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콘텐츠 산업은 크게 창조적 콘텐츠 산업 혹은 크리에이티브 산업(Crea tive Industry)에 해당되며, 정부 주도하에 주요 산업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 있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영국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경제적 규모는 영국 GDP의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OECD 가입국 중 가장 큰 비율로 기록되었다. 또한 2006년에 약 160억 파운드(한화 약 32조 원)의 수출액을 기록해 영국 전체 수출액의 4.3%를 기록하였다.
2008년 현재 198만여 명(전체 산업 고용인원의 6.78%)이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이 중 115만여 명은 15만 7400여 개의 크리에이티브 관련 회사에 직접 종사하고 있으며, 나머지 80만여 명은 관련 업종에 간접적으로 종사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주요 산업의 고용창출이 1% 미만의 성장률에 그친 데 반해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고용 인원이 매년 2% 이상 증가할 만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영국의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여러 요소들이 뒷받침되겠지만, 핵심적인 부분을 요약하자면, 글로벌 시장경제 체재로 인한 영어 사용 인구의 급격한 증가, 저작권이나 IP 등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오랜 미디어 콘텐츠 제작 역사, 문화적 교류에 유리한 지정학적 조건 등을 들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2007년 통계 기준으로 675억 파운드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되었다. 비록 뉴미디어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영국에서 가장 큰 콘텐츠 시장은 여전히 출판업계로 전체의 30.7%를 차지하였다. 이는 여전히 인쇄매체를 선호하는 영국인들의 미디어 소비 경향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광고 시장과 디자인(의류 디자인 포함) 그리고 라디오와 TV 시장이 16~18%대로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건축과 영화, 컴퓨터 게임, 음반 시장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영국이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원인은 물론 오랜 전통과 탄탄한 구조를 가진 영국 미디어 시장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전 지구적으로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콘텐츠 시장의 확장이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건축과 광고, 크리에이티브 관련 R&D 산업의 총생산액을 제외하고도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위의 콘텐츠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으며, 2007년부터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상품을 대상으로 한 통계에서는 중국, 이탈리아, 홍콩, 미국, 독일에 이어 6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의 개발을 통한 지적 재산권이나 프로그램 포맷 등에서 더 큰 강점을 보이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그중에서 프로그램 포맷 산업은 영국이 가장 강점을 보이는 분야 중 하나이다.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작품 슬럼독 밀리어내어(Slumdog Millionaire)의 주요 플롯에 등장하는 퀴즈쇼는 바로 영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포맷인 를 차용한 것으로, 지난 11년 동안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어 각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프로그램 포맷 시장의 규모는 약 24억 달러에 이르며, 현재 전 세계의 텔레비전 방송 중 32%의 포맷이 영국에서 수출된 것으로 나타나 영국 프로그램 포맷 산업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TV 콘텐츠 산업
콘텐츠 산업은 전체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핵심 동력이다. 2000년대부터 콘텐츠 산업이 크게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투자자가 대거 몰려들었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큰 성공을 경험하지 못하면서 콘텐츠 산업에 의문을 품는 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오프콤의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영국에서 영화나 TV·음악·컴퓨터 게임 등에 투자한 회사 중 약 15% 정도만이 성공을 거두었고, 나머지 투자자들은 대부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많은 성공을 거둔 분야는 TV 프로그램이다. 전통적으로 영국의 지상파 텔레비전은 공공성을 근간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시청자들의 시청료(license fee)로 운영되는 BBC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제작 환경으로 인해 어린이 프로그램으로부터 다큐멘터리·드라마·쇼 프로그램·스포츠 중계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텔레비전 콘텐츠를 세계적 수준으로 제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은 2007년에 국내에서 제작된 TV 프로그램 중 무려 53%의 완성본과 프로그램 포맷을 수출하였다. 