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내용 ==============================================
1. 1993년부터 모든 지상파 방송에 25%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 적용
- 지상파 방송사의 제작권 독점과 방송의 다양성 추구 위해 시작 - BBC1과 BBC2는 공정거래위원회(OFT)가 감독 - ITV, Channel 4와 5는 독립텔레비전제작위원회(ITC)가 감독 - 2003년부터 모든 외주제작 관련법은 Ofcom에서 관리
2. 2003년 발표, 현행 미디어법, 이전 외주제작 시스템 내용 수정·보완
- 25% 쿼터 비율 유지, 시간 기준 계산법과 제작비 기준 쿼터 모니터링 명시 - 당해 연도 쿼터량 미충족 시 부족 부분 다음 연도 이월 - 모든 디지털 지상파 방송사 10% 쿼터제 명시
3. 지상파 외주제작 비율, 쿼터량 상회, 25% 의무 할당제 유명무실
- 방송사의 제작비용 절감과 안정적 시청률 확보 전략 때문 - 방송사 입장에서 최소의 인력과 비용으로 운영 가능 - 시청자 입장에서 양질의 프로그램 시청 권리 박탈
4 외주제작 시스템의 재정비 요구
- 난립하고 있는 독립프로덕션에 대한 선별기준 강화 - 외주제작 콘텐츠에 대한 질적 연구와 시청자 만족도 조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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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미디어 규제기구 오프콤(Ofcom)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영국의 텔레비전 산업의 규모는 112억 파운드(한화 약 22조 4,000억 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2007년 대비 1.3% 규모인 1억 4500만 파운드 증가한 수치였다. 이 중에서 각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한 비용은 50억 파운드(한화 약 10조원)로 사상 처음으로 50억 파운드를 넘어섰다. 총 방송 시간은 248만여 시간으로 250만 시간에 육박했고, 특히 유료 멀티채널 시장의 확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놀음 뒤에 가려진 실상은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유료 멀티채널의 경우 2008년 한 해 동안 방영한 프로그램 중 재방영이 아닌 새롭게 제작된 프로그램은 13%에 불과했다. 이는 영국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제작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영국 텔레비전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제작 실태를 외주제작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해 보고자 한다.
영국 텔레비전 외주제작의 역사
영국 외주제작의 역사는 Channel 4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국에서의 외주제작 논의는 Channel 4가 개국한 1982년부터 본격화되었다. 물론 정식으로 독립프로덕션의 쿼터제에 대한 논의는 그로부터 10년 뒤에 이루어지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BBC와 ITV 등의 방송국 내부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프로그램 제작 시장을 외부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외주제작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연도별 영국 제작시스템에 대한 초기 정책 과정을 요약한 것이다.
- 1982년: 외주제작 전문 채널- Channel 4의 개국, 독립제작사의 성장 발판 - 1986년: 피콕 위원회(Peacock Committee)가 40%의 외주제작 쿼터제를 권고 - 1990년: 방송법 제정 과정에서 25%의 외주제작 쿼터제 제안 - 1993년: 25% 외주제작 쿼터제 법 발효(현재까지 지속됨) - 1996년: 디지털 지상파 멀티채널 방송사들에 10%의 외주제작 쿼터제를 적용하는 방송법 소개
1986년 당시 BBC의 재정 문제를 파악하던 피콕 위원회가 공공 서비스 방송인 BBC와 ITV에 40%의 외주제작 할당제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방송사들은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피콕 위원회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피콕 위원회의 보고서는 공공 서비스 방송으로서의 BBC에 적대적이었던 대처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BBC의 입지를 분산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인 1987년, ITV는 내부 조율 끝에 자발적으로 1992년까지 매년 25%의 프로그램을 외주제작에 할당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당시 독립방송공사(Independent Broadcasting Au thority, IBA)는 ITV의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면서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질과 양을 평가하여 향후 지상파 방송사의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 실시 여부에 반영하기로 했다. 1992년 말 ITV는 총 22%의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으로 나타났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확인한 정부는 이듬해인 1993년 1월 1일부터 모든 지상파 방송사에 25%의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를 적용하기로 하였다.