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피티어>: 잔혹동화 게임으로 ‘일본식 길’을 열다
작성자: 크리스천 너트(Christian Nutt) 작성일: 2013년 9월 10일
<퍼피티어(Puppeteer)>는 소니 일본 스튜디오에서 근래 출시한 가장 흥미로운 신작 중 하나다. 플레이스테이션 3(PlayStation 3) 기반의 게임으로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소년이 꼭두각시 인형으로 변하고 목이 잘린다는 잔혹동화 스타일의 스토리는 대부분의 어린이용 콘솔게임의 안전한 주제와 차별화되면서도 어린 시절의 동화로 돌아가게 해준다.
이 게임의 디렉터인 개빈 무어(Gavin Moore)는 10년째 소니 일본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는 베테랑 디렉터다. 개빈 무어는 게임스컴(Gamescom)에서 진행된 가마수트라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어필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과 일본의 게임산업이 존경을 받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게임산업이 더 창조적이고 신속하게 반응하지 못한다면 유저들과 개발 인재를 모두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논했다.
지난 해에 일본의 게임 개발자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적이 있다.1 현재 상황은 어떤가?
개빈 무어: 기본적으로 일본의 개발팀들은 대체로 상당히 소규모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찾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대작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규모가 큰 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개발팀들은 서양 스타일을 따르는 대신(결국에는 그랬지만) 자신들의 강점을 잘 계발했어야 했다. 그들은 정말 상상력을 잘 발휘하고, 좋은 게임을 정말 잘 만든다. 사실 서양의 게이머들은 이 비슷비슷한 서양식 게임들을 별로 원하지 않는데, 일본 개발팀들은 서양 게이머들이 그런걸 원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어냈다. 별로 잘하진 못했다.
나는 일본의 개발자들이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보는데, 오랫동안 게임을 제작해온 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최고의 게임 중 일부는 일본인이 만든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게임업계의 특정 인물들(유저라기보다는 실제 제작자들)이 일본 제작자들을 혹평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니야. 나는 이것을 만들고 싶어. 그게 좋을 거야."라고 말해야 하는 것은 제작자임에도 책임자들이 이를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제작자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허락된다면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일본의 게임산업에 적응하고 있는가? 일본에서 한동안 살았고 소니에서 일한지도 한참 됐다. 그리고 결국은 일본에서 팀을 이끌게 되지 않았는가?
개빈 무어: 내가 소니에 들어온 지 16년이 되었고 일본에 와서 일본 스튜디오에서 일한지는 10년째다. 서양에서 건너온 서양인 개발자로서는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내가 게임업계에 들어온지가 21년 되었으니, 서양식 개발에서 일본식 개발로 옮겨왔다고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시각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게임의 핵심 기능을 훌륭하게 만든 다음에야 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일본식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정교하고 전문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양식으로 만든 게임들은 플레이할수록 "이거 정말 훌륭하군! 그런데 아주 좋지는 않아. 그러니까 좋긴 한데 뭔가 부족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식으로 만든 게임들은 "플레이하는 내내 좋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사실 나는 일본에서 일하면서 일본식으로 게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일본의 개발자들도 어떤 것들은 서양에서는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서양의 이상을 따라서는 안 된다.
개빈 무어
<퍼피티어>는 당신이 구상한 것 아닌가?
개빈 무어: 그렇다.
아들에게서 일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들었다. 당신의 구상에 팀원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와 어떻게 해서 팀을 이끌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개빈 무어: 내가 아이디어를 가져가 설명했더니, 내부 개발 책임자가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대한 컨셉트 영상을 만들어 보세요." 그런데 우리의 팀은 규모가 너무 작았고 6주 안에 만들어야 했으므로 실제로 컨셉트 영상은 지금 게임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이 영상은 훨씬 더 일본풍인데, 내가 일본문화를 좋아하고 그 동영상 안에 일본적인 요소들을 아주 많이 구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컨셉트 동영상을 보여주자 일본 스튜디오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하기 하지만 이걸 만들려면 엄청난 예산이 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니까 미국과 유럽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런걸 원하는지 알아보세요. 그래야 개발에 필요한 예산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좋아하긴 했는데 다만 이렇게 말했다. "너무 일본풍이군요. 색의 톤을 조금 낮추세요." 그렇게 된 거다.
우리는 팀을 여러 개의 개별 팀으로 나누었는데, 이것은 대부분의 팀들이 작업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각각의 팀은 게임의 각 부분의 작업을 맡았다. 그러니까 게임 디자이너 한 명과 애니메이터 두 명, 배경 아티스트 두 명이 정해진 한 레벨을 작업했다. 내가 그 레벨이 어떻게 되었으면 한다고 말하면 팀원들이 외관과 모든 것들에 대한 이미지 보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팀원들에게도 원하는 것을 게임과 그 레벨에 구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그런 다음 우리는 그 레벨을 시연해보고 2주에 한번씩 검토했다. 그 레벨이 재미있고 우리를 웃게 하면 그대로 구현되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게임 개발작업처럼 하향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는 대신, "내가 기획을 내놓을 테니, 가져가서 즐겨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전체 팀이 이 게임을 "개빈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자신의 게임으로 여기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작업을 조직했던 것인가?
개빈 무어: 그렇다.
민주적이라는 느낌을 가지려고?
개빈 무어: 이런 방식은 그날그날 내가 결정했으므로 민주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래야만 했다. 그래도 이런 방식이 게임을 제작하기엔 훨씬 낫다. <퍼피티어> 같은 규모의 게임을 혼자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해야 하고 그들을 신뢰해야 한다. 그들을 신뢰하고 그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모든 팀들이 가졌던 가치관은 이런 식으로 게임을 제작한다는 것이었다.
앨런 베커(Allan Becker)가 소니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에서 일본 스튜디오로 옮겼는데. 그게 도움이 되었는가?
개빈 무어: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경험, <갓 오브 워(God of War)>와 그 속편들의 대히트, <플라워(Flower)>와 <져니(Journey)> 등을 제작한 경험, 그리고 스튜디오 운영방법에 대한 엘런 베커의 시각이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 앨런은 일본에 와서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은 다른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블록버스터 대작을 만들라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 스튜디오에는 그럴 만한 예산도 없고 팀의 규모도 작으니까요. 그저 창의력을 더 발휘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는 무엇이 좋은 게임을 만드는지에 대한 혜안과 스튜디오를 더 좋은 방향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을 주는 혜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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