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게임에도 통할 것인가
작성자: 얀 쉬케(Yann Suquet) 작성일: 2012년 9월 20일
전직 유비소프트(Ubisoft)의 협력 프로듀서(associate producer)이자 기업 재무 석사 인얀 쉬케가 영화의 자금이 어떻게 마련되는지 오랫동안 정확하게 살펴보고 게임에도 같은 방식이 통할 수 있을지 세세하게 분석했다.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는 20년이 넘도록 주로 제작사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모두 이러한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 여기에는 돈, 유통망, 마케팅 역량, 즉 힘을 지닌 제작사와 아이디어 및 개발 전문지식을 지닌 스튜디오가 함께 한다.
이 게임 산업의 자금 지원 체계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주제는 대개 두 가지다. 첫 번째 불만의 골자는 마일스톤(milestone) 체계다. 대개 제작사와 스튜디오 간에 맺어지는 개발 계약은 두 가지 형태를 띤다.
첫 번째는 소위 ‘직무 저작물(work-for-hire)’ 계약으로 제작사가 게임 개발을 하는 스튜디오와 계약을 맺고 중간 납품 시 사전에 계약한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로열티 선지급(royalty advancement)’ 모델로 제작사가 스튜디오에서 제시한 아이디어를 채택한 후 게임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방식이다. 제작사는 중간 납품 시마다 로열티를 분할 선지급한다.
이런 방식은 스튜디오 입장에서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스튜디오가 지불해야 하는 돈(특히 간접비와 임금)과 받을 돈 사이(제작사로부터 받는 돈) 사이에 시간 간격이 생긴다는 점이다. 지출은 일정하게 되풀이되지만 수입은 예측이 불규칙하다. 제작사가 내용 변경이 끝날 때까지 납품 결제를 보류하기로 하면 스튜디오는 현금 사정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런 체계 하에서 스튜디오는 제작사의 선처를 바랄 수 밖에 없게 된다.
또한 스튜디오의 게임 개발에도 막대한 지장이 있다. 두 가지 계약 방식 모두 창작 과정 대부분을 제작사가 통제하고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중간 납품을 통해 정기적인 통제를 받게 된다. 대개 제작사는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시켜 리스크를 피하려고 한다. 개발, 마케팅, 유통 비용을 대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동이지만 독립 개발자에게는 창작에 제한을 받고 단순히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작업을 할 뿐이라는 불만이 생긴다.
두 번째 불만의 요지는 첫 번째 불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즉 제작사와 스튜디오 간의 힘과 보상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가의 문제다. 제작사는 프로젝트의 재정적 리스크를 떠맡기 때문에 수입과 크레딧(credit)의 대부분과 지적재산권(IP)를 소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게임 산업에서 힘과 보상의 균형은 창작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가 아닌 제작사 쪽으로 뚜렷하게 기울어 있다.
이렇게 되면 스튜디오는 다른 방법으로 자금 문제를 해결할 자구책을 찾게 되는 게 당연하다.
인터넷에서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이런 식의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게임의 질이 떨어지게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제작사든 누구든 간에 자금 지원자가 투자하는 팀이 프로젝트 개발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신뢰한다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낳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의 문제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운이 좋아서 투자자가 전체 예산을 미리 스튜디오에 주고 절대 개발 과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약속한 날짜에 미리 정한대로 최종 완성물만을 받는 그런 계약을 할 수도 있다. 운이 너무 좋아서 이런 계약을 계속 맺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 좋고 어떤 방법이 나쁜지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투자가 계속 성공했다고 해서 그 방법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운에 좌우되는 부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제작사 투자 방식도 마찬가지다. 제작사 투자 방식은 게임 개발 업계가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경험의 산물이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투자 모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선의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다른 대안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힘과 보상 간의 균형 문제에는 답이 있을 수 있다. 각 투자 모델은 관련 당사자 간의 권리 및 의무를 규정하는 특유의 구조 혹은 계약이 수반된다. 특정 투자 모델을 철저하기 분석하면 오늘날의 게임 개발에 적용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본 글의 취지다. 현재 영화 산업에서 성공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투자 방식을 분석하여 비디오 게임 산업의 프로젝트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한다.
서론
최근 NESTA(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 National Endowment for Science, Technology and the Arts)에서는 제작사 중심의 투자 방식을 격렬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NESTA는 영국을 보다 혁신적인 국가로 만들겠다는 사명 아래 조직된 독립 단체다. NESTA가 2010년 2월에 발표한 「머니 게임: 영국의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비디오 게임 개발(The Money Game: Project Finance and Video Game Development in the UK)」에서는 제작자 중심의 투자 방식이 게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특정 방식으로의 발전에 저해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늘날 영화 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을 도입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란 결론을 내렸다.
