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작업실 : 디아블로 III 의 제이 윌슨 인터뷰
작성자: 크리스 그래프트(Kris Graft) 작성일: 2012 년 5 월 14 일
제이 윌슨은 블리자드에서 일하기 전에도 렐릭(Relic)의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Company of Heroes)>, <워해머 40,000 : 던 오브 워(Warhammer 40,000: Dawn of War)> 등의 대작 게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이번 작품은 이전의 어떤 게임보다도 폭넓고 높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바로 이번 주에 PC 와 매킨토시로 발표되는 디아블로 III(Diablo III)가 그것이다.
디아블로 III 의 디렉터로서, 윌슨은 16 년된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를 유명하게 만든 모든 것을 이해해야 했고, 이번 작품이 어떤 작품이 돼야 할지, 그리고 팀이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며 디아블로 팀을 이끌어야만 했다. 윌슨의 말에 따르면 목표에 접근한다는 것은 품질을 위한 강행군(crunch), 강도 높은 다듬기, 그리고 플레이어의 의견을 - 때로 반영하지 않더라도 - 경청 하는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디아블로 III 는 윌슨이 블리자드에서 처음으로 수장을 맡은 게임이다. 블리자드의 높은 퀄리티 기준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윌슨은 가마수트라와의 이번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마수트라에 올라온 디아블로 II 포스트모템을 읽어봤는데, 개발 막바지의 강행군에 대한 언급이 있더군요. 디아블로 III 의 마무리작업에서는 어땠습니까? 디아블로 II 에서처럼 엄청난 강행군이 있었나요?
제이 윌슨(JW): 아, 물론이죠. 엄청난 강행군이 있었습니다. 제가 디아블로 II 때는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는 힘들지만 회사 차원에서 보자면 강행군 상황에 대한 관리는 좀 나아졌다고 봅니다. 이전에 비해 단계를 나눠서 관리하였고, 덕분에 일부 개발자들은 일찍 작업을 끝내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시간에 작업을 마무리한 건 아니었지만요.
작업이 끝나면 강행군 없이 일을 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 던져진 수많은 선택사항 중에서 올바른 결정을 하는 데 있습니다. 근래의 프로젝트는 정말로 거대하고, 많은 것들을 완수하려면 올바른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한 첫 번째 일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에 제한을 건 겁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진짜로 퇴근을 시켜서 야근이 없도록 했습니다. 우리의 강행군은 길었고, 우리의 목표는 강행군이 길되 힘들지는 않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 가량은 실제로 강행군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예컨대, 너무 진척이 빠른 개발자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당신들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고. 몇 주 동안은 야근하지 마." 그리고 다른 개발자들, 그러니까 앞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피로가 너무 쌓이지 않도록 1 주 정도는 야근에서 풀어주는 식이었습니다.
그게 우리가 일을 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일을 빨리 하는 개발자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아트 쪽이 그랬습니다. 아트 작업은 빨리 완료되는 편이었고, 이건 바람직한 일입니다. 여러분도 아마 아트 쪽이 가장 먼저 끝나길 바라실 겁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끝내면 이제 더 많은 수용능력이 생깁니다. 이전에 다른 게임들을 작업했을 때는, 일을 일찍 끝내는 사람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이제 뭘 합니까? 그냥 자리만 차지할 겁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도움이 안됩니다. “게으른 손" 속담은 맞는 말입니다. [편집자주: 원래 속담은 “게으른 손은 악마의 작업실이다(Idle hands are the devil’s workshop)". 할 일이 없으면 나쁜 짓을 저지르고 싶어진다는 뜻. ]
우리는 이제 경영방침(management)이 훨씬 좋아져서, 훈련 과정 같은 것을 만들 수도 있고 다른 팀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좋아, 우리 일은 끝마치고, 이 사람들 일은 도와주고 다른 사람들은 중단시키자고." 이런 식으로 인력 관리 능력이 조금 더 정교해졌습니다.
강행군이란 뭐라고 보시나요?
JW: 제 생각에는, 강행군이란 사람들이 보통 주당 50 에서 60 시간을 일하는 상황입니다.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40 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강행군이라고 봅니다. 물론 상당한 기간 동안이란 전제가 있어야 하죠.
