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워(Modern War)에서 비디오 게임의 미래까지
작성자: 크리스티안 너트 (Christian Nutt) 작성일: 2013년 8월 14일
E3 2012 의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Splinter Cell Blacklist)> 트레일러(영상 참조)가 마이크로소프트 기자회견에서 소개되었을 때 솔직히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액션게임 게임플레이로 언론에 소개하기에는 고문 장면이 지나치게 생생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후 나를 포함한 우리 스태프들이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가마수트라에 "E3 의 착각(The E3 of disillusion 1 )"이라 제목으로 비판적인 글을 실었다.
이후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 개발팀에서 이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인터랙티브한 고문 장면의 수위를 낮추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이 결정에 흥미를 느끼고 몇 달 전 개발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맥심 벨란드(Maxime Béland)와 수석 작가 리차드 댄스키(Richard Dansky)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게임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지금이 그 때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댄스키는 <톰 클랜시(Tom Clancy)> 시리즈에서 크리에이티브의 일관성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있고, 벨란드는 미디어의 잠재력을 심도 있게 언급한다. 두 사람 모두 ‘어디부터가 지나친 것인가’, ’플레이어에게 적절한 수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쟁을 했고, 날이 갈수록 상업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이용자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토로하기도 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이는 힘든 일이다. 어려운 주제를 매우 세련된 빅-스튜디오 게임으로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대답만큼이나 많은 의문이 생겨나기도 했다.
본래 두 분을 모시고, 특별히 여기 두 분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내러티브와 디자인간의 잠재적 긴장에 대해 매우 흥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게임 일부 메카닉에 내포된 의미가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지난 E3 이후 고문 장면을 조금 완화시켰지만, 여전히 고문 장면은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이 부분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면은 분명 추상적인 메카닉은 아니지요. 매우 사실적입니다.
제 첫번째 칠문입니다. 게임플레이에 내포된 의미와 메카닉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아야 할까요? 특히 실제적인 의미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떻게 균형점을 찾아야 할까요?
<동영상 : http://youtu.be/FB5SClM5DF4>
리차드 댄스키(이하 RD):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게임플레이와 내러티브 사이의 긴장을 언급하셨는데, 우리는 이를 긴장이라기보다는 플레이어의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풀어 나가고자 했습니다. 게임플레이와 내러티브가 만나서 그러한 경험을 만들어내도록 한 것입니다.
게임 개발의 목표는 플레이어가 게임플레이 메카닉을 따라갈 때마다 적합한 내러티브가 주어지고, 이들이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 때마다 스토리에 적절한 결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창조한 메카닉의 문맥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맥심 벨란드(이하 MB): 질문에 대한 답변이 논점보다 훨씬 큰 것처럼 보이네요. 저는 게임 작업을 할 때마다 "테마는 무엇인가? 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집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게임이 게임플레이와의 연계를 규정하는 장르에 속한다는 사실에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액션/어드벤처 게임이나 스토리 중심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스플린터 셀> 게임을 만든다면 실제로 샘 피셔(Sam Fisher)가 실제 세계에서 할 만한 일들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하며, 전달하고픈 스토리, 플레이어들이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게임플레이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기술적 한계가 가장 큰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언차티드(Uncharted)>를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갑자기 자신이 말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이런! 내가 말을 타고 있잖아, 정말 멋진걸!" 하고 탄성을 지르게 됩니다. 물론 말을 타야 합니다. 게임 속에서 당신은 인디아나 존스이니까요. 놀랄 일은 아니죠. 물론 실제로 우리가 인디아나 존스는 아니지만, 이런 것이 판타지 아니겠습니까?
당신이 샘 피셔라면, 또는 샘 피셔에 대한 영화를 만들거나 책을 쓴다면, 기술적인 한계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샘이 가진 엘리트 스파이로서의 능력과 그 의미를 훨씬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겠지요? 샘이 운전을 할 수 있습니까? 물론 할 수 있습니다. 헬리콥터도 운전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있을 겁니다. 때로는 소매치기도 할 수 있을까요? 모두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테마도 있고 장르도 있고 활용 가능한 기술도 있지만 그 기술에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기술적으로 플레이 가능한 스토리로 제한하다 보면 원래 의도했던 스토리와는 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번 우리는 "오, 이건 비- 인터랙티브 시네마틱(non-interactive cinematic) 쪽으로 넣어야겠는 걸?”이라고 말하는데, 제 생각에는 이건 손실입니다. 궁극적으로 플레이어가 되도록이면 많은 것을 콘트롤할 수 있도록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플레이어가 매 순간 더 많이 콘트롤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컨빅션(Conviction)> 제작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컨빅션>에는 심문(interrogation) 장면이 나옵니다. 현실적인 설정이지요. 샘은 미국 전역을 누비며 딸의 행방을 찾고 있었는데, 현실성을 더하는 메카닉으로서 샘이 질문을 하는 부분을 생각해 낸 것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여러가지 것들을 제일 먼저 우리가 해보게 되는데, 이게 어떨 때는 매우 까다로워서 진짜 게임플레이에는 넣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컨빅션>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해 봅시다. <컨빅션>에서 심문을 할 때 실패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부분은 게임플레이가 아니었어요. 인터랙티브였죠. 맞죠? 상대방을 좌우로 막 후려치는 장면 말입니다. 여기를 비인터랙티브 시네마틱으로 처리했다면 더 재미있었을 거예요. 이 장면에서 이길 수는 있어요. 하지만 진정한 게임플레이에서의 승리는 아닙니다. 게임플레이에서는 본인이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실패하기도 하고 다시 시도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콘트롤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이는 동시에 매우 까다로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성인 대상 게임이라도 주제를 선정할 때는 민감하기는 마찬가지에요. 이제 막 팀에 합류한 신입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노트를 던져주고 "심문 장면과 관련해서 도덕적인 시스템을 한번 디자인해 봐. 일주일 후에 보자"라고 하면 곤란하지요.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