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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호 ‘주간 심층이슈’』
『영국 디지털 방송 전환에 대한 연구』
○ 작성 취지
- 최근 가장 핵심적 화두가 되고 있는 방송의 디지털 전환 관련 영국의 현황 점검
- 영국의 디지털 전환 방식과 과정을 고찰하면서 향후 국내 디지털 전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봄
※ 작성자 : 주재원 (런던정경대학 언론학 박사과정)
○ 작성 순서 1. 「개요」 2. 「왜 영국인가?」 3. 「영국의 디지털 방송 전환 현황과 추진 과정」 4. 「논의 및 시사점」
1. 개요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오늘날 세계 각국의 방송 정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정책은 현재 방송사 소유 관련법과 더불어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이견이 없지만, 디지털 전환 시기와 구체적인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안과 이에 대한 비판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1997년 2월 당시 정보통신부가 “지상파 DTV방송 전환 기본방침”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이후 구체적인 정책적 논의가 거의 없다가 약 10 여년이 지난 2006년 9월, 디지털활성화추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포함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이후 2008년 제정된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은 아날로그방송 종료 시점(2012년 12월 31일 이전)과 디지털 방송 관련 규정을 법적으로 명시함으로써 국내 디지털 전환은 초읽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약 2년여 앞둔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전환 일정과 방법 등 세부사항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 보고서는 영국의 디지털 전환 사례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를 통해 현재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목적이다.
2. 왜 영국인가?
사실상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기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공서비스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비슷한 시기(2010년~2012년)에 디지털 전환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국을 제외한 유럽 주요 3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디지털 전환은 최근 몇 년간 거의 정체되어 있다. 독일은 2003년 베를린-브란덴부르크(Berlin-Brandenburg)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발판으로 삼아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빠른 2007년에 아날로그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독일의 디지털 전환 전략은 도시 중심(한 도시에서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다른 도시로 넘어가 디지털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형태의 방식)으로 진행되어 국가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는 좀처럼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였다 (Ofcom, 2004). 그 결과 2007년까지 총 1,480만 가구(전체 가구의 40%)만이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는 부진한 결과를 가져왔다. 독일은 현재 계획을 수정하여 2010년까지 디지털화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현실이다(EMCA, 2008). 프랑스는 전체 가구의 41%인 1천 2십만 가구가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
프랑스는 2005년 3월 31일 처음으로 디지털 방송을 실시한 이래 현재까지 18개의 무료 지상파 디지털 방송 채널이 운영되고 있으며, 다수의 유료 디지털 채널이 병행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사르코지 대통령 부임 이후 영국의 디지털 전환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강력하게 이끌어가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기로 한 정부의 계획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이탈리아는 2007년까지 총 1천 1백 2십만 가구(전체 가구의 47%)가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EMCA, 2008). 이탈리아는 2003년 12월에 처음으로 디지털 전환 사업을 시작한 이래 약 30개의 무료 채널을 디지털 지상파 TV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2005년까지 이탈리아 정부는 디지털 셋톱 박스 구입 비용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장려했으며, 2005년 1월에 판매되기 시작한 pay-per-view (PPV: 시청자가 원하는 서비스만 골라 볼 수 있고, 그에 따른 금액만큼만 부과되는 서비스)의 성공으로 인해 디지털화가 급진전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06년 12월 31일부터 아날로그 서비스를 중단하고 디지털 방송만 실시하겠다고 했던 계획은 2012년으로 연기된 상황이다(EMCA, 2008).
