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방송의 킬러콘텐츠에 대한 고찰
독일은 1990년대 말부터 다채널?다매체 시대에 진입하기 위한 영상제작 시장의 인프라 구조를 개선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중의 하나가 양질의 영상문화 콘텐츠의 개발과 활용이었다. 이러한 정책은 우선 조직 구조의 개선을 통해 이루어졌다. 즉, 영화와 텔레비전 영상물을 제작 지원하는 정부기구를 확대하고 엄청난 재원으로 영상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다. 그 밖에도 기존에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였다.
독일에서 현재 킬러콘텐츠라고 불리는 영상제작물은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전략적으로 제작된 것이라기보다는 오랜 기간 방송되었던 장수 영상물들을 확대 발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오래전부터 독일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방송영상물이나 캐릭터 혹은 포맷은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에 적용하는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장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의 킬러콘텐츠 와 ‘Kaept’n Blaubaer’
미국에 ‘Micky Mouse’와 ‘Donald Duck’이 있고, 일본에 ‘Hello Kitty’가 있고, 한국에 ‘뽀로로’가 있다면 독일에는 ‘Maus’와 ‘Kaept’n Blaubaer’가 있다. 는 1971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30분 동안 공영방송인 ARD와 어린이 공용방송 채널인 KIKA에서 방영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Maus’는 독일 국민들이 사랑하는 30년도 넘은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는 유치원에 다니는 미취학 아동에서부터 8~9세까지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WDR의 통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자의 연령대가 39세로 나타날 만큼 어린이에서부터 성인들도 즐겨 보는 대표적인 에듀테인먼트 매거진 프로그램이다. 현재 독일의 제3 공영방송사인 WDR, RBB, SR 그리고 SWR에서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다. 또한 2005년 10월부터는 일요일 오전에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방송사인 ARTE에서 프랑스어 버전인 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고 있다. 2007년 4월부터는 HDTV에 맞추어 16:9의 포맷으로 제작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999년부터 독자적인 인터넷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는 어린이들이 쉽게 접근하여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만들기, 게임과 같은 어린이용 놀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또한 이렇게 무해한 컨셉트로 부모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매거진 프로그램은 다양한 소재를 교육적인 내용의 단신 다큐와 만화를 삽입시키고 방송 사이사이에 만화 캐릭터인 주황색 ‘마우스’와 보라색 ‘코끼리’와 노란‘오리’가 등장하여 30초에서 60초에 이르는 짧은 에피소드를 만화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 주황색 ‘마우스’나 보라색 ‘코끼리’는 공영방송사 WDR의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는 WDR Mediagroup GmbH가 라이선스에 대한 행사를 하고 있다. 라이선스의 영역은 장난감, 의복, 액세서리, 가정용 물품, 가방, 문구, 도서와 잡지, 오디오, 비디오, 멀티미디어, 식품, 홍보와 CI-마케팅이다. 라이선스가 해당되는 지역은 독일 외에도,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지역이다. 또한 ‘Maus’와 ‘Kaept’n Blaubaer’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 대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Maus의 경우 1,000개가 넘는 캐릭터 상품이 현재 출시되고 있다. 이들 캐릭터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용 장난감 등에는 라이선스를 주지 않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재 출시된 캐릭터 상품은 인형, 옷, 양말, 잠옷, 엽서, 가방, 문구, 달력, 어린이 침대용품 등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에는 닌텐도의 브레인게임에 ‘Maus(마우스)’, ‘Elefant(코끼리)’와 ‘Ente(오리)’의 세 개의 캐릭터에 대한 이용권을 판매하여, 2008년에 닌텐도 DS의 크리스마스 상품으로 출시되었다.
의 장점은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이고, 또한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WDR Mediagroup GmbH에서는 하나의 주인공에 대한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개별적인 제품들을 머천다이징하고 있다. 또한 이 캐릭터들은 이 밖에도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에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WDR이 이 캐릭터들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는지에 대한 자료는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2004년에 Thomas Goletz가 만든 ‘Diddle Maus’의 캐릭터 상품으로 인해 2004년에 1억 5,000만 유로의 매출성과를 보였다고 발표한 것을 미루어 봤을 때 WDR이 에 등장하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이용해 적지 않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에 나오는 유명한 캐릭터인 ‘Elefant’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 채널인 KIKA에서 2008년 11월부터 방송되었으며, 방송 화면에 부모가 자녀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면서 어린이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부모에게 자막으로 제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시킨다.
