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지 록과 라이엇 걸 운동, 그리고 비디오게임
- 보다 의미있는 문화를 위한 다이얼 돌리기
작성자: 리 알렉산더(Leigh Alexander) 작성일: 2013년 8월 16일
[가마수트라의 리 알렉산더(Leigh Alexander)가 영국에서 열린 나인 월드 컨벤션(Nine Worlds Convention1)에서 발표한 이 글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시작합니다. “여러분의 시스템은 형편없어요. 그러니까 게임 문화가 형편없다고요.”
컴퓨터광(geek)들의 케케묵은 이야기를 무한반복하거나 인터넷에 열받아하는 일은 문화가 아니다. 그냥 지친다. 놀라운 게임들 몇 개와 고무적인 작품들이 싹을 틔우고 있음에도, 더 큰 수준의 이야기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을 “문화 저널리즘”이라고 부르고 싶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고 믿고 있는 게임들과 생각들을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일에 만족하려 애쓰고 있다. 그것도 이미 그런 걸 좋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솔직히 이만큼도 꽤 힘들다. 변화 바로 그 자체, 즉 내가 제시하는 내키지 않는 “대안”에 화가 난 사람들의 공격을 매일 같이 온 힘을 다해 막아내야 할 땐 더더욱 그렇다.
게임은 표현이 풍부한 플레이, 창조와 공유에 대한 것이어야 하지만, 때로는 향수(nostalgia)와 게이트키핑(gatekeeping), 누가 가장 편협하고 집착하는지를 알아내려는 경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제일 앞으로 달려 나와 “게임은 비즈니스”라고 상기시키는 사람에 대해서도 잊지 말자. 자신이 자신이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거나, 공유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말하고 싶을 때 그런 식으로 말한다. 그런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보면 희망이 아주 없지는 않다. 게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게이머 ‘문화’가 보여주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 우리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위기의 순간에 서 있다. 우리는 자아도취를 거부하고 상업주의에 저항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우리 세대의 영광스러운 유산에 대해 폭동과 소란을 일으킬 수 있다. 모든 것이 때가 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폴라 압둘, 크래커, <클랙스>
미국의 1990년대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아이러니한 향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1993년에 나는 열 두 살이었고 막 7학년이 됐다. 당시 나는 헤어밴드를 두르고 데님을 입고 팝 음악 카세트를 가지고 다녔다. 나와 친구는 “You’re In Love!” 같은 윌슨 필립스(Wilson Phillips)의 노래들과 폴라 압둘(Paula Abdul)의 노래를 들었다. “Opposites Attract”가 동요는 아니었지만, 만화 캐릭터와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는 1990년대에 가장 인기 있었던 뮤직비디오 중 하나였다.
“Opposites Attract” 뮤직비디오는 당시 팝 음악이 가진 천진난만을 잘 나타내는 사례를 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내가 앞으로 공유하게 될 음악사에 대한 정보의 대부분을 알려준 필독서 “Whatever Happened to Alternative Nation”의 저자 스티븐 하이든(Steven Hyden)은 이 뮤직비디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 뮤직비디오는 미국 문화의 어리석은 자아도취를 없애줄 누군가가 절박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xweiQukBM_k]
1980년대에 나는 지하실에 숨어서 하이퍼카드(HyperCard) 쉐어웨어의 신비로운 언어와, 다루기 어렵고 현학적인 구문해석(parser) 게임들에 폭 빠져 있었다. 나는 대중문화의 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의 대중문화에서 여자아이들은 밝은 레오타드를 입고 미스 제인(Miss Jane)이나 미스 수(Miss Sue)처럼 폭탄머리를 한 여자들이 소리지르는 댄스교실에 다녀야했다.
