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템: 언노운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내추럴 셀렉션 2>
작성자: 찰리 클리블랜드(Charlie Cleveland) 작성일: 2013 년 2 월 26 일
2002 년 할로윈 데이에 코리 스트레이더(Cory Strader)와 필자는 <내추럴 셀렉션(Natural Selection)이라고 하는 <하프 라이프(Half-Life)>의 무료 변형 게임을 발표했다. <내추럴 셀렉션>은 극도로 불균형적이고, 냉혹하며, 빠르게 전개되는 공상과학 배경에서 슈터와 RTS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 게임이다. <내추럴 셀렉션>은 가장 인기 있는 독립 <하프 라이프> 변형 게임이 되었고 필자는 독립게임 개발에 발이 묶이게 되었다. 나는 이 게임을 개발하는 동안 저축해놓은 돈 4 만 달러로 겨우겨우 버텼기 때문에 이걸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샌프란시스코로 가 투자자와 같이 일할 사람을 찾고 새 삶을 시작했다. <내추럴 셀렉션> 속편을 만들고 혼자 먹고 살기에 충분한 수입이 확보되기를 바랐다. 몇 차례 실수 끝에 언노운 월드(Unknown Worlds)를 시작하며 새로운 동업자 맥스 맥과이어(Max McGuire)를 설득해 절반을 부담하게 했다. 2006 년 말 우리는 열성을 다해 <내추럴 셀렉션 2> 작업을 시작했고 2008 년 엔젤 펀드(angel fund)를 받아 조심스럽게 팀원을 늘려 나가기 전까지 저금한 돈으로 살았다.
지난 2012년 할로윈 데이, <하프 라이프> 변형 게임을 처음 발표한지 10년이 지나서야, 그리고 몇 차례나 사업이 거의 망할 뻔한 끝에야 스팀(Steam)에서 우리의 자체 ‘스파크(Spark)’ 엔진으로 <내추럴 셀렉션 2>1를 릴리즈했다. 즉시 1위 게임에 올라섰고 이후 약 30만 건이 판매됐다. 본 글에서는 이 기나긴 고난의 시간 동안 우리가 배운 점을 요약하고자 한다.
잘된 점
1. 마구잡이식 개발
우리는 프로듀서도, 일정도, 기한도, 회의도 없었다. 설계 문서도 없었고, 기술 계획이나 사업 계획도 없었다. 난장판이었을까? 그건 아니었다.
핵심 팀 일곱 명은 같은 공간에서 일했지만, 외주로 중요한 업무를 맡은 이들도 많았고 임시직도 썼다. 매일 회의를 하려고 할 때마다 결국 기분이 상하거나 기운이 빠지곤 했다. 하루에 10분씩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왜 그렇게 불쾌한 건지 말이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우리는 회의를 계속 고집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진행 상황 회의를 그만두니 자연스럽게 아예 회의가 없어졌다.
일정도 짜보려고 했지만 항상 부정확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쓸모가 없어졌다. 계속해서 틀리는 걸 자꾸 고집할 이유가 없어 보여 그만뒀다. 사업 계획을 작성한 후에는 그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았다. 또 1-2년 후에는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우리 계획’을 이야기해야 할 때에는 이메일로 짧게 써 보내는 게 더 쉬웠다. 어쨌든 누가 40페이지나 되는 사업 계획을 읽고 있겠는가.
하지만 매일 점심은 꼭 같이 먹었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때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갔고 점심 시간은 한정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얘기가 지나치게 길어지지도 않았다. 매일 함께하는 식사는 우리 팀의 화합과 행복에 아주 큰 기여를 했다. 그리고 정해진 틀이 없다는 건 변화에 매우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모든 시간을 계획이 아닌 작업에 쏟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2. 자율적 설계
이런 체계적이지 못한 방식이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설계 과정 때문이었다. 설계문서 대신 우리는 네 개의 ‘기둥(pillar)’으로 게임을 설명했다. 각각의 기둥에는 기능 이름이 붙여지고 세부 내용이 짧게 설명되었다. 보통 게임 상자 뒤에 쓰여진 중요 항목들을 상상하면 된다. (전혀 없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고차원적인 기능에 관한 모든 결정은 이 네 기둥을 바탕으로 내려졌다.
이는 게임이 나아갈 방향을 비춰주는 불빛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에 고차원적인 목표를 전혀 진행시키지 못할 때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논의하고, 긴 얘기를 짧게 할 수 있었다. 네 기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덕분에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게임의 ‘기본 정신’만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 게임 페이지2에서 이 네 기둥이 핵심 주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기능보다 낮은 차원의 작업에 대해서는 일련의 설계 원칙3에 입각하여 아티스트, 레벨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애니메이터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일했다. 설계 원칙은 게임의 균형과 목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따라야 하는 일종의 암묵적인 ‘규칙’ 이다. 예를 들어 ‘심한 반격은 없음’, ‘단체 플레이 대 경쟁 플레이’, ‘절대 진부하지 않아야 함’ 등의 규칙이 있었다.
각각마다 필자는 이유와 사례에 관한 글을 한, 두 문단 정도 덧붙였다. 균형과 설계 결정에 대한 이유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 모든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동일한 내용을 이해시킬 방법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병사는 전체 무기 업그레이드를 연구할 수 있었다. 그래야 파괴력이 강해지기 때문이었다. 외계인은 유사체가 없기 때문에(‘두 가지 독특한 면’이란 설계 기둥에 따름) 병사의 무기를 시작하기만 해도 산산조각이 났다.
누군가가 외계인에게 자동으로 공격을 막아주는 구조물이 생기게 해 공격을 받을수록 구조물 수가 많아지도록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내추럴 셀렉션 1>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러나 설계 원칙에는 ‘매직 넘버(Magic Number)가 없어야 함’이란 원칙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에게 쉽게 보이지 않는 숨은 기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원칙에 입각하여 숨은 방어 구조물을 만들자는 얘기를 끝내고 그만큼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속도 증가, 은폐 등)을 추가하는 쪽으로 이야기의 방향이 바뀌었다.
문서의 구체적인 목표가 무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절대 상당부분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한 번에 설계 원칙을 작성하고 개발 작업 내내 바꾸지 않았다. 공식 문서로 설계 원칙을 구체화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미술, 음향, 코드, 설계가 원칙에 ‘맞도록’ 자율적, 적극적으로 작업하며 노력할 수 있었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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