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규칙을 만들 때 – 밈과 메타 게임
작성자: 닐스 필(Nils Pihl) 작성일: 2012 년 11 월 15 일
플레이어가 당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게임을 몰고 가는가? 이 글에서 Gamasutra 는 <스타크래프트 II>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같은 게임들에서 플레이어의 바람직하거나 나쁜 행위를 독려하는 방식을 알아본다.
게임에서 흥미로운 점 하나는 플레이어들이 항상 게임 기획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게임이 얼마나 단순하거나 복잡하던지 간에, 우리 자신의 독창성을 발휘할 여지는 항상 있다. 우리는 새로운 규칙, 새로운 맥락, 새로운 서사구조를 추가하고, 성공을 가늠하는 수단도 새로 만든다. 또 게임 고유의 특성 중에서 우리가 상호작용하고 싶은 것을 고른다. 이 점에서 게임은 책과 상당히 유사하고, 작가의 지시문 행간에서 게임의 가장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게 될 때도 많다.
게임을 기획할 때 이는 축복이기도 하며 저주이기도 하다. 플레이어가 게임 맥락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게임이 얼마나 즐길만한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게임 기획자들은 플레이어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플레이 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어의 기대나 행위를 관리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무지막지하게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여러 모로 잘 만들어진 게임도 불건전한 게임 내 문화로 실패할 수 있다. 게임이 좋고 나쁨은 플레이어를 따라간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방식을 관리하거나, 최소한 짐작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행위(behavior) 자체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
행위란 어떤 사람이 특정한 상황이나 자극에 대해 응답으로 행동하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서 행위라고 할 때에는 누군가의 행동을 묘사하는 모형으로, 행동(action) 자체와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러 갈 거야”는 행동에 대한 좋은 예이고, “나는 지금 피곤하지만, TV 좀 보다가 자러 갈거야”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행동은 데이터 포인트로 표현할 수 있다면, 행위는 이 데이터를 해석하려고 시도하는 그래프가 된다. 우리가 누군가의 행위에 대한 훌륭한 모형을 가지고 있으면 추론하고, 이끌어내고, 실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행위는 우리에게 유익한 무언가를 이루는데 특별히 도움이 되지만, 어떤 행위는 소모적이고, 해롭고, 파괴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성적으로 어떤 행위를 선택하거나 멀리한다. 우리는 치아를 희고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치약으로 칫솔질을 하지만, 칫솔질을 건너뛰고 치아를 표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우리는 유해한 행위를 썩 잘 피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나쁜 행위를 일상적으로 하는데, 그 행위의 부정적인 영향을 아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피하지 못한다. 흡연, 도박, 무분별한 섹스, 과속 같은 행위를 생각해보자. 이런 비이성적인 행동양식을 어떻게 설명할까?
핵심은 우리 문화에서 만연하는 행위를 정하는데 우리 자신이 하는 역할이 매우 제한되어 있음을 이해하는 데 있다. 마치 행위나 생각들이 스스로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유명한 생명학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자신의 저서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 1 에서 문화를 생성하는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밈(mem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게임 팬이라면 하위징아(Huizinga)2가 놀이에의 욕구가 문화를 만든다고 생각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다만 이것은 완전한 모델은 아니었다. 도킨스는 놀이가 만들어내는 것들이 어째서 그토록 인기 있는지를 설명할 방법을 찾아냈다. 즉, 독립된 행위에서 문화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알아낸 것이다.
밈은 행위 코드의 집합- 행동 유전자-로 한 개인에서 다른 개인에게로 복제될 수 있다. 밈은 행위의 블록을 만든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나 동작, 우리가 선택하는 관용구, 세탁물을 접는 방식, 머리를 자르는 방식, 이런 것들이 모두 밈이며, 관찰되고 복제되고, 돌연변이화할 수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도킨스는 개체보다는 유전자에 자연도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유전자 중심으로 진화를 보는 관점은 생물학 고유의 측면을 조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이론은 특정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보다 더 성공적으로 번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성공적인 유전자는 덜 성공적인 유전자들을 능가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공적인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보다 더 많이 관찰된다.
이 간단한 프로세스가 환경에 매우 잘 적응하는 조직을 만들어 낸다. 유전자 중심의 진화론적 관점은 질병이나 암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지금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보다 더 유용하다. 개체는 유전자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로, 유전자 복제라는 목적만 가진 것이다.