는 독일의 수많은 방송 상과 독일 물리학회와 교육학회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 국제적인 방송 페스티벌에서 수차례 수상을 한 경력이 있다. 2005년 뉴욕 페스티벌에서는 어린이 방송 분야에서 금상을 수상하였고, 2008년에 개최된 제14회 상하이 텔레비전 페스티벌에서 의 만화영화인 <가난과 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Was denkst du ueber arm & reich?)>로 최고 외국어 만화영화로 금상을 수상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WDR이 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캐릭터를 관리하고 개발시켜 성공적인 킬러콘텐츠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를 발전시켜 원 소스 멀티유스가 가능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한국의 킬러콘텐츠가 <대장금>이라면, 대장금이란 인물만 스타화되고 캐릭터화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을 캐릭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장수 프로그램일 경우에 더 손쉽게 이루어진다.
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Maus’와 버금가는 캐릭터로 성장한 것이 ‘Kaept’n Blaubaer’다. Kaept’n Blaubaer는 이 매거진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과거에 뱃사람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경험을 했다는 삼촌 푸른곰이 세 명의 조카들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형과 만화영화를 적절히 섞어 제작한 이 코너는 익살스러운 삼촌의 목소리와 모습으로 1988년 방송된 이후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다. Kaept’n Blaubaer의 캐릭터를 창조한 Walter Moers는 어린이용 캐릭터뿐만 아니라 성인용 캐릭터로 Kaept’n Blaubaer의 이야기를 라는 제목으로 출판하였다. 이 캐릭터는 2000년에 이라는 영화로 상영되었고, 2006년에는 소설을 뮤지컬로 재탄생시켜 쾰른에서 공연하고 있다. 그 밖에도 Kaept’n Blaubaer는 1996년부터 어린이 교통 교육에 이용되었는데, 2008년에는 총 12만 2,0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이 교통책자를 본 것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 밖에도 이 캐릭터로 엽서와 우표 등이 제작되고 있다. 또한 Kaept’n Blaubaer에 등장하는 인물인 Heinz Bloed 또한 인기 있는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밖에 성공한 장수 프로그램 장르: 형사 추리물
그 외에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몇 개의 독일 방송 영상물의 하나는 추리 드라마를 들 수 있다. 이 장르는 주로 형사추리물/범죄물로 제작되는데, 독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장수한 형사추리물의 하나가 이다. 60분짜리 영상물인 은 1974년부터 1998년 종영되기까지 거의 25년 동안 공영방송인 ZDF에서 총 281편이 제작 방영되었다. 은 시나리오 작가 Herbert Rienecker와 제작감독 Helmut Ringelmann에 의해 탄생되어 독일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방영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영상물이었다는 점에서 방송 역사에 한 장을 장식하고 있다. 은 2004년 코미디 형식의 만화영화로 제작되어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등 컬트드라마로 등극하였다고 볼 수 있다.
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고 있는 형사추리물 장수 프로그램의 하나는 다. 1970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는 ARD와 제3공영방송에서 현재까지 730편 이상이 방영되었다. 의 인기는 독일어 지역에까지 확산되어 1999년부터는 오스트리아의 공영방송인 ORF가 제작에 참여하여 지금까지 13편을 제작 방영하였다. 의 특이한 점은 각 지역의 공영방송에 자체적인 제작 팀과 형사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드라마가 제작되는 방송사에 따라 다른 주인공과 지역이 등장한다. 이와 같은 포맷의 형사추리물은 , , 외에 다수가 있다.