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 초기에는 다소 복잡한 관계 기관의 업무로 인해 BBC1과 BBC2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Office of Fair Trading, OFT)의 감독을 받은 반면, ITV와 Channel4, five는 독립텔레비전위원회(Independent Television Commission, ITC)의 감독 아래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를 진행했다. 이후 2003년부터 시행된 새로운 미디어법에 의해 모든 외주제작 관련법은 오프콤(Ofcom)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1996년에 재정된 방송법에는 디지털 전환 시 새롭게 선보일 디지털 지상파 채널 사업자들에게도 10%의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를 적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가 시행된 이후 ITV는 줄곧 쿼터를 지켜왔다. 그러나 BBC는 과거 몇 년간 쿼터 비율을 맞추기 힘들어했으며, 이로 인해 OFT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당시 “우리는 독립프로덕션 회사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방송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그레그 다이크(Greg Dyke) 사장의 발언은, 당시 BBC가 외주제작 쿼터제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당시 독립제작사로 간주되는 기준이 매우 까다로웠고, 그로 인해 상당수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정식 외주제작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BBC의 독립 프로덕션 외주제작 쿼터는 다소 왜곡된 부분이 있었으며, 2004년부터는 계속적으로 의무 할당을 충족시켜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의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는 허점과 오류가 많아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2002년, ITC는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부분을 수정, 보완하지 않으면 향후 외주제작 시스템은 본연의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첫째, 25%의 쿼터 비율은 유지하되 제작비 기준이 아닌 시간당 비율로 계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 둘째, 기준에 부합하는 프로그램과 독립제작사의 정의가 여전히 모호하며 이를 시급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셋째, BBC의 경우 BBC1과 BBC2의 프로그램을 통합해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해서 쿼터를 적용해야 하며, 라이선스 대금으로 운영되는 BBC의 모든 디지털 채널들(BBC3, BBC4, CBBC, CBeebies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넷째, 새로운 규제기구 오프콤은 독립제작사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다양성과 가치성 등을 평가하여 양질의 외주제작 시스템 구축에 기여해야 하며, 특히 지역적 안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섯째, 오프콤은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를 이행하지 않는 방송사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수단을 강구해야 하며, 이를 집행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표 1> 지상파 5개 공공 서비스 방송사별 외주제작 할당 비율
쿼터 비율 (시간별 %) |
BBC1 |
BBC2 |
ITV |
Channel 4 |
Five |
독립제작사 외주 |
25% |
25% |
25% |
25% |
25% |
오리지널 제작 |
70% |
70% |
65% |
60% |
53% |
오리지널 제작 (피크타임) |
90% |
80% |
85% |
70% |
42% |
지역 제작사 제작 (시간별) |
25% |
25% |
50% |
30% |
10% |
지역 제작사 제작 (제작비) |
30% |
30% |
50% |
30% |
10% |
이러한 건의사항에 따라 2003년에 발표된 현행 미디어법 ‘Communications Act 2003’에는 BBC의 디지털 지상파 채널을 포함한 모든 공공 서비스 방송의 25% 의무 할당제와 시간 기준 계산법과 동시에 제작비 기준 쿼터 역시 모니터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해당 연도에 쿼터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시 부족 부분만큼을 다음 연도로 이월시켜 적용하고 있으며, 모든 디지털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10% 쿼터제도 명시하고 있다.
