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29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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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9.08.01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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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콘텐츠의 가능성
영국의 사례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은 한국에도 <꼬꼬마 꿈동산>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던 영국 BBC의 어린이 프로그램 시리즈로, 1990년대 말 전 세계적으로 (한국명: 텔레토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제작자, Andrew Davenport와 Anne Wood가 다시 한 번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 프로그램 개발에 도전한 것이다. 2007년 3월에 CBeebies를 통해 첫 방영된 은 현재 영국의 영유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자, 영국 내에서만 30개가 넘는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메이커이기도 하다. BBC는 2~4세의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에 약 1,450만 파운드(한화 약 290억 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33개국에 수출되었으며, DVD?인형?의류?완구류 등의 캐릭터 상품 판매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2008년 한 해 동안 의 공식 라이선스를 받은 인형류의 판매 총액은 약 3,300만 파운드(한화 약 660억 원)로 영국 내 어린이 캐릭터 인형 부분 최대 판매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몇 년 동안 어린이 캐릭터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를 뛰어넘은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의 성공신화는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2008년 한 해 동안 580만 권의 서적이 판매되었고, 75만 장 이상의 DVD가 판매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되는 매거진은 현재 발행 부수가 10만 부 이상이다. 또한 4만 장 이상의 노래 앨범과 6만 개 이상의 오디오북이 판매되었으며, 70만 개 이상의 캐릭터 잠옷과 속옷이 판매되었다. 관련 캐릭터는 이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음료, 과자, 아이스크림, 치약, 샴푸, 기저귀, 비누, 양말, 신발 등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를 정도로 확장되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으며, 여기에서 얻어지는 수익 아덴부분은 다음 어린이 프로그램 캐릭터 개발에 투자되고 있다. 이쯤 되면 어린이 콘텐츠 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BBC Worldwide의 어린이 라이선스 담당자인 Neil Russel은 “의 가장 큰 장점은 환상적인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교육적 콘텐츠,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책이나 DVD, 장난감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의 캐릭터 상품이나 DVD 등의 판매 수익은 대부분 BBC 어린이 프로그램 개발에 다시 투자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아이들이 의 매력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몇 가지만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어린이들에게 있어 교육이란 사회를 바라보고 판단하는 가치관을 정립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제작되는 TV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맡는 것임에 분명하다. 더욱이 공공 서비스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영되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보편적이고 불편부당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영국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교육적이고 창의적인 콘텐츠로 평가받아 왔다. 이것은 물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결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다문화주의에 입각한 보편적 콘텐츠 개발’이라는 프로그램 제작의 가이드라인으로부터 기인한 부분도 있다. 과거 미국의 디즈니 만화나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어린이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건장한 백인 남성 캐릭터와 금발의 백인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유색인종과 장애인(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잭 선장, 한쪽 손이 없는 후크 선장, 등이 굽은 마귀할멈 등)은 대부분 조연 혹은 악당의 이미지로 묘사되었다. 이러한 문화 콘텐츠에 익숙한 아이들은 백인에 대한 막연한 존경심과 함께 유색인종이나 장애인에 대해서는 이유 없는 적대감과 차별적 시선을 가지게 되며, 그 결과는 오늘날 30대 이상의 상당수 한국인들의 정서적 가치관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에 입각한 다문화주의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영국에서는 2003년 새로운 미디어법인 의 등장과 함께 지상파 방송의 어린이 프로그램이 다양성의 원칙에 입각해서 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그 크기나 생김새가 매우 다양하다. 작은 개미를 형상화한 Pontipines와 Wottingers를 비롯해 돌무덤과 같은 곳에 사는 Makka Pakka, 그보다 좀 더 성숙한 캐릭터인 Tombliboos 3명과 발랄한 흑인 여자 아이를 모델로 한 Upsy Daisy 그리고 주인공인 Iggle Piggle과 기차를 형상화한 Ninky Nonk, 비행선을 모델로 만든 Pinky Ponk 등 아이들은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를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캐릭터들은 그 크기뿐 아니라 색깔도 다양해 인종적 다양성을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다양한 피부색의 캐릭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거부 반응을 덜 보일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제 연기자가 인형 옷을 입고 연기를 하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이라서 좀 더 생동감 있고 사실적인 묘사가 가능한 부분도 있다. 실사 콘텐츠의 장점 중 하나는 캐릭터 상품을 제작할 때 아이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영국의 어린이 심리학회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실제 완구로 만들었을 때보다 실사 프로그램 콘텐츠 캐릭터를 완구로 만들었을 때 아이들이 실제처럼 느끼는 몰입도가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캐릭터와 함께 가지는 의 장점은 캐릭터들의 일관된 행동 양식에 있다. 0~4세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아직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어린 아이들의 행동을 잘 관찰하고 이들만의 언어를 캐릭터화하여 활용해야 한다. 지나치게 복잡한 말은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소이며, 그렇다고 계속적으로 같은 말만 반복한다면 아이들이 지루해 하기 쉽다. 따라서 에피소드별로 간단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면서도 등장하는 캐릭터들 특유의 행동 양식이나 소리, 그리고 그 캐릭터가 선호하는 음식이나 색깔 등은 일관성을 유지하여 아이들이 해당 캐릭터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또한 각 캐릭터가 소개될 때마다 내레이터가 캐릭터의 로고송을 불러줘 아이들이 해당 캐릭터가 등장했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은 매우 비현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논리적이고 일관된 스토리 전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빨간 담요를 들고 다니는 Iggle Piggle인데, 맨 처음 이야기의 도입부에서는 항상 Iggle Piggle이 배를 타고 꿈나라로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해당 에피소드가 시작되고, 진행되다가 어느덧 꿈나라 동산의 모든 캐릭터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된다. 캐릭터들이 특정한 형태로 잠을 자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난 다음 맨 마지막으로 잠자리에 들지 않은 Iggle Piggle이 또다시 배를 타고 잠든 모습을 보여주면서 해당 에피소드가 마무리된다. 즉, 의 모든 이야기는 Iggle Piggle의 꿈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사건들임을 짐작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러한 부분까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어른들이 보더라도 꽤나 논리적인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야기 내용은 초현실적이다. 개미만 한 Pontipines가 기차처럼 생긴 Ninky Nonk를 타고 여행을 한다든지, 전혀 하늘을 날 수 없을 것만 같은 Pinky Ponk가 어떠한 동력 장치도 없이 유유히 꿈나라 동산을 비행한다든지 하는 부분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초현실적인 이야기 내용은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의 제작자 중 한 명인 Andrew Davenport는 “옛날부터 전해 오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에는 항상 이상하고 괴짜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구두 속에 사는 할머니라든지, 달을 뛰어다니는 소와 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런 캐릭터들은 어린 시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반드시 필요했던 일부였으며, 이러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으면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기발한 상상력이야말로 세계적인 어린이 콘텐츠를 만드는 원동력이며, 누구나 생각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과 같이 갚진 일이다”라고 대답했다.