제가 팀에 납득시키려 하는 것 중에 하나는, 게임 개발이 끝으로 갈 수록 – 몇 가지 이유에서 - 강행군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블리자드에서는 그것이 게임의 퀄리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강행군을 하는 이유가 품질 때문이 아닙니다. 대개의 경우는 나쁜 계획을 세우고,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할 수만 있다면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서 정말로 한 가지에 집중하고, 때때로 짤막한 강행군만 해야 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고 이루기 위해 한 달에 1 주일 정도만 조금씩만 더 일을 하면, 막바지의 강행군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적절한 수준의 야심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디아블로 III 에서는 많은 면에 걸쳐서 과도한 욕심을 부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게임 디렉터를 하면서, 블리자드에 걸맞는 품질 수준을 맞추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과소평가한 탓이죠. 전에는 블리자드 게임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데, 이제 알았으니까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렐릭에서 일하다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전이죠?
JW: 네. 저는 임파서블 크리쳐(Impossible Creatures)라는 게임에 참여했는데, 미친듯한 강행군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던 오브 워(Dawn of War)였는데, 임파서블 크리쳐보다 더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만들었는데도 더 좋은 게임이었고 그렇게 심한 강행군도 없었습니다. 팀의 능력을 잘 파악했고, 그에 맞는 수준의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매우 야심찬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였지만, 모두가 게임의 지향점 –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에 집중했습니다. 또한 모두가 전에 함께 일해본 적이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었습니다. 전에 함께 무언가를 해본 팀이 항상 더 나은 결과를 내놓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효율은 확실히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블리자드가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서 놀라웠고, 그 때문에 작업시간이 늘어났다고 하셨습니다. 게임의 어떤 면에 영향을 주었나요?
JW: 명확히 해야 할 점은, 수준이 높아서 놀라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저는 그 수준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놀라웠다는 겁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한 가지를 집어서 영향 받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개선해야 했던 분야가 상당히 많았거든요. 싱글 플레이어 요소를 개발하는 데에 그러한 기간이 있긴 했습니다. 스토리 요소, 게임 내 이벤트 같은, 후반에 개발된 요소들에 내부적으로 “미세 조정(micropacing)" 이라고 부르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사소한 것들이었죠. 여기에는 작동 하긴 하지만 개선할 필요가 있는 모든 사소한 것들이 다 포함되었습니다. 이를테면, 경비대장의 말이 끝났는데 문이 조금 늦게 열린다든지, 이벤트가 빨리 실행되지 않는다든지, 혹은 스폰이 충분히 되지 않는다든지, 플레이어가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주의를 끄는 장치가 없다든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작고 사소한 게임 속 이벤트이고, 우리에게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게임을 해봐야 했고, 무엇이 벌어지는 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 내 놓는다면.. 어휴, 아마 좋아할 리 없겠죠.
처음에 우리는 이벤트가 안 좋다고 생각하고서는 실제로 다른 기획자들에게 지원을 받았는데, 와서 하는 이야기가 이런 식이었습니다. “아, 이건 사소한 거네요. 그냥 약간 다듬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만 고치면 이 이벤트엔 아무 문제 없겠네요.” 하지만 그런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과소평가한 겁니다.
디아블로 3 는 얼마나 이러한 “다듬기” 단계에 있었나요?
JW: 아마 약 2 년 정도일 겁니다.
믿을 수가 없군요.
JW: 그 동안 만들어진 콘텐츠가 당연히 더 많을 것입니다. 게임을 100% 다 만들어 놓고 그 다음 2 년동안 다듬기에 들어간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시간은 다듬기에 집중한 팀에게 할애한 기간이었다는 점 입니다.
우리끼리 하는 말 중에 “해 가면서 다듬어라”라는 게 있습니다. 어떤 요소 하나를 집어넣을 때는, 먼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그 다음에 실물을 만들고, 그 후에는 반드시 출시 가능한 수준까지 다듬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신념입니다.
“아, 이건 당장은 괜찮아. 나중에 끝내야지” 이래서는 안됩니다. “나중은 없어. 지금 당장해" 이런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람들 앞에 내놓을 때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사람들은 게임의 여러 기능에 대해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그 때문에 게임의 여러 요소와 내용이 좋지 않다고 잘못 판단하게 될 겁니다. 실제로는 괜찮은 게임이고, 그저 단지 조금 다듬으면 되는데 말이죠.
놀라운 점은, 게임 개발자들이 자기가 한 작업물의 품질을 측정하는 데에 무관심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레이박스 테스트(gray box test)를 진행합니다만, 이는 전체 배치에 대한 느낌과 그 안에서 몬스터와 싸우는 게 어떻게 느껴질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에는 게임 환경만 있고, 텍스쳐도 없고 모델링도 최소한만 돼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그 단계에서는 게임 환경이 어떻게 느껴질지를 판단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심지어 저희조차도 그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질 지를 상상하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겐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고, 그들은 대체로 기획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 생각에 기획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자들조차 특정한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이것을 힘겨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수준까지 구현해놓지 않고서, 그 기능이 실제로 좋을지 아닐지를 가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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