밤에는 여동생과 한참동안 <클랙스(Klax)>를 플레이한 다음 라디오를 듣다가 잠이 들곤 했다. 어느 날 밤, 무언가가 변했다. 그 때까지 내가 듣던 대량 생산되고 버려지는 팝 음악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걸 끊지 않고선 멋진(cool) 사람이 될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에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란 물론 소속감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자신이 이 세상의 구성원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 소외감을 느끼거나 상처받지 않으면서 다른 아이들과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라디오 주파수를 록 음악 방송으로 바꾸기로 했다. 내 베이비시터가 남자친구와 미스터 빅(Mr. Big) 콘서트에 갈 때 듣던 방송이었다. 그날 밤 처음으로 들었던 크래커(Cracker)의 “Low”라는 노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전에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독특하고 멜랑콜리한 분위기의 노래였다. 처음에는 사실 내가 그런 노래를 좋아하는 건지조차도 몰랐고, 뭔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바로 “얼터너티브 록”으로,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새로운 것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태어난 음악이었다.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gYdlqjiQPAc]
80년대는 기업 성장(corporate climbing), 자본주의적 이상주의, 그리고 기계 산업의 시대였고,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다. 우리의 아버지는 그가 몸 담고 있는 “산업(Business)”에 의해 정의되었고, 어머니는 체육관에서 제자리 걸음 기구인 스테어마스터(Stairmaster)를 열심히 오르고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저널리스트였다. 하이파이(hi-fi)에 대한 글을 썼고, “홈 테크놀로지(home technology)”에 대한 칼럼을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 지(紙)에 실었다. 기술을 집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직 하기 힘들던 시절이었다.
비디오게임도 80대에 가정으로 들어왔다. 아버지의 일 덕분에 우리는 아타리(Atari)와 콜레코(Coleco)를 받았다. 우리는 코모도어 64(Commodore 64)와 애플 IIe를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의 칼럼에서 언급해주기를 바라며 보내온 소프트웨어들이 선반에 가득 차 있었다. 그 때의 게임들은 사랑스러웠고, 말을 배우는 신생아처럼 미숙한 아트 형태였다.
하지만 그 게임들은 아주 곧 새 하드웨어 플랫폼을 전시하는 장으로 내몰렸다. 오늘날에도 게임들은 이 역할을 하고 있고, 항상 하드웨어 전략의 기수가 되어야 했다. 90년대 말의 게임은 결국 하드웨어 개발 경쟁에 필요했던 고급 기술과 풍부한 그래픽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술은 인류의 소유가 되었다.
멋진 녀석들
1980년대의 풍요와 기술 발전에 대한 미국의 사랑은 내가 자라난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모든 영화에 소년 영웅이 나왔고, 우리는 닌텐도 시리얼을 먹으며 <지아이 조(G.I. Joe)>를 보았다. 소녀들은 바비 인형과 장난감 오븐을 가지고 놀거나, 아니면 내가 했던 것처럼 근육질의 영웅이 공주를 구출하는 이야기에 열중할 수도 있었다.
게임 시스템을 소유한다는 판타지도 여러분을 학교에서 잘 나가는 녀석으로 만들어줄 것처럼 광고에 나오곤 했다. 잘 나가는 애들은 항상 멋진 백인 소년이고, 소녀들이나 유색인종들이 광고에 등장할 땐 주로 비디오게임에서 승리하는 그 멋쟁이 백인 소년을 동경하거나 부러워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편 1990년 들어 음악도 야심적인 멋쟁이에 고정되었다. 그 해 워랜트(Warrant)라는 밴드가 “Cherry Pie”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는데, 멋진 스포츠카를 소유하는 궁극의 판타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그리고 스포츠카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인이 타고, 달콤하게 유혹하는. 같은 해 포이즌(Poison)의 “Unskinny Bop” 뮤직비디오는 성행위를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것으로 비유했다.
이 로커들은 쫄바지, 긴 머리와 립스틱 바른 입술로 1980년대가 만들어낸 소비자 친화적인 남성성에 대한 불쾌감이나 전복을 표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이런 표현방식은 남성들의 이상이었다. 하지만 멋진 자동차에 대한 욕망을 표현함으로써 공연장은 여성들로 가득 찼고, 헤어 메탈은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의 메시지를 강화하기도 했다.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4U4SHF4hHsk]
1980년대의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게임 산업의 가장 눈에 띄는 무기와 가장 많은 팬을 가진 게임들도 하드웨어를 발전시키고 축적하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나왔다. 게임은 ‘더 크게, 더 좋게, 더 많이’라는 기업의 이상을 표현하고 그것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며, 2013년에도 여전히 돈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만든 힘에 대한 남성들의 천박하고 상투적인 판타지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큰 엔진과 멋진 폭발을 약속하면서.
오늘날 E3의 스크린샷 대부분은 “Unskinny Bop”과 MTV의 Headbangers’ Ball의 스크린 캡처와 미적으로 구분하기가 아주 어렵다. E3는 순전히 80년대식이다. 쫄바지를 입은 나이든 남자들은 아직도 여자, 로봇과 외계인에 열광한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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