영국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 2개 중 하나는 해외로 수출한다는 의미이다. 이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장르는 엔터테인먼트(버라이어티 쇼, 리얼타임 쇼 등) 장르였으며, 그 다음이 드라마(단막극, 미니시리즈, 시트콤 등) 장르였다. 2008년 11월에 발표된 영국의 무역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해외에 수출된 영국 방송사들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총 6억 6,3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 3,260억 원) 규모로, 이는 전년(5억 4,000만 파운드) 대비 23% 성장한 수치이다. 또한 2009년 6월에 발표된 2008년 영국 내 독립제작사의 방송용 프로그램 수출 총액은 3억 9,100만 파운드(한화 약 7220억 원) 규모로, 이는 4년 전인 2004년(2억 1,500만 파운드)에 비해 약 80% 이상 성장한 수치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전체 수익 6억 6,300만 파운드 중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포맷과 저작권료로만 벌어들이는 금액이 2억 1,200만 파운드라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완성된 프로그램 수출액이 2억 7,100만 파운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1년 동안의 분야별 성장률을 놓고 비교했을 때 완성된 프로그램이 전년 대비 8% 성장한 데 비해, 포맷 산업은 전년 대비 53% 성장이라는 성과를 나타냄으로써 향후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시리즈물의 DVD 판매 역시 전년 대비 98% 증가한 1억 2,200만 파운드를 기록함으로써 향후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주요 방송 콘텐츠 동향
1) BBC
BBC의 는 매우 역동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프로그램이다. 는 자동차 전문가이자 애호가인 3명의 출연자와 게스트가 에피소드마다 다른 종류의 자동차에 대한 시승, 평가 그리고 자동차 개조 및 자동차를 이용한 게임 등을 통해 자동차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BBC는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동명의 자동차 잡지를 런칭했으며, 현재까지도 이 잡지는 영국 내 최고의 자동차 잡지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내용의 프로그램이라면 소수의 남성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만 인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가장 최근의 자료인 2009년 6월 20일자 BBC 자료에 의하면 는 동 시간대 30%의 시청률과 710만 명을 끌어들였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중 53%가 남성이었고, 소득 수준 상위 50%인 시청자는 360만 명이었으며, 16~34세의 젊은 층은 230만 명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는 가 특정 계층이나 성별에 의존하지 않고, 고른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2) ITV
는 명실상부한 영국 최고의 Talent Show로, 수많은 영국의 아이돌 스타들을 배출한 ITV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영국 전역에서 누구나 제한 없이 참가할 수 있는 예선전(평균 수십만 명이 참가)을 시작으로, 본선으로 갈수록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후 예선 과정에서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편집해서 만든 시리즈들도 매우 흥미롭다.
루이 웰쉬(Louis Walsh), 사이먼 코웰(Simon Cowell) 등 영국 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4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매우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인 심사로 본선 진출자를 선별하며, 본선 무대에서는 시청자들의 전화투표로 매주 한 명씩 탈락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마지막 1인을 선발하며, 엄청난 경쟁을 뚫고 최종 선발된 사람은 자신의 첫 번째 음반을 취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는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는 미국의 폭스(Fox)사와 공동제작한 , 최종 선발자에게 2만 파운드의 상금과 영국 왕실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신데렐라 신드롬을 실제로 가능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2007년 의 최종 승자는 어눌하게 생긴 휴대전화 판매원이었던 폴 포츠(Paul Potts)라는 남자였는데, 그는 자신 안에 감추어져 있던 천상의 목소리를 발견함으로써 일약 영국 내 최고의 오페라 가수가 될 기회를 얻었다. 이외에도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천상의 목소리 가진 여섯 살 소녀, 몸이 아픈 홀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고자 가수의 꿈을 키우는 청년 등 참가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해당 프로그램은 더욱 인기를 얻고, 시청자들은 감동을 받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케이블 채널 사상 최고 시청률(7%대)을 기록한 m.net의 <슈퍼스타 K> 역시 의 포맷을 수입한 사례이다.