“텔레비전 오락의 마지막 대형 캠프파이어”:
그 외에도 성공한 장수 프로그램은 다. 는 1981년 Frank Elsner가 처음으로 기획한 한 150분짜리 대형 쇼 프로그램으로, 독일의 유명 연예인 Thomas Gottschalk이 진행하고 있다. 이 쇼 프로그램은 독일 공영방송인 ZDF에서 방영되기 시작해 현재는 오스트리아 공영방송인 ORF와 스위스의 공영방송 채널인 SF DRS가 공동 제작하는 명실공히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쇼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컨셉트는 내기(bet)로, 일반인들이 자신의 장기나 재주를 가지고 내기를 하고, 사이사이에 유명인들이 초대되어 대화를 나누는 Talkshow 형식을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는 독일의 ZDF, 오스트리아의 ORF 그리고 스위스의 SF DRS에서 동시방영할 만큼 독일어권 지역에서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년에 6~7회를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위스의 각 지방을 순회하면서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또한 여름 특집으로는 프랑스, 스페인 등의 지역에서 야외 쇼를 진행한다. 의 특이한 점은 쇼가 진행되는 동안 광고방송이 삽입되지 않고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쇼의 매력은 최고의 게스트를 초대하여 그들과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각각의 게스트는 내기를 하러 온 참가자 중 한 팀에게 그들이 내기를 성공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내기를 걸어야 한다. 1987년까지는 내기를 한 참가자 중 가장 정확한 팀에게 내기왕(Wettkoenig)에 대한 칭호가 주어졌는데, 그 이후에는 시청자들이 전화로 누가 가장 내기에 성공했는가를 투표하게 된다. 초대된 게스트 중에는 휴 그랜트, 아놀드 슈워제네거, 빌 게이츠 또한 미카엘 고르바초프도 있었다. 게스트와 대화를 나누고 마이클 잭슨, 존 본 조비, 엘튼 존, 조 쿠커, 루치아노 파바로티 같은 최고급 가수들이 초대되어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의 독일 지역 시청률은 평균 45% 이상으로 거의 1,400만이 토요일 밤에 시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영방송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14세에서 49세까지의 시청자들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시청률은 더 올라간다. 즉, 모든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쇼를 지휘하고 있는 감독은 이 쇼의 성공이 고도의 텔레비전 기술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28년 동안 ZDF에서 제작에 참여한 팀워크와 경험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는 지금까지도 7대의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는 현재 전 세계의 10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 쇼프로그램은 독일어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2004년 10월부터 는 중국 텔레비전에서 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1주일에 한 번 방영되고 있으며, 매주 거의 6,000만 명이 시청한다. 그 외에도 는 인도,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동 지역에 방영될 예정이다.
또한 포맷 수출도 하게 되어, 2000년 초에 슬로바키아에서 포맷으로 POP tv에서 이란 제목으로 매주 방영했다. 슬로바키아는 독일의 와 유사하게 제작하려고 하였으나 높은 제작비로 인해 한계에 부딪혔다. 또한 이와 같은 포맷이 이탈리아의 Rai Uno 방송에서 1991년부터 1996년까지, 그 후에는 1999년, 2001년 그리고 2003년 등 간헐적으로 방영되었고, 그 후 2008년에 다시 방영되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2005년과 2006년에는 폴란드 버전으로 방영되었고, 2006년에는 ABC에서 미국 버전으로 개발하기 위한 계약을 맺었다. 의 미국 상륙은 중국에서 이 쇼프로그램이 500만에서 1,000만 사이의 시청자 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국 방송사 측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가능했다. 이렇게 미국에서 독일 쇼프로그램의 포맷 라이선스를 계약한 것이 영어권 국가의 큰 관심을 받게 되어, 영국의 ITV에서도 포맷 라이선스를 계약했고, 캐나다, 뉴질랜드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나가는 말
이와 같이 독일에서는 시청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프로그램들을 활용해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를 구현하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이 갖는 장점은 오랜 기간 동안 시청자에게 접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질(質)이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장수 프로그램의 캐릭터를 활용한 머천다이징은 독일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고, 그것이 성공의 바탕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두 번째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캐릭터가 기존의 이미지를 상실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머천다이징하는 섬세함을 보이면서도 이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캐릭터로 발전시키는 방식도 높이 사야 한다. 즉, 수익창출에만 급급하지 않고 어린이 프로그램에 맞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파괴적인 게임이나 전쟁놀이를 위한 제품에는 라이선스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킬러콘텐츠는 성공한 후에도 잘 관리되어 지속적인 이미지를 갖게 했을 때 명품 브랜드로 시청자들이 소비자로서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 작성 : 최은희(외대 강사, gabrielacho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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