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초에 미국 제1의 케이블 회사인 Comcast와 3대 지상파 방송국 중 하나인 NBC Universal이 합병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 이후 두 회사 간의 협상이 지속되어온 결과, 최근 보도를 보면 양측의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또 하나의 초거대 미디어 기업의 탄생을 눈앞에 둔 것으로 보인다.
Comcast의 인수 시도는 우선 그 자체가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케이블의 지상파 방송국 인수가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케이블 사업자가 주류 방송사로 인식되고 있는 지상파의 NBC를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케이블의 성장, 그리고 지상파 시장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Comcast가 이번 기회를 통해 케이블과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서 만족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 영역과 영화 산업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Comcast는 약 2,400만 명의 케이블TV 가입자와 1,530만 명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가진 거대 기업으로, 만약 방송과 영화 두 분야를 아우르는 NBC Universal을 인수한다면 콘텐츠와 다양한 창구(window)를 보유한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Comcast가 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사실 이미 예측되어왔다. 처음 케이블에서 시작하여 곧바로 인터넷과 전화 사업으로 진출하더니, 최근 10여 개의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와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 그리고 E, Style, 그리고 골프 채널을 설립하여 케이블 채널 사업에까지 그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특히, 2004년에는 Walt Disney사를 약 540억 달러에 인수하려는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바도 있다. Disney는 또 다른 지상파 방송인 ABC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때의 상황보다는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Comcast의 NBC Universal 인수 시도가 어떻게 전개되어왔고, 현재 어떤 상황에 있으며, 그 파급효과는 어떨 것인지 유력 미디어들의 보도를 통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한다.
협상의 시작과 경과
지난 10월 초부터 Comcast와 NBC Universal의 합병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주요 언론들은 Comcast가 막강한 콘텐츠 제작 능력을 지닌 NBC Universal을 인수함으로써 콘텐츠 제작과 배급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현재 NBC Universal은 NBC 방송국과 히스패닉계를 위한 방송사인 Telemundo, MSNBC와 CNBC 같은 케이블 채널, 영화사인 Universal Pictures, 테마파크인 Universal Studios, 그리고 인터넷 비디오 서비스회사인 Hulu를 소유하고 있다.
만약 Comcast의 시도가 실현된다면 Comcast는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자사의 케이블뿐만 아니라 지상파 네트워크를 통해 배급하고, 또한 Hulu를 통해 인터넷에서도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케이블 자산과 함께 TV 방송과 인터넷, 영화 그리고 테마파크 등의 다양한 자산을 보유한 거대 기업이 탄생하게 되고, 콘텐츠 제작과 배급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들이 예상하고 있다.
NBC Universal은 General Electric이 80%, 프랑스의 미디어 그룹인 비방디(Vivendi)가 20%의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는데, Comcast는 협상을 통해 전체 지분의 51%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되려 하고 있으며, 규모는 약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전업체인 GE는 미디어 산업이 자신들의 사업 방향과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디어 부분을 매각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초기에 Time Warner가 NBC Universal이 가진 케이블 자산의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CEO인 Jeff Warner가 NBC Universal의 인수전에 뛰어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Comcast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된 형국이다. 여기에, 지난 16일 20%의 지분을 가진 Vivendi가 모든 보유 지분을 GE에 매각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협상이 더욱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애초에 GE는 전체 지분의 51%를 넘기는 대신 Vivendi의 20% 지분을 사들여 49%의 지분을 소유하는 계획을 가졌었는데, 과연 Vivendi가 보유 지분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었다.
NBC Universal 인수의 이유와 의미, 그리고 전망은?
우선, 또 하나의 거대 미디어 기업의 탄생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각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들을 봐도 그렇고 이들이 합쳐서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예를 들면, Comcast와 NBC Universal이 합치는 경우 총수익 규모는 약 4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08년 Viacom의 수익이 약 146억 달러였고, Time Warner가 약 470억 달러 규모였다. 루퍼트 머독의 News Corp.는 2009년 수익이 304억 달러로 추산된다. 즉, 이번 인수로 인해 Comcast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미디어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 감소를 의미한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 방송을 한 수 아래로 보아온 것이 사실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넓은 시장은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을 수 있었던 반면, 세분화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해 온 케이블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 NBC Universal이나 기타 지상파 방송사들의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NBC Universal의 자산인 NBC 방송은 8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모태가 되었던 RCA는 라디오 방송의 개척자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현재는 후발주자인 Fox에도 밀려 네 번째 지상파 방송으로 그 지위가 떨어져 있고, NBC Universal 내에서도 다른 자산들인 USA, SiFi, CNBC보다도 수익률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회사에 인수되는 현실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NBC가 미국의 방송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케이블 회사인 Comcast에 의한 인수는 상징적으로 지상파 방송의 몰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미디어 산업이 새롭게 재편되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Comcast 자체적으로 볼 때 이번 인수 시도는 또한 극심한 경쟁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또한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Comcast 자신은 미국의 최대 케이블 회사로 자리 잡고 있으나 케이블 산업은 DirecTV 같은 위성방송 사업자와 AT&T나 Verizon 같은 통신 사업자들의 방송산업 진출로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은 Comcast와 비슷한 프로그램 라인업을 가지고, 그리고 오히려 더 싼 가격과 묶음(bundle) 서비스를 바탕으로 케이블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 산업에서 콘텐츠를 제작·배급하는 NBC Universal이나 Disney 같은 프로그램 공급자들은 케이블 업체들에게 자신들의 채널을 내보내는 것에 대한 대가를 해가 갈수록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상파 방송국마저도 자신들이 내보낸 방송을 재송신하여 케이블이 방송하는 경우 요금을 물리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Comcast로서는 적대적인 시장 상황을 반전시킬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했었다. 즉, Comcast로서는 NBC Universal과 같은 콘텐츠 공급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이렇게 높아져만 가는 콘텐츠 사용 비용을 절감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인수는 스포츠 분야의 유력한 콘텐츠 제공자로의 위치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체적인 전망도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Comcast는 10여 개의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를 가지고 로데오 경기나 아이스하키를 중계하고 있는데, NBC의 훌륭한 스포츠 콘텐츠와 경기 노하우를 가진다면 Disney의 ESPN과 견줄 수 있는 스포츠 왕국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NBC는 2010, 2012 올림픽의 중계권과 함께 NFL(프로풋볼), College Football, US Open 골프, Wimbledon과 French Open 등의 테니스 경기 등 메이저 경기의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다.