사례 연구 대상으로서의 영국의 디지털 전환이 가지는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된 사항은 국가와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는 점, 지상파 중심의 방송 환경에도 불구하고 유료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시장이 고르게 발달되어 있는 점, 인구 및 국토의 면적 등이 한국과 유사하다는 점(인구 6,094만명, 면적 243,000㎢)1), 디지털 전환 완료 예정일이 동일하다는 점(2012년 12월 31일 이전 아날로그 방송 종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3. 영국의 디지털 방송 전환 현황과 추진 과정
□ 디지털 전환 현황
2010년 12월에 Ofcom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서 디지털 전환 준비를 완료한 가구는 92.6%로 10가구당 9가구 이상이 이미 디지털 방송을 수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Ofcom, 2010). 이것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1% 증가한 수치이며, 총 2,500만 가구 이상이 디지털 방송을 수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디지털지상파 방송(DTT)을 이용한 디지털 방송 수신 가구가 1370만 가구로 전체의 39.1%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1%가 증가한 수치이다. BBC와 ITV가 소유하고 있는 무료위성디지털 방송인 Freesat은 2008년 5월에 시작된 이래 160만 가구가 이용하고 있으며, 현재 140여개의 무료 디지털 채널과 BBC와 ITV의 HD 채널 역시 보유하고 있어 향후 가입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이후 디지털 지상파 방송(DTT) 플랫폼은 가장 각광받는 디지털 전환 수단이 되어왔다. Freeview의 성공적인 시장 개척에 힘입은 디지털 지상파 텔레비전은 수년간 멀티채널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던 BSkyB의 유료 위성 TV를 2007년 이후 앞지르고 있고, 이 간격은 점차 벌어지는 양상이다.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이루어졌던 2005년~2007년 사이의 총 디지털 전환 가구는 약 470만 가구인데, 이 중 지상파 디지털 전환 가구가 310만으로 유료 디지털 위성의 60만 가구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당시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성장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경우 Freeview 셋톱박스 구입에만 약 20~100 파운드 정도의 비용을 부담할 뿐, 이후에는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많은 구매자들이 디지털 지상파 방송 쪽으로 몰리고 있다. 게다가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75세 이상의 노인이 포함된 가족의 경우 정부에서 셋톱박스 구입 보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특정 유료 디지털 채널을 고집하는 시청자가 아니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디지털 방송 수신 장치라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TV(PDP, LCD, LED 등)에는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Freeview 셋톱박스(약 50여개 TV 채널 수신)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굳이 추가로 위성이나 케이블 멀티채널을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디지털 지상파 방송 시장의 성장 배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료 디지털 위성 채널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옵션이다. BSkyB가 Sky 위성멀티채널방송을 통해 공격적으로 시장을 잠식해 왔고, 특히 199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지속되고 있는 Sky Sports의 독점 중계권 확보를 통해 위성 방송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Ofcom, 2004). 하지만 2004년 이후 무료 지상파 디지털 방송인 Freeview의 콘텐츠 증가와 서비스의 질적인 향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격 경쟁력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결국 디지털 전환 플랫폼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Ofcom, 2007). Sky 위성TV의 경우 2010년 12월 현재 기본적인 옵션의 멀티채널을 시청하는데 드는 비용은 월 16.50파운드 수준으로, 여기에 뉴스나 어린이, 패션,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 등의 카테고리별 채널을 각 1파운드에 추가할 수 있으며, 24시간 영화 전문 채널은 16파운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이벤트를 시청할 수 있는 Sky Sports 채널은 18파운드의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2). Sky에서 제공하는 집 전화와 브로드밴드, 위성TV의 묶음형 상품을 이용한다면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멀티채널 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초창기 디지털 멀티채널 시장을 양분했던 케이블 TV는 2001년 14.9%의 시장 점유율을 최고점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0년 3/4분기 현재 12.4%로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와 영국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 디지털 케이블 사업자인 Virgin Media가 가장 먼저 뛰어들었고, 초고속 인터넷과 디지털 멀티채널 방송과의 묶음형 상품화로 인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케이블 TV의 초기 설치비용과 여러 가지 한계로 인해 더 이상의 획기적인 성장은 어렵다는 것이 영국 미디어업계의 정설이었으나, 유럽위원회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 추진 발표 이후 케이블 방송이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3).
