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이슈』
2011년 - 프랑스, 그리고 한국 만화
(박홍진/프랑스 Kantik/Samji사 대표)
프랑스에 한국만화가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초기부터 이미 이 시장에 굳게 자리 잡고 있던 일본 망가와 망가 애호가들의 수많은 견제를 받아온 한국 만화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느덧 프랑스의 아시아 만화시장에서 작게나마 한 흐름을 차지하게 되었다. 전통의 유럽만화(프랑스에서는 주로 BD Bandes dessinees로 표기), 미국으로부터 전해진 영웅물 중심의 미국만화 (주로 Comics라고 표기), 그리고 일본 망가로 대표되는 아시아 만화(주로 Manga로 표기)까지 전 세계의 만화가 모여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 바로 프랑스 시장이며, 유럽의 문화 중심지라는 프랑스 인들의 자긍심에 걸맞게 거의 대부분의 만화는 프랑스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후 유럽 다른 나라의 시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만화도 2003년 프랑스에 진출하면서부터 불어 번역본을 읽고 독일이나 이태리, 스페인 등 주변 국가들이 한국 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거대한 유럽시장에서 프랑스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머나먼 프랑스에 발을 내딛고 선 지 8년 째에 접어들고 있는 한국 만화가 프랑스 시장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지, 그리고 어떤 만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프랑스의 아시아 만화 시장의 움직임도 짚어보도록 하자.
1.한국만화를출판하는프랑스출판사
2003년 한국 만화가 '도깨비'라는 레이블을 가지고 진출할 때만 해도 프랑스 전체를 통틀어 아시아 만화를 출판하는 출판사는 5, 6개사에 불과했다. 물론 이미 '드래곤볼'이라는 공전의 히트작이 있었거니와 '골도락'(그랜다이저), '아키라' 등 유명한 일본의 애니메이션들로 인해 일본 망가는 프랑스에 15년이상 한국 만화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고, 또 일본 망가의 골수 애호가들이 점차 자라 하나의 문화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망가'는 일부 아는 독자들이나 찾아 읽는 비주류 문화였으며, 그 때문에 망가 애호가들은 스스로 °선지자±인양 행세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 망가'는 당연히 일본 것이어야 하며, 또 일본 것이 아닌 '망가'는 °유사품±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본 망가 외에 다른 아시아 국가의 만화는 찾아보려 하지도 않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4년을 기점으로 아시아 만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한국 만화의 등장으로 인해 아시아 만화의 다양성에 프랑스 독자들이 눈을 뜨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2011년 현재 프랑스에서 아시아 만화를 출판하는 출판사들을 살펴보자.
표1.프랑스의아시아만화출판사
* 아시아 만화를 출판하는 출판사의 수는 모두 39사에 이르나 그중 비교적 다수의 출판을 하는 출판사만을 정리하였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아시아 만화를 출판하는 주요 프랑스 출판사는 모두 20여개 사이며 이중 일본 망가만을 출판하는 출판사의 수가 13개사, 일본 망가와 한국 만화를 모두 출판하는 회사의 수는 6개사 등 전체 아시아 만화 출판사 중 무려 86%에 달하는 출판사가 일본 망가를 출판하고있다. 이에 비해 한국 만화를 출판하는 출판사는 겨우 8개사에 불과하며 그나마 어느 정도 출판 종수를 유지하고 있거나 꾸준히 타이틀을 내고 있는 출판사는 Booken (4타이틀), Casterman(8타이틀), Clair de Lune(5타이틀), Ki-oon(4타이틀), Samji(24타이틀) 등 5개 사에 불과하다. 더우기 더욱 우려되는 상황은 바로 일본 망가와 한국 만화를 같이 출판하던 출판사 중 5개사가 한국 만화 출판을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한국 만화 출판 중단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판매 부진이다. 또 일본에 비해 출판되는 종수가 상당히 부족한 한국 만화 시장의 작품들을 많은 수의 출판사가 짧은 시간 내에 경쟁적으로 출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타이틀들이 시장에 정착하지 못하면서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출판사들이 버티지 못하고 출판을 중단했다.
이러한 일본 망가 편중 현상은 출판된 작품 수를 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2010년 한 해 동안 출판된 아시아 만화는 모두 1477권 (종수로는 496종)이며 이중 1355권이 일본 망가, 한국 만화는 106권, 중국 만화는 14권이다. 특히 일본 망가 중 블록 버스터를 출판하는 상위 3개 출판사(카나 Kana, 글레나Glena, 델쿠르Delcourt)의 아시아 만화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고 있으며 상위 14개 레이블로 그 범위를 넓혀보면 시장 점유율은 무려 98.6%에 이른다. 즉 나머지 25개 출판사의 시장 점유율의 총합이 겨우 1.4%인 것이다. (자료 참조 : 프랑스 만화 비평가 협회(ACBD) 2010년 연간 보고서)
2.프랑스에서출판되는한국만화
프랑스 만화 시장은 전통적으로 소년, 소녀 구분 없이 '환타지'와 '유머'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그러다 보니 프랑스에서 출판되는 타이틀의 많은 부분이 소년 만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출판되고 있는 한국 만화 역시 대부분 이러한 환타지 장르에 편중되고 있다.
물론 역사물이나 작가주의 만화 역시 출판되며 작가주의 만화의 경우 도서전에서수상을 하고 있으나 시장을 전반적으로 좌지우지하는 비중을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려우며 그 판매 부수 역시 그리 많지 않다.
한국 만화 출판은 크게 SEEBD사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SEEBD사는 단독으로 당시 전체 아시아 만화 시장의 약 10%에 달하는 매출을 한국 만화를 통해 실현, 프랑스에서 출판되는 한국 만화의 90% 가까운 약 400권 이상의 타이틀을 5년 동안 출판하였고 한국 만화만으로 구성된 잡지도 출간하였으나 안타깝게도 2008년 문을 닫았다. 그 후 한국 만화 출판종수는 크게 줄어들었는데 현재 프랑스에는 대략 49종의 한국 만화가 현재 출판 중이거나 곧 출판될 예정이며 이중 24종을 제외한 25종의 타이틀들이 소년 만화이다. 또 소년 만화 중 환타지 물은 13종, 무협물은 7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만화 전체 출판 종수 중 비교적 대비 소년 만화의 비중이 적게 나타나는 것은 작가주의 만화의 출판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업 만화만을 놓고 봤을 때는 소년 만화가 62%로 나타난다.
반면 순정 만화의 경우 학원물이 5종, 환타지가 4종이며 최근 순정 만화 출판 종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비해 그중 BL물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프랑스 전체 아시아 만화 시장에서 BL물의 출판 종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비추어 볼 때 시장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쫓아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하지만 학원물의 경우 국내 타겟 독자층과 현지 독자층과의 연령대 차가 있어 최근에는 거의 출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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