의무 할당제의 의미와 외주제작의 유혹
영국에서의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는 분명 초창기 지상파 방송사들의 제작권 독점을 견제하고 방송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제도였다. 그리고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몇 년간은 기존 방송사들의 불만과 독립제작사들의 처우 개선 요구 등 불협화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최근 5년간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이러한 초창기의 난제들은 전혀 문제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현시점에서는 25%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쿼터제가 유명무실하다고 여겨질 만큼 지상파 방송사들의 외주제작 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knowledge/abroad/indu/__icsFiles/artimage/2010/05/01/kc422/hxxeiTfC.jpg)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5년간 지상파 5개 방송사의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비율은 25% 쿼터보다 훨씬 높음을 알 수 있다. BBC One의 경우 27~33%로 평균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BBC2의 경우는 이보다 조금 더 높은 39~45% 수준이다. 이마저도 2004년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어 향후 수년 내에 50%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디지털 채널을 포함한 모든 BBC 채널의 평균적인 외주제작 비율은 2008년까지 38%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ITV1은 2008년, 40%의 외주제작 비율을 나타내고 있어 BBC의 평균적인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Channel4와 Five의 경우는 전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외주제작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Channel4는 외주제작 전문 채널이라는 설립 당시의 관례를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데, 최근 5년간 꾸준히 80% 이상을 기록하면서 2008년 현재 87%의 외주제작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Five의 경우는 2007년 96%, 2008년 97%를 기록해서 정규 시간의 뉴스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외주제작에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외주제작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제작비용 절감과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 전략이다. 외주제작 비율이 가장 높은 Five의 프로그램 편성표를 살펴보면 이러한 이유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방영되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입되었거나 영국의 어린이 프로그램 전문 제작 프로덕션에서 제작된 것으로 Five에서 자체 제작한 것은 단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후 방영되는 낮 시간대 프로그램은 낮 12시 40분~50분까지 10분 동안 방영되는 뉴스 외에는 모두 외주제작사에서 만든 드라마, 다큐멘터리, 혹은 수입 영화 등으로 채워진다. 뉴스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Five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인 가 오후 6시 25분부터 한 시간 동안 방영되고 나면 이후 저녁 프로그램과 다음날 아침 6시까지 방영되는 모든 프로그램들은 외주제작 드라마, 다큐멘터리, 영화 등으로 채워진다. 결국 최소의 인력과 비용으로 방송사를 꾸려갈 수 있는 방편이기는 하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양질의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는 셈이다.
BBC의 경우 세계적인 수준의 다큐멘터리와 어린이 프로그램 그리고 탐사보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외주제작 시스템 기반 아래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독립 프로덕션은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이윤 추구를 근본적인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같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을 때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드라마나 엔터테인먼트 장르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knowledge/abroad/indu/__icsFiles/artimage/2010/05/01/kc422/bpyVoxbY.jpg)
위의 <그림 2>는 장르별 외주제작 프로그램 방영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우선 BBC의 경우 다소 의존도가 높은 장르로는 엔터테인먼트(40%)·코미디(54%)·팩추얼(44%)·팩추얼 엔터테인먼트(50%)·취미/레저(74%)·종교(54%)·어린이(45%) 등이었으며, 음악(5%)·드라마(26%) 등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ITV는 어린이(93%)·코미디(79%)·엔터테인먼트(60%)·종교(53%) 등이 절반 이상을 외주제작에 맡기고 있었으며, 예술(7%)·드라마(22%)·시사(26%) 등은 평균보다 낮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반면 Channel4의 경우, 드라마(100%)·스포츠(100%)·팩추얼(98%)·팩추얼 엔터테인먼트(100%)·음악(95%)·어린이 장르(100%) 등은 거의 전면적으로 외주제작 시스템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사(43%)와 예술 장르(37%)만이 과반수 이상을 자체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Five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서 팩추얼(73%)과 어린이 장르(83%)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장르가 96~100%의 외주제작 의존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우려했던 부분의 현실화
2004년 당시에 이미 영국 내 독립 프로덕션에 할당된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가 자칫 방송사들의 체질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곧 양질의 프로그램 공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비판이 학계에서 제기된 바 있었다. 약 5년이 지난 현재, 당시의 우려 섞인 비판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많은 미디어 학자가 탄탄한 자체제작 시스템에 기반을 두지 않고서 외주제작 시장에 문을 여는 행위는 곧 독립프로덕션 연합 방송국의 개국을 의미하는 것이며, 거기에는 어떤 공공적 가치와 양질의 프로그램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시장의 다양성만으로는 결코 양질의 프로그램이 공급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외주제작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강한 자체제작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독립프로덕션도 공생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제도와 제작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는 독립프로덕션에 대한 선별기준을 강화하고, 외주제작 콘텐츠에 대한 질적 연구와 시청자 만족도 등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외주제작 의무 할당제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자체제작 비율을 강화해 공공 서비스 방송사에 걸맞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 참조 : - Ofcom (2009) The Communication Market 2009. - Ofcom (2005) Review of television production sector. - Communications Act 2003 (Elizabeth II, Chapter 21). (2003). London: HMSO.
● 작성 : 주재원(영국 런던 정경대학(LSE) 언론학 박사과정, mediakore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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