3) CBeebies
BBC에서 운영하는 유아 프로그램 전문 채널인 CBeebies의 은 한국에도 <꼬꼬마 꿈동산>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던 영국 BBC의 어린이 프로그램 시리즈이다. 1990년대 말 전 세계적으로 (한국명: 텔레토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제작자, Andrew Davenport와 Anne Wood가 다시 한 번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 프로그램 개발에 도전한 것이다. 2007년 3월에 CBeebies를 통해 첫 방영된 은 현재 영국의 영유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자, 영국 내에서만 30개가 넘는 라이선스(License)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메이커이기도 하다. BBC는 2~4세 사이의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에 약 1450만 파운드(한화 약 290억 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33개국에 수출되었으며, DVD·인형·의류·완구류 등의 캐릭터 상품 판매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2008년 한 해 동안 의 공식 라이선스를 받은 인형류의 판매 총액은 약 3,300만 파운드(한화 약 660억 원)로 영국 내 어린이 캐릭터 인형 부분 최대 판매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몇 년 동안 어린이 캐릭터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를 뛰어넘은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의 성공 신화는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2008년 한 해 동안 580만 권의 서적이 판매되었여기에75만 장 이상의 DVD가 판매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되는 매거진은 현재 발행 부수가 10만 부 이상이다. 또한 4만 장 이상의 노래 앨범과 6만 권 이상의 오디오북이 판매되었으며, 70만 개 이상의 캐릭터 잠옷과 속옷이 판매되었다. 관련 캐릭터는 이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음료·과자·아이스크림·치약·샴푸·기저귀·비누·양말·신발 등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를 정도로 확장되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으며, 여기에서는 어지는 수익의 대부분은 다음 어린이 프로그램 캐릭터 개발에 투자되고 있다.
게임 콘텐츠 산업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게임 제작 업체가 있으며,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게임 제작 국가이다. 26억 달러 수준의 연생산량과 전체 게임 콘텐츠 시장의 12.4%를 점유하고 있는 영국의 게임 산업은 현재보다는 향후 10년 뒤에 더욱 큰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에 기반을 둔 Sony의 ‘Playstation’이나 Nintendo의 ‘DS’와 ‘Wii’, Microsoft의 ‘Xbox’ 등 콘솔 게임이 여전히 전체 게임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어 영국 게임 콘텐츠가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 유럽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MMOG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Game) 시장에서 영국 제작 콘텐츠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면서 향후 전개될 게임 시장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콘텐츠 산업
2007년을 기준으로 영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영화 시장을 가지고 있다. 영국은 영화산업을 통해 38억 파운드 규모의 이익을 창출했으며, 15억 파운드가량을 영화제작에 투자했고, 현재 9,300여 개 영화 관련 회사에서 6만 5,000여 명의 인원이 크리에이티브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이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한 제작 시스템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이 CGI나 특수효과, 애니메이션 등에서 강점을 나타내는 반면 영국은 영화의 기반이 되는 스토리의 원작, 제작 배경, 배우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2001~2007년 사이에 제작된 영화 중 총수익 200위 내의 영화들 중에서 30편의 영화가 영국에서 제작된 스토리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표적인 사례가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Rowling와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인 JRR Tolkin이며, 저작권료로 벌어들인 수익만 총 140억 파운드 규모였다.
출판 콘텐츠 산업
출판업은 여전히 가장 많은 콘텐츠를 수용하는 시장이다. 약 6,700여 개의 영국 소재 출판사들은 연간 220억 파운드 규모의 출판물을 판매하고 있으며, 20억 파운드 규모는 다른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텔레비전과 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출판업의 위기론이 제기되었으나, 여전히 출판 산업은 가장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시대에 따라 출판의 개념이 바뀌는 만큼 하드웨어적인 적응 가능성은 충분히 열어놓은 상태다.
특히 인터넷 매체의 등장 이후 디지털 기반 아래 텍스트가 보편화되면서 기존의 출판사들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최근 보편화되고 있는 eBook과 온라인 출판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eBook은 전용 기기를 이용해 다운로드 받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뿐 아니라 게임기나 휴대용 영상기기 등을 이용해 게임과 전자사전, 책과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럽연합이 구축하고 있는 통합 디지털 박물관 콘텐츠 시스템, Europeana는 현재 약 200만 개의 디지털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으며, 2010년까지 10만여 개 이상의 디지털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참조 : - DCMS (2009) Creative Industries Economics Estimates Statistical Bulletin. - DCMS (2009) Creative Britain: Final Report. - Ofcom (2009) The Communication Market 2009. - Technology Strategy Board (2009) Creative Industries: Technology Strategy 2009-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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