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까칠한 기획자 증후군
작성자: 알렉산더 만드리카(Alexandre Mandryka) 작성일: 2012 년 5 월 30 일
[게임 기획자1에게 확실한 커리어 패스가 없고, 스튜디오에 기획자를 키우려는 문화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늙고 까칠한 기획자가 될 것이다. 이 글에서 디자인 컨설턴트 알렉산더 만드리카는 늙고 까칠한 기획자 증후군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처방을 제시한다]
당신은 할 만큼 했다. 말단에서 전임 기획자까지 모든 단계를 거쳐 올라왔다. 게임 출시를 위해서 야근도 밤샘도 주말출근도 불사했다. 내부 툴은 이미 마스터 했고, 새로운 파이프라인과 테크닉을 개척해서 다른 기획자들에게 교육도 시켜줬다. 하지만 지금은 선임이나 팀장 급으로의 승진을 기다리다 지쳐버렸다. 승진이 안 되는 건 짜증나지만, 그나마도 한참 된 일이다.
아니면 당신은 왜 능력있고 전도유망했던 기획자가 못되먹은 네거티브 괴물로 변해버렸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팀장이거나, 수석 기획자이거나, 프로듀서거나 인사담당자(HR)일 수도 있겠다. 실력 있는 기획자인 건 알지만, 그를 다시 성공 궤도로 돌려놓고 당신에게 필요한 팀의 대들보 역할을 하게 만들려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 난처한 상황 말이다.
양 쪽 경력에서 모두 막다른 길에 이르러 본 내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늙고 까칠한 기획자 증후군(Old Grumpy Designer Syndrome)이라고 부르는 최근의 연구를 공유하고자 한다.
OGD 증후군의 증상
늙고 까칠한 기획자(Old Grumpy Designer, OGD)는 일반적으로 꽤 경력이 있고, 노하우를 개발하고 여기에서 상당한 지위를 이룬 경우가 많다. 어떤 도구나 프로세스의 일정 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에 대한 레퍼런스라던가 하는 식으로. 문제는 OGD 가 이런 인정받는 지식으로 팀과 프로젝트가 전진하는데 도움을 주는 대신,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이 뭘 어떻게 잘못하고 있는지 지적하고 그들의 노력이 쓸모 없다고 끊임없이 되뇌인다는 데 있다.
OGD 가 자신의 지식과 에너지를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한 의문을 공격하는 데에 주로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는 변화나 발전에 저항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요령을 배우거나 지금 일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는 걸 무조건 싫어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하려 들 것이다.
이런 까칠한 기획자가 있으면 팀의 귀중한 에너지와 통찰력(insight)를 그와 대화하는데 써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런 못된 태도에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한, 창의력(creativity)이 점점 저하된다. 창의력이란 아이디어를 가로막지 않고 독려하는 긍정적인 환경에서만 자라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팀 안에서 크리에이티브의 원동력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경종을 울리고 조사를 시작해야 하는 신호다.
OGD 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또다른 특징은, 프로젝트의 현실과 괴리된 지나친 패기를 보이는 것이다. OGD 는 현재의 단기 과제를 블록버스터 게임의 최종 성과물과 비교하면서,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사고를 만들어 낸다. 말하자면 한 번의 플레이로 슈퍼볼(Super Bowl, 미식축구 최종 결승전)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당장 필요한 것은 몇 야드를 전진하는 것뿐인데도 말이다.
OGD 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마지막 증상은 지속적으로 더 높은 직위, 선임이든 수석이든 어쨌든 더 높은 자리를 원한다는 데 있다. 그들의 경력과 기술을 보자면 일견 당연한 것 같아 보이지만, 이 늙고 까칠한 기획자들은 보통 태도 문제로 승진을 못한다. 이 때문에 좌절감과 불만이 생기고, 당연히 다른 증상들이 악화된다.
진단
지금 상대하고 있는 것이 OGD 인지 확인하고자 할 때에는 앞서 논의한 증상들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 디자이너가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이나 피드백이나 기획을 하는 방식을 잘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까칠한 기획자들은 걸핏하면 전체회신 버튼을 누르기를 좋아하며, 관련 메일 스레드(mail thread)와 신랄한 논쟁들에 끼어 있는 경향이 있다. 브레인 스토밍이나 그룹 토의에서도 다른 이들의 아이디어를 막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강요하는 성향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살펴볼 것은 커리어 다이나믹(career dynamic)이다. 그 기획자가 그 직위에 적절히 있었는가, 아니면 지나치게 오래 있었는가? 같은 자리에 정체되어 있는 사람은 자연히 끊임없이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고 다른 문제의 요인이 되기가 쉽다. 적절한 성장 경로(growth path)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궁극적으로는 지나간 인사평가를 모두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문서로 남고, 까칠한 기획자에게도 대부분 전달되었을 많은 이슈들이 나타나 발전되어온 경과를 검토하는데 도움이 된다.