BBC Worldwide는 2009년 5월에 를 공식적으로 런칭함으로써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였다. 이것은 가 지난 2008년 12월에 시작된 이후 두 번째 공식적인 계약이다. BBC의 어린이 시장 공략은 점차 그 공세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BBC는 이미 1997년부터 2003년 사이에 <텔레토비>를 통해 전 세계 영유아 콘텐츠 시장을 석권한 바 있다. 여전히 전 세계 20여 개국 이상에서 <텔레토비>를 지상파 채널에서 방영하고 있으며, BBC는 <텔레토비>를 통해 아직도 라이선스피를 벌어들이고 있다. 텔레토비와 비교했을 때 은 수출 면에 있어서 더욱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당시에 비해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어 해외의 문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해외에 진출한 콘텐츠가 현지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등을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 콘텐츠 강국인 영국에서도 위기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009년 7월에 발표된 오프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영국의 상업방송이 영국 내에서 어린이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한 금액이 무려 70%가량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ITV와 Five, Channel4 등을 포함하는 상업방송이 어린이 프로그램에 투자한 금액이 지난 2004년 4,200만 파운드(한화 약 840억 원)에서 2008년에는 1,100만 파운드(한화 약 220억 원)로 감소했음을 밝히고 있으며, 반면 BBC의 경우에는 지난 2004년 970만 파운드(한화 약 184억 원)에서 2008년 770만 파운드(한화 약 154억 원)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의 감소세를 나타내었다. 물론 BBC가 어린이 콘텐츠 개발에 강점으로 보여왔고, 그로 인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BBC가 홀로 영국의 어린이 콘텐츠를 모두 담당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타 상업방송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어린이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영국은 백인 대 유색인종의 비율이 약 9:1 정도로 여전히 백인 중심의 사회이다. 그러나 CBeebies(0~6세를 대상으로 하는 BBC의 유아 전문 채널)나 CBBC(6~12세를 대상으로 하는 BBC의 어린이 전문 채널)에서 방영하는 콘텐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등장인물의 다양성에 대한 제작자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인종적 다양성은 출연자들의 다양한 인종적 구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BBC는 내부 제작 가이드라인을 통해 3명 이상의 어린이가 출연할 시 반드시 소수인종의 어린이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5명의 어린이가 등장할 시 3명 이하의 백인과 1명 이상의 아시아계, 1명 이상의 흑인 어린이가 여기에 포함되며, 더불어 거의 동등한 수의 남녀 성비도 맞추도록 되어 있다. 또한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비율의 인종적 구성을 갖추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다양성도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일부 뉴스에서도 보도된 바 있지만, CBeebies의 메인 진행자 중 1명인 Cerrie Burnell의 경우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그녀가 처음 진행을 맡았을 때 영국 내에서도 거부반응을 보이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BBC 집행부는 “장애는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장애인들에게도 모든 사회적 활동에 있어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녀를 지지해 왔다. 이뿐만 아니라 CBeebies의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캐릭터가 고정적으로 출연하고 있으며, 에는 시각 장애가 있는 Rudi라는 캐릭터가 친숙하게 등장한다. 장애인과 인종적 다양성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직업들도 매우 다양하다. 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직업은 작은 마을의 경찰관, 우체부, 조그만 구멍가게 주인, 유치원 선생 등으로 매우 일반적이면서도 다양하다. 또한 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재래시장 과일가게의 상인, 기차 내부의 음식 판매원, 버스 청소부, 택시기사 등으로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서민적인 직업들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이러한 TV 콘텐츠에 익숙한 어린이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소수인종이나 장애인,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7월 2일자 신문보도에 따르면 BBC의 내년 어린이 채널 운영비용은 약 1억 2,500만 파운드(한화 약 2,500억 원) 규모로 책정되었으며, ITV의 경우 약 2,500만 파운드(한화 약 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물론 한국보다 절대적으로 높은 시청료와 그로 인한 재정적 후원 그리고 어린이 프로그램의 해외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 등으로 인한 경제적 여유를 감안하더라도 단기적인 경제효과가 거의 없는(ITV의 경우 광고수익으로 운영되어야 하지만, 어린이 시간대에 방영되는 광고는 영국 내 어린이 보호법상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에 광고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이만한 자금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CBeebies의 책임자인 Michael Carrington은 “많은 자금을 투자할수록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으며, 그것은 곧 글로벌 마켓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는 공공성 측면에서도 받아들여져야 하지만, 시장주의자들에게도 역시 어린이 콘텐츠 시장이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바로 이러한 사고로 인해 의 성공신화가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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