물리적 의미는 성립되지는 않지만, 아이디어의 자연도태 과정을 생각해보면 나쁜 생각이 퍼지는 이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밈의 생존조건은 숙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숙주에게 얼마나 잘 복제되는가에 따라 정해진다. 밈은 우리의 두뇌를 가로채서 밈을 전파하는 기계로 만든다. 행위와 생각은 유전자처럼 그 자체가 바이러스처럼 복제되고, 우리는 이를 복제하는 불행한 숙주가 되고 마는 것이다. 밈은 관찰을 통해서 퍼져나간다(무의식적인 관찰일지라도). 밈은 스스로 복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롭고 번식력 있는 변종 아이디어를 만든다.
우리가 게임을 기획할 때 이런 밈의 처분을 따르기만 하지는 않는다. 밈의 진화 과장을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우리는 진화과정에서 어떤 특정한 밈이 살아남도록 선택할 수는 없지만, 진화의 환경 자체를 바꿀 수는 있다. 밈이 위치할 환경을 계획적으로 디자인하여, 어떤 것이 나타날지 예측을 할 수 있다.
적합성 함수(fitness function)은 한 개체의 적응도를 평가하는 모델이다. 유전자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같은 걸 프로그래밍할 때는 적합성 함수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 우리가 직접 적합성 함수를 작성한다. 하지만 적합성 함수를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접근하여 우리가 만든 환경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우리는 기린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번식할 기회가 있는 틈새로 진화하는 것과 같은 예를 볼 수 있다. 기린의 경우에 성공 조건은 번식할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먹이를 구할 수 있고, 포식자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며, 짝을 찾을 기회가 공정해야 한다.
기린은 목이 길어지면서 비교적 적은 경쟁으로 먹이를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생존환경이 좋아지면서 개체수가 늘어났다. 기린과 같은 종의 출현은 키가 크고 우거진 나무에 건드리지 않은 자원이 있음을 볼 때 예상이 가능하다. 우리는 게임의 성공 조건을 점검함으로써 특정한 행위의 출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우로보로스 사이클
모든 게임에는 이기기 위한 전략(행위)이 있으며,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관찰되는 행위들은 더 쉽게 이길 수 있는 전략 쪽으로 나아간다. 그냥 놔두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게임을 잘 깨게 된다. 게임 기획자가 만들어 놓은 규칙(내부 규칙)이 행위의 적합성 함수를 만드는 첫 번째 블록이 된다. 따라서 내부 규칙을 만들 때, 이 규칙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행위로 풀 수 있는 문제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최적화된 승리 전략이 우리가 플레이어에게 바라는 행위가 되는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
플레이어가 하길 바라는 행위가 최적화된 승리 전략과 일치하지 않으면 이 게임은 다수에게 재미없고, 관리가 힘들고, 평가하기 힘든 제품이 될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 게임 환경에서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플레이어가 행동하는 방식이 게임을 변화시키고, 이에 따라 적합성 함수도 변하고, 변화한 환경에 대응하여 새로운 세대의 밈이 출현한다.
여러 플레이어와 함께 게임을 가장 잘 하는 방법은 다른 플레이어들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유행하는 행위가 새로운 외부 규칙으로 작용하여 적합성 함수를 더 크게 변화시킨다. 이리하여 한 밈이 지배적이 될 때까지 우로보로스 밸런싱(uroboric balancing)이 계속된다.
게임의 내부 규칙은 플레이어 행위 첫 세대의 적합성 함수로 역할을 한다. 내부 규칙은 다른 전략이 시도될 때마다 어떤 전략이 더 성공적인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것의 한 예로 전술적 슈팅 게임에서 조준선이 천천히 닫히면 플레이어가 느리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밈에 유리하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이런 환경에서 플레이어의 전략은 정확성과 이동성 사이의 밸런스를 취해야 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플레이어는 직관적으로 최적화된 방식에 가깝게 플레이 하게 된다.
그러나 멀티플레이어 환경에서는 플레이어는 제한된 자원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해야 한다. 돌아다니기 위해서 죽여야 하는 게 워낙 많다 보니, 더 경쟁력 있는 전략이 곧 개발된다. 이렇게 되면 모든 플레이어가 새로운 경쟁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이 새로운 환경은 게임 제작자가 처음에 설계한 것과는 다른 환경이다. (물론 예상할 수는 있다)
플레이어 자신이 환경의 일부가 되고, 지속적으로 게임 내 문화를 더 이기기 쉬운 전략 쪽으로 만들어 간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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