OGD 의 인사평가를 보면 자기 평가 점수와 상사가 매긴 평가 점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평가점수의 불일치는 특히 그 기획자가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는 경우에 무시되기 쉬운데, 사실은 이런 의견 차이가 생긴 원인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실제로 어떤 기획자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와 함께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그의 자기 평가는 그보다도 높은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이런 경우에 상사의 칭찬이 칭찬으로 인식되지 않고, 기획자는 괜히 위험한 넘겨 짚기로 성과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가 생긴다. 그리고 물론 이런 상황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고 있고, 같은 문제가 계속 보고되고 있는 상태라면 보통은 전체적인 성과도 떨어지고 있을 될 것이다. 때로는 치명적인 수준까지 떨어진다.
치료
그래서 자, OGD 가 있는 것 같다. 당신이 아끼는 기획자 중 한 사람 – 그동안 아주 많이 기대를 하고, 중요한 업무를 맡겨왔던 바로 그가 - 사실 팀 전체의 생산성 저하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팀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나쁘고, 의견을 내기 두려워하는 정서가 팀원들 사이에 팽배한 원인이 그였다. 직접적인 영향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볼 때, 그 기획자가 부정적인 태도를 바꿔서 협조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또 자기 기술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면 상황이 많이 좋아질 것이다.
우선, 숙제를 좀 해야 한다. 당신이 알아차린 증상들을 생각해보고, 전부 적는다. 업무평가에서 반복되는 진술을 찾아내고, 격한 이메일이나 토의의 목록을 적고, 자기 평가점수가 상사평가점수보다 높은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통계를 낸다. 문제를 보여주는 모든 요소들을 다 모아놓도록 해야 한다. 이 일을 위해서는 보조 자료를 넉넉하게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까칠한 기획자들의 허를 찌르고 심리적인 벽을 허물고, 그리하여 그가 당신의 관점에서 문제를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1 대 1 미팅을 잡고 상황을 설명한다. 현재 상황이 얼마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지적하고, 까칠한 기획자가 거기에 원인이 되고 있음을 알려주도록 해본다. 그는 저항하고, 반박하고, 논의를 자신이 성공한 일 쪽으로 돌리려고 하고, 문제를 외부로 돌리고 등등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제 당신이 준비한 것이 빛을 발할 때다. 여러 자료에서, 여러 시간대에서 나온 확실한 근거를 활용해서 그에게 이 사실을 관철시켜야 한다.
그러나 핵심은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있다.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는 이거다. “그래, 우리도 네가 잘 하고 능력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있어. 그래서 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지금 너의 태도는 너 자신도 발전하지 못하고 팀에도 해로와. 우리 같이 해결해보자.‘
OGD 에게 그 자신이 팀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OGD 를 치료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이야기에 대응하는 몇 가지 방식이 있다. “나쁘게 굴려는 거 아녜요.” 라는 말도 자주 한다.
이건 미묘하고 흥분하기가 쉬운 문제다. 감정이 격해지면 요점을 전달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비판적인 피드백은 매우 개인적이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각오를 단단히 해두어야 한다.
내 생각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일은 공식적인 업무 평가와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공식적인 절차일 때 생기는 긴장감을 줄일 수 있다. 대신 그 기획자에게 개인적인 발전의 기회를 주어 커리어 정체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려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그렇기 때문에 또한, 이 과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OGD 가 이를 비판으로 인식하고 저항하는 건 당연하다. 회의를 중단하고 피드백을 되새길 시간을 준 다음, 며칠 뒤에 다시 새롭게 시작해도 좋다.
내 경험으로는 준비, 호의와 유머를 적절히 조합했을 때 이 과정을 보다 수월하게 해낼 수 있고, 놀랄만한 결과를 보장한다. 정말 놀랍게도, 단 며칠 만에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본적도 있다. 비디오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특징인 열정이 행동이나 반응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적절한 방향과 목적을 제공하지 못하면, 팀워크가 아닌 개인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플레이어로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와 기획자로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행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를 보게 될 것이다.
사실, 그룹 발전에 기여하려는 유전적인 성향에다가 동기 부여만 잘 해준다면, 그 열정이 OGD 를 단숨에 팀 내의 핵심인재로 바꾸어 놓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변화의 확실한 사례가 있다. 프로젝트가 어떻게 유명 게임에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냐고 계속해서 불평하는 것은 목표달성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어진 제약 조건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요구될 때였다.- 고 기획자들에게 설명하고 난 다음에, 순식간에 팀 내에서 논쟁이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기획자들 중 한 사람이 모니터를 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더니 기획팀장에게 말했다고 한다. “프로처럼 구는 기분이 상당히 좋은데요” 그리고는 해야 할 일을 몰아쳐 하더라는 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바로 다음 날’이었다.
그러나 변화에 시간이 좀 걸릴 때도 있다. 따라서 개선에 시간이 걸리는 영역을 알아보면서, 개선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미팅을 잡아둘 것을 권한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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