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바라본 무한도전 속 하하는 색이 강하지 않아도 톡톡 튀는 재미를 선사하는 인물이다. 그 것은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체화시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소화해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멤버들과 떨어져 있을 때에도 홀로 상황을 설정해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시시때때로 ‘내가 제일 멋져’라며 자아도취에 빠져도 그는 결코 밉지 않은 캐릭터다. ‘키 작은 꼬마’에서 이제는 아이 둘을 가진 어엿한 가장이 되었지만 하하는 철부지일 때가 가장 빛나보인다. - 글. 윤연주(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
그가 무한도전에 처음 등장했을 때 얻은 별명은 ‘잘생긴 하하’였다. 그러나 멤버들이 서로 못난 점을 찾아 놀리는 과정에서 그는 ‘꼬마’가 되었다. 그렇게 얻은 ‘꼬마’라는 캐릭터와 본업인 가수로서 뿜어낸 ‘음악성’이 만나 시너지를 낸 것이 바로 <강변북로 가요제>(2007) 특집이다.
하하는 평소 심취했던 장르인 레게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선보였다. <키 작은 꼬마 이야기>는 그가 본업인 가수의 꿈을 재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이 되었다. 하하 또한 스스로 <강변북로가요제> 이후 제 2의 음악인생을 시작했다고 평한다.
한참 잘 나가던 하하도 병역의무는 지켜야 했다. 2년 후 그는 복귀했지만, 공백기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적응을 못하는’ 상황을 캐릭터로 소화시켜 ‘하하야 힘내’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냈다. 제작진 또한 동갑내기 친구인 노홍철과 비교 당하는 상황을 <하하vs홍철>(2012) 특집으로 풀어내며 그의 부활을 도왔다.
하하는 캐릭터 속에서 자신의 단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잘생긴 하하’로 등장해서 키 작은 ‘꼬마’로, 그러나 ‘꼬마’로서 얻어내는 ‘하하야 힘내!’ 까지.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특유의 모자람으로 무시당하고, ‘나는 남자야!’라는 남성성을 내보이고 싶어 하지만 멤버들 사이에서는 그저 키 작은 꼬마로 불리는사람. 시청자들은 왠지 모르게 짠한 그의 모습을 응원하며, 부족해도 꿋꿋이 이겨나가는 현실 속 자화상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하하는 콩트 설정에 있어서 유독 욕심을 보였다. “잘생기고 하버드대 나왔어. 인기도 엄청 많은데 정작 나는 그걸 몰라.” 하하가 자신의 캐릭터를 설정할 때 자주 하는 대사다. 시청자들은 이를 두고 ‘하하 유니버스’라고 한다. 하하 유니버스란 본인이 가진 부와 인기, 명예 등을 세상은 다 아는데 자신만 모르는 상황을 뜻한다.
이 세계관이 적용된 캐릭터는 무한도전의 다양한 특집에서 일관되게 등장하는데, 그 절정은 ‘하이브리드 샘이 솟아 리오레이비’였다. 줄여서 ‘하이브리드’라 불리는 이 캐릭터는 성장이 지체된 34살 어른이다. 회사 면접장을 '위대한 탄생' 오디션 무대로 착각하는가 하면, 신이 되어 '두발자유화'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치렁치렁 얼굴을 다 덮은 머리로 사소한 것에 괴성을 지르고, 애니팡 끝판 깨기에 흥분해 밤잠을 못 이루는 모습은 사회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괴짜 만화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순수한 하이브리드의 눈에 보이는 현실은 이해되지 않는 게 너무나 많을 수밖에 없다. 현실과 핀트가 어긋나는 그의 괴리적 행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개성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무한도전 내에서 하하의 역할은 생각보다 컸다. 하하는 ‘무한재석교’의 열혈신자이자 오른팔로서 유재석에게 골 찬스를 만들 수 있게 옆에서 도움을 주는 미드필더였다. 김태호 PD 또한 무한도전 종영 후 인터뷰에서, ‘하하는 유재석 못지않게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역할’이었다고 평했다.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무한도전은 큰 존재였던지라, 무한도전 종영 이후 타 방송에서도 그로 인한 상실감이 개그 소재가 되곤 했다. 김종국은 하하에게 ‘무한도전 끝나더니 급이 떨어진 것 같다’라며 놀렸지만 큰 그림을 보는 하하의 혜안은 비단 무한도전에서만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체화시키는 센스는 앞으로의 방송활동에서도 큰 빛을 발휘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