2007년 10월에 Whitehaven에서의 시범 사업으로부터 시작된 스코틀랜드 Borders 지역의 디지털 전환은 2008년 11월에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이후 Exeter가 2009년 5월 20일, 영국에서는 최초로 'digital city'라는 명칭을 얻으면서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 현재까지 영국 내 75만 7000가구가 아날로그 지상파 신호를 중단한 완전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상태이며, 2009년 말까지 전체의 19%에 이르는 가구에 아날로그 신호를 중단할 계획이다(Ofcom, 2009d). 특히 2009년 말에 디지털 완전 전환이 예정된 Granada 지역은 Liverpool과 Manchester를 포함하고 있어, 대도시에서의 디지털 전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2009년 말에는 영국 최대 케이블 회사인 Virgin Media가 BSkyB에 이어 두 번째로 아날로그 신호를 완전 중단하는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Virgin Media는 2009년 1/4분기 현재 14만여명의 아날로그 케이블 시청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무료 디지털 셋톱박스 보급 및 케이블 장비 교체 등 서비스 확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Ofcom, 2009a).
현재 영국 내 주요 뉴미디어 산업의 지형도에서 디지털 TV 분야는 타 매체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다. 초기 50%까지 수직 상승하던 브로드밴드(Broadband) 산업도 점차 정체되는 분위기이고,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던 모바일(Mobile) TV 산업은 영국에서 참패를 당했다. 하지만, 디지털 TV는 7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90%에 가까운 보급률을 보이면서 영국 내 미디어 산업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지털 TV의 보급은 단순히 기계적인 장치의 보급이나 관련 패키지 상품의 판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의 측면에서나 보다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공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예상되는 경제적 가치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DCMS, DTI, Ofcom & Digital UK, 2008).
□ 전환 초기
미디어 기업가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k)은 1990년 영국위성방송(BSB)과 Sky를 합병하여 British Sky Broadcasting(BSkyB)을 출범시키면서 다채널 디지털 방송 사업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Murdock, 2000). 이후 1995년 영국 정부가 거대한 디지털 방송 시장의 잠재적 가치를 파악하고, 정부 주도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 출범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DNH, 1995) 영국은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환 시대에 돌입했다. 영국 정부의 초기 디지털 전환 정책은 ITC(독립텔레비전위원회)의 주도하에 추진되었다. 1997년, ITC는 디지털지상파방송 사업자로 Digital 3&4, British Digital Broadcasting(BDB) 그리고 BBC를 선정했으며, 이듬해인 1998년에는 본격적인 디지털 유료 방송 경쟁이 시작되었다. BSkyB가 최초로 디지털 위성 TV 서비스를 출시하여 첫 달에만 10만 여명의 시청자를 확보하였고, 곧바로 BDB 콘소시움에서 살아남은 BSkyB와 ITV의 지역사업자인 Carlton과 Granada가 ONdigital이라는 최초의 저가형 유료 지상파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ONdigital은 재정난으로 인해 2001년 ITV Digital로 재출범했지만, 경쟁사인 BSkyB의 프리미어리그 중계권과 영화 등의 독과점, 그리고 기술적 측면에서의 상대적인 열악함을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2002년 4월에 최종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었다. 반면, 무료 셋톱박스 제공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초기 디지털 방송시장을 장악한 BSkyB는 2001년 500만 가입자를 자축하면서 아날로그 서비스를 중단하고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편 지상파 방송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계획했던 영국 정부로서는 ITV Digital의 파산으로 인해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되었지만 새로운 교훈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유료방송 위주의 시장경제에만 의존해서는 범국가적인 디지털 전환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전환 초기를 이끌었던 보수당 정부는 민간 영역의 케이블과 위성, 그리고 정부 주도 하의 지상파 플랫폼 간의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보다 활발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시청자들의 경제적 부담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디어 시장의 약육강식 환경은 더 이상의 새로운 경쟁자를 환영하지 않았고, 영국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과 민간방송 사업자들의 여유 있는 비웃음을 감내해야 했다. ITV Digital의 실패 이후 정부 주도의 디지털지상파방송 사업권은 그야말로 독이든 성배로 여겨졌고, 그러한 막중한 책임은 결국 공공서비스방송인 BBC에게 넘어갔다. 2002년 7월, ITC의 디지털지상파방송 사업권 허가를 받은 BBC는 정부로부터 디지털지상파방송 서비스 지원과 정부 보조금 지원을 약속받으면서 디지털지상파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그 결과 2002년 10월, 31개의 무료 채널(디지털 라디오 채널 포함)을 기반으로 하는 Freeview가 출범하게 되었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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