Forrester Research의 한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케이블들은 많은 채널과 묶음 서비스로 승부를 보기보다 엔터테인먼트, 즉 오락 기능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꿀 것으로 예측했는데, 스포츠 콘텐츠로의 선택과 집중은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Comcast의 NBC Universal 인수 시도의 목적 중 하나가 NBC가 소유하고 있는 인터넷 비디오 서비스 회사인 Hulu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케이블 회사들은 광고를 기반으로 하여 무료 혹은 싼 값에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가입자들 빼앗겨왔다. Hulu는 2009년 8월 방문자 수가 4,000만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인터넷 비디오 서비스 회사이다. Comcast가 만약 Hulu를 이용하여 NBC와 자사의 비디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케이블에서 잃은 가입자들도 되찾을 수 있고, 앞으로 황금시장으로 평가받는 인터넷 비디오 서비스 시장에서 안정된 수익원을 만들어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Comcast의 입장에서 봤을 때 NBC Universal의 인수는 인터넷 시장의 VOD 서비스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어 미래 인터넷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Comcast는 지금까지 VOD 서비스 사업에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영화 콘텐츠를 가진 업체들이 DVD를 통해 얻는 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굳이 VOD를 통해 최신 콘텐츠를 노출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관행 때문이다. 현재 NBC Universal은 약 4,000여 개에 이르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NBC Universal의 인수는 Comcast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영상 콘텐츠를 언제든지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이 협상의 마지막 관문은 물론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 것이다. 딜이 이루어지면 공은 오바마 행정부로 넘어갈 것이고, FCC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이를 심사할 것인데 소요 시간이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상황이나 기타 행정부의 성향이 미디어 산업에 ‘건설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중시하는 것으로 봐서 결국 Comcast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벌써부터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 건이 성사되면 케이블 업체들의 주식이 상승하는 등 상당한 경제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근거로 지난 몇 년 간 케이블 업체들의 주식이 Comcast 주가의 희비와 강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었음을 들고 있는데, 예를 들어 지난 2005년 Comcast의 주식이 20.7% 하락했을 때 전체 케이블 MSO 부분의 주가는 10% 하락했고, 2006년에 Comcast의 주가가 61% 상승했을 때는 마찬가지로 40%의 상승세61%였다는 것이다. 2007년의 경우에도 Comcast의 주식이 36% 떨어졌을 때 케이블 사업 전체는 28%의 하락세61%였고, 현재 2009년도 Comcast의 주가가 15% 하락하자 나머지 케이블 업체들의 주가도 약 20%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LeiO tman 케이블 MSO GSoup의 BSuOe LeiO tman CEO는 “Comcast가 건강하면 할수록 전체 케이블 산업도 건강해질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과연 Comcast가 NBC Universal이라는 대어61낚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언론들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전격적으로 결정이 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 참고 : - Bauder, D. (2009, November 16). Broadcast pioneer NBC prepares for cable takeover. USA Today. (http://www.usatoday.com) - Farrell, M. (2009, November, 14). Cover story: 3 reasons why cable should cheer the marriage. Multichannel News. (http://www.multichannel.com) - Jame, M. (2009, November 16). Comcast aspires to be a major global communications player. LA Times. (http://www.latimes.com) - Liberman, D. (2009, October 1). Comcast, NBC Universal consider a deal. USA Today. (http://www.usatoday.com) - Reuters. (2009, October, 20). UPDATE 2-Comcast says will look at all content prudently. (http://www.reuters.com) - Reuters. (2009, October, 29). UPDATE 2-Comcast NBC deal held up by various issues-sources. (http://www.reut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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