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 변화하는 게임 디자인의 도전 과제
작성자: 키스 버건 (Keith Burgun) 작성일: 2013년 6월 12일
<업적>을 디자인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버려야 한다면, 그 대안은 무엇일까? 키스 버건은 이 글에서 변형(variant)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며, 변형의 개념과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번 글 <업적시스템의 대안(An Alternative to Achievements 1 )>에서 나는 우리가 <업적>에서 등을 돌린다면 <변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글에서는 변형이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변형은 무엇인가?
첫째로 “변형”이 무엇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게임을 수많은 변형된 형태로 제작해 왔고, “변형”과 “완전한 새 게임”간의 경계도 불분명해지고 있다. 만약 내가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Super Smash Bros.)>에서 아이템들을 없애버린다면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아이템 없는 변형(Super Smash Bros.: No Items Variant)>이 되는 것일까?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에서 음악을 꺼 버린다면 어떨까?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둘 다 변형으로 보기 힘들겠지만, 본 글의 취지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나는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요소를 “변형”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아이템 없는 변형>은 변형본으로 볼 수 있지만, <음악 없는 스트리트 파이터>는 변형이라고 볼 수 없다. 나는 일반적으로 규칙을 하나만 바꿔도 사실상 새로운 게임을 창조한 것이라고 믿는다. 균형 잡힌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규칙을 하나만 바꿔도 게임 시스템 전체에 파장을 일으켜 결국 게임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즉, 변형이란 종류에 상관 없이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의 새로운 규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 규칙들이 모드(mod)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셋팅이나 하우스 룰(house rules, 특정 그룹 내에서만 적용되는 게임 규칙)을 바꾼 경우라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는 게임 규칙이 조금이라도 변했다면 각 버전 –각 변형본–은 그 자체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라고 간주하기로 한다.
논의에 앞서 다음 두 가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진짜 게임”과 그 변형 간에 눈에 띄는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또한 그 차이가 가지는 의미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의 목표와 규칙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변형 때문에 규칙에 혼란이 생겨서
는 안 된다.
플레이어들이 플레이 도중에 마음대로 목표를 바꿀 수 있다면 분명히 게임의 타당성을 해치게 될 것이다. 게임의 타당성을 위해서는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에 목표 변경에 대해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이 글은 플레이어가 아니라 디자이너를 위한 글이라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만드는 <하우스 룰>도 분명히 변형 창조의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 글에서는 많이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Part 1: 공식적인 변형
흔히 개발자들은 기존 게임에 대해 자신들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다른 방법들을 한두 가지는 더 생각해 둔다. 이 방법들을 “공식적인” 변형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게임 초창기에는 새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플레이 가능한 몇 가지 다른 방법들과 패키지로 함께 나오는 것이 당연한 관례였다. 당시 크게 성공했던 게임 <아타리 2600(Atari 2600)>은 콘솔 앞면에 바로 물리적으로 작동 가능한 스위치가 있어서 마음대로 “게임 모드”를 바꿀 수 있었다. (아래 사진 참조).
이러한 스위치는 게임에서 사소한 부분만 바꾸는 게 보통이지만, 종종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데스매치(deathmatch) 슈터 게임인 <컴뱃(Combat)>의 경우, 스위치를 전환하면 “미로에서 서로 산탄을 쏘아대는 탱크들”에서 “작은 배들이 큰 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격전”으로 배경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초기 NES 게임도 화면에 비슷하게 모호한 “모드 선택” 매커니즘이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게임 매뉴얼을 봐야 알 수 있었다.
현대의 게임들은 퍼즐-모드, 멀티플레이어-모드 등 타이틀 스크린에서 액세스 가능한 다양한 플레이 모드를 지원한다. 내가 개발한 게임 <100 Rogues2>에도 몇 가지 비슷한 모드들이 있다. 물론 모드를 넣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넣은 것이지만, 한편 다양한 모드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그 동안 “플레이 옵션과 그 방법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은 거의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이러한 믿음이 생긴 데도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식의 “무차별 살포 후에 기도하는(spray and pray)” 접근은 위험성도 안고 있다.
첫째로, “어느 것이 진짜 게임인가?”하는 문제가 있다. 유치한 질문 같고 대답도 가지각색 무의미하겠지만, 사실 아주 중요한 문제다. 여기서 “진짜 게임”은, <어느 게임이 디자인에 가장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가>로 정의하기로 한다.
만일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모두 똑같이 노력이 들어갔다”라면, 이 또한 큰 문제이다. 좋은 게임은,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이겠지만,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반면 평범한 게임이나 나쁜 게임은 아무데나 있고, 디자인하기도 쉽다. 게임 디자인은 매우 정성스러운 과정이다. 심지어 몇 달에서 몇 년의 오랜 시간을 들여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양적 증가
개발자에게 게임 출시는 소비자들에게 게임을 보여줄 기회이다. 이렇게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전혀 플레이 하지 않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개발자들은 게임 디자인을 비롯한 개발 작업들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해 볼 때, 몇 가지 다른 게임들에 – 새로운 게임이 아니라 서로 비슷한 “변형본”이라고 해도 – 시간을 쪼개어 골고루 투자한다는 발상 자체가 바보 같은 생각이다. 이는 음성적으로 제작되어 쇼핑몰 구석에서 판매되는 “100 in 1” 번들 게임이나 비슷한 수준의 발상이다.
우리 세상에는 이미 어디에나 게임이 가득하다. 매년 게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전략은 미친 짓이다!
물론 변형 제작의 필요성을 전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변형은 비용도
별로 들지 않고, 사람들이 원본 타이틀을 좋아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위험 헷지”
효과도 약간 있다. 그러나 양이 아니라 질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게임 옵션
현대의 게임들은 또한 “게임플레이 옵션”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앞서 논의한 우리의 “변형의 정의”에 따르면 이런 게임플레이 셋팅 조합들을 모두 사실상 새로운 변형으로 보아야 한다.
누구나 게임에서 어떤 옵션을 선택했다가 오히려 게임을 망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게임에서는 게임플레이의 핵심이 되는 요소를 꺼버릴 수 있게 하여 게임의 균형이나 페이싱을 망치기도 하고, 반대로 산만하고 시끄러운 요소를 추가하기도 한다.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에서도 아이템을 켜거나 끌 수 있게 하는 문제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아이템을 Very High 로 하고 무적 행성(Invincibility Starts)만 켜 놓는다면 매우 지루한 게임이 될 것이다.
게임큐브 타이틀 중 마리오 테마의 축구 경기인 <슈퍼 마리오 스트라이커스(Super Mario Strikers)>도 좋은 예이다. 이 게임에는 강력한 “태클” 동작이 들어가지만, 실제 축구 경기에서처럼 패널티 카드를 받지는 않는다. 이 동작은 막강해서 다른 플레이어를 몇 초간 쓰러뜨리고 공을 뺏는 행위가 100 퍼센트 가능하다.
이 동작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상이 필요한데, 태클을 당해 쓰러진 경우 무작위로 “아이템” 하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마리오 카트(Mario Kart) 스타일).
나는 안 그래도 복잡하고 긴박한 축구 게임에 무작위 아이템까지 동원하는 것이 싫다고 하자. 그래서 옵션을 살펴보았더니 아이템을 끌 수 있는 옵션이 있다! 좋다! 지금은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게임은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 이제는 태클 문제에 대해서는 하우스 룰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물론 극단적인 예이지만, 비슷한 사례들은 얼마든지 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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