(본 보고서에서 NESTA는 영국을 중심으로만 논지를 전개했으나 게임 산업 전체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내용이다)
NESTA에 따르면 제작사 중심의 투자 방식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면에서 비디오 게임 산업에 도움이 된다.
1. 2012년 로이터(Reuters) 통신에 따르면 제작사는 약 785억 달러 규모의 게임 시장에 주요 자금 공급원으로 전세계적으로 제작사가 창출하는 일자리의 수는 수만 개에 이른다. NESTA에서도 제작사 중심의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비디오 게임 산업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2. 제작사 투자 방식에서 제작사가 개발 스튜디오와 맺은 계약을 철회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개발자는 안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발자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보다 전반적인 지원(게임을 제대로 시장에 출시하기 위한 배급사와의 관계 등)뿐만 아니라 일정하고 안정적인 자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3. 제작사 투자 방식의 역사는 약 20년이 됐다. 관련 당사자, 특히 제작사와 소매업체 간의 관계가 정립되어 시장 출시 리스크가 최소한으로 줄었다. 이는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NESTA에서는 제작사 투자 방식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영국) 비디오 게임 산업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NESTA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제작사가 ‘장기적인 가치의 원천’인 IP을 소유하는 구조이다. 그 결과 (영국) 스튜디오는 ‘최소한 제작사의 지원을 받는 동안에는 …… 창의력과 독창성을 발휘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NESTA에서는 스튜디오가 자신이 개발한 게임의 수익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고 한다.
다음으로 NESTA에서는 제작사가 혁신적인 게임 컨셉트에는 투자를 하지 않으며 이런 투자 방식은 산업의 창의성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제작사는 재무상의 리스크를 감수하는데다 이전 콘솔 게임에 비해 개발 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이미 입증된 컨셉트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실제로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은 IP이 주가 되고 있는 콘솔 게임 시장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제작사가 새로운 IP에 대한 투자와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새로운 IP이 될만한 내용을 의뢰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0년 게임스컴(Gamescom)에서 GamesIndustry.biz와의 한 인터뷰에서 유비소프트 이사 알랭 코레(Alain Corre)는 “특히 지금과 같은 콘솔 시장에서 우리(유비소프트)는 새로운 브랜드 도입이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라고 했다. 개발 예산이 증가함에 따라 제작사는 새로운 IP에 투자하지 않고 콘솔 시장의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줄이려고 한다. NESTA는 이로 인해 혁신적인 스튜디오가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NESTA는 제작사 투자가 콘솔 및 PC 게임 개발에는 맞지만 ‘상당한 지원과 출시 후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가 필요한’ 소셜 게임, 온라인 게임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제작사는 자체 스튜디오에서 이런 게임을 개발하려 할 것이고 다른 자금원이 없는 개발 스튜디오는 잠재력이 큰 소셜 게임, 온라인 게임 시장의 성장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NESTA의 눈에 제작사는 비디오 게임 산업을 망치고 있는 면이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투자 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 방식은 이미 비디오 게임보다 훨씬 틀이 잡힌 창작 산업인 영화 산업에서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실제로 ‘영화사는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여 기업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투자까지 다양한 투자 방식을 이용한다.’
외부 기업 투자는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기업 투자 방식과 같다. 기업은 채권(은행이나 금융 시장)이나 주식(대개 금융시장에 주식을 발행하여)을 통해 스스로 자금을 마련한다.
NESTA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도입하면 구속이 강한 제작사 투자 방식의 대안이 될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비디오 게임 산업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한다.
우선 프로젝트 파이낸싱 계약으로 스튜디오가 IP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NESTA는 외부 투자자가 IP 보유에 관심이 없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는 여러 방식으로 IP를 활용하고 여기에서 나온 수익금을 혁신과 성장에 재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외부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의 자금 마련에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게임에 공동 투자를 함으로써 제작사와 외부 투자자 모두 투자 부담(즉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론상 보다 혁신적이고 리스크가 큰 게임에 투자가 가능해진다. 투자 리스크는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게임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NESTA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제작사 주식을 사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게임 산업 투자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여러 프로젝트보다는 개별 프로젝트의 실적을 확인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제작사 주식에 투자를 하면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시키고 있는 회사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기대한 수익이 창출될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프로젝트, 즉 게임에 직접 투자를 하면 투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쉬워질 것이다.
NESTA는 영화 산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영국 비디오 게임 산업, 나아가 비디오 게임 산업 전반이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 산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NESTA의 바람대로 게임 산업에서도 통할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우선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나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영화 산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분석하기로 하자.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기법을 설명하고 영화 스튜디오와 프로젝트 투자자가 이런 계약을 맺는 이유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 그리고 나서 비디오 게임 산업에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 결론을 내리겠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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