해방시켰다. 음향을 단순한 스피커의 산물이 아닌 극장 안 특정 공간에 맺힐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것이 돌비 AC-4의 기본 개념이다.

  • 돌비 애트모스 웹페이지
출처 : 돌비 애트모스 웹페이지

기존 음향 시스템에선 각각의 소리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관리하며 일부 요소만 서라운드 스피커로 돌려 효과를 내는 데 활용했다. 하지만 돌비 AC-4는 좌표 값에 해당하는 공간의 특정 지점에 소리가 맺히도록 시스템화 되어있다. 객체 사운드에 메타데이터를 붙여 좌표 값을 지정하여 공간을 입체적으로 이용했다.

소리가 특정 지점에 맺힐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돌비 애트모스 덕이다. 서라운드 스피커 외 천장에 독립된 스피커 채널을 추가,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수평 음장(물리적으로 음이 존재하는 공간)에 수직 요소를 첨가하여 전-후-좌-우-상-하 전방위로 흐르는 3차원 입체 음향을 구현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실제 그 상황 속에 있는 것처럼 콘텐츠를 보다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

  • 수직요소(상ㆍ하), 수평 서라운드 시스템(전ㆍ후ㆍ좌ㆍ우)

믹싱 과정에도 차이가 있다. 기존의 음향 시스템에서 사람의 목소리는 한 덩어리고 많은 소리 중 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대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목소리 영역대의 주파수를 찾아내 소리를 키워야 했다. 하지만 배우의 음성을 별도의 객체로 관리하는 차세대 음향 시스템에서는 사람의 목소리만 따로 뽑아 키우는 게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콘텐츠에 담길 소리는 믹싱 과정을 마친 후 별도의 압축 과정이 필요했지만, 차세대 음향 시스템에선 오디오의 믹싱 과정에 이미 오디오 코덱이 관여한다. 돌비 AC-4에서는 원하는 입체감을 구현하기 위해 객체 데이터와 함께 좌표 값을 담은 메타데이터를 전송해야 한다.

이처럼 돌비 애트모스와 돌비 AC-4 기술은 서로 연관되어 다양한 콘텐츠에 실감음향을 적용시키고 있다. 얼마 전에 개봉한 <신과 함께: 인과 연>도 돌비 애트모스 기술이 들어간 콘텐츠며, 돌비 애트모스, 돌비 AC-4가 탑재되어 있는 스마트폰을 쓰는 유저들은 다채롭고 입체적인 사운드로 콘텐츠를 느낄 수 있다.

소리의 깊이를 구현한 MPEG,
그와 손잡은 떠오르는 샛별 소닉티어

  • MPEG 로고 & 소닉티어 로고
이미지 : MPEG 로고 & 소닉티어 로고

MPEG(Moving Picture Experts Group, 1988년 설립된 동영상 전문가 그룹)는 ISO 및 IEC 산하에서 비디오와 오디오 등 멀티미디어의 표준 개발을 담당하는 소규모의 그룹이다. MPEG는 돌비의 실감음향과 다른 방법으로 소리를 만들었다. MPEG의 소그룹 MPEG-H 오디오 연합에서 차세대 음향 ‘MPEG-H 3D’를 개발하였고, 이는 모든 방향의 음원을 실시간으로 녹음하는 방법으로 입체 음향을 만든다. 최대 22.2 채널까지 지원하는 MPEG-H 3D는 세 가지 방식의 입력 신호를 받아들인다. 채널별 신호, 객체별 신호, 고차 앰비소닉스(음장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과 일정한 방식의 스피커로 재생하는 시스템으로, 실제적인 입체음향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시스템)를 통합적으로 받아 전송하며, 이로 인해 청취자는 콘텐츠의 몰입을 경험하고 취향에 따라 맞춤형 오디오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 또, 다양한 스피커 배치 환경과 헤드폰에서도 최적화된 입체 음향을 재현하기 위한 렌더링(rendering) 기술을 제공한다.

장면 기반 오디오를 가진 MPEG와 손을 잡은 토종기업 ‘소닉티어’의 기술력도 눈에 띈다. 소닉티어의 실감음향 비밀은 전면부 스크린 Y축에 있다. 소닉티어는 전면부 스크린의 소리를 훨씬 섬세하게 쪼갰다. 돌비가 3개 또는 5개 스피커를 전면에 배치하는 데 비해 소닉티어는 15개나 설치했다. 이 시스템은 스크린 영상 속 피사체의 움직임에 따라 사운드의 연출이 가능해 훨씬 명료한 실감음향을 선사한다. 돌비 AC-4 메타데이터 방식과 다른 채널 방식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 소닉티어 웹페이지 - 기존 스크린 스피커 배열
  • 소닉티어 웹페이지 - 소닉티어 스크린 스피커 배열

소닉티어는 지금까지 60여 편의 국내 영화에 음향 작업을 했고, 전국 20여 개 상영관에도 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해 더욱더 몰입도 높은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또, 네이버TV를 통해 방영에 들어간 웹드라마 <품위있는 여군의 삽질로맨스> (네이버TV)에 소닉티어의 음향기술이 적용되었다.

  • 중간 생략

현재 UHD 방송의 표준을 놓고 격돌하는 진영은 돌비와 MPEG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돌비의 우세가 예상된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인 돌비의 기술이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돌비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유럽 및 아시아 정부와 기업은 반대의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세계적인 음향업계 기업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좋은 콘텐츠’일 것이다. 충실한 콘텐츠에 혁신적인 음향 기술을 탑재한다면, 우리의 콘텐츠가 세계 소리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낳는 씨앗이 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 참고서적

ㆍ「소리혁명」 김재평·임영문·박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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