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와 라디오의 미래
디지털 시대에 라디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금 독일에서는 디지털 시대가 들어서면서 라디오 시대가 막을 내리느냐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하는 가에 대한 논의가 미디어 학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글은 2008년 5월호에 실린 디지털 시대의 라디오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정리한 것이다.
미디어 이용자들이 어떤 매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가에 대한 질문은 한 매체가 갖고 있는 중요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ARD와 ZDF에서 매년 시행하는 "매스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에서는 미디어 선호도에 대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2000년과 2005년에 시행된 연구를 비교해 보면, 라디오가 다른 경쟁매체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 이상 라디오가 없다면 어떠하겠냐는 질문에 2000년에는 14세 이상의 독일 국민의 58% 정도가 "아주 많이" 혹은 "많이" 아쉬울 것이라고 대답했고, 2005년에도 57% 정도가 그럴 것이라고 대답해, 라디오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지 않은 것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연령대에 따라 그 대답은 명확하게 차이가 나서 현재 미디어 선호도의 추세를 볼 수 있었다. 즉, 20세 이하의 응답자는 2000년(54%)에 비해 2005년(39%)에는 선호도가 많이 하락한 것을 볼 수 있었고, 20세부터 29세까지도 라디오에 대한 선호도는 7%나 떨어졌다. 하지만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50세 이상은 그 반대로 라디오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2005년에 더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2000년/57%, 2005년/61%). 한 사회의 삶의 방식의 변화는 청취방식도 변화시킨다.
ARD 미디어 이용자는 나이가 많은 하지만 활발하고 경험을 중시하는 이용자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들은 다양한 테마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라디오를 많이 청취하고 라디오프로그램을 오랫동안 들었던 그룹이다. 때문에 라디오프로그램은 이런 특성을 지닌 중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프로그램들을 많이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고, 이것은 다시금 중년층을 라디오에 머물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 반면에 인터넷, 휴대폰, MP3 등의 이용을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젖은 젊은 층에게 라디오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라디오 청취도와 선호도 조사
이런 장기간에 걸친 미디어 선호도 조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라디오가 다른 미디어와 비교해서 어떻게 위치변화를 하고 있는 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용행위에 대한 조사는 라디오의 전송범위에 의해 결정된다. 독일의 미디어 조사단에서는 1987년부터 라디오에 대한 전송범위를 조사하고 있다. "ma 2008 Radio I"에서는 14세 이상의 독일국민 중에 약 6만 4,000명을 대상으로 라디오 이용에 대한 표본조사를 하였다('Tag gestern'). 이것은 주중 하루에 오전 5시부터 오후 12시 사이에 라디오를 들은 청취자들의 수를 조사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는 청취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라디오를 청취했는가도 조사를 하였다. 청취시간은 청취자당 평균 이용시간으로 계산되어 질 수 있는 중요한 변수이다. 청취시간은 또한 전체 국민의 라디오 이용시간으로 산출될 수 있는 자료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것과 함께 다른 미디어인 텔레비전, 오디오기기 혹은 개인용 컴퓨터의 사용시간도 산출하였다.
하지만 이 조사는 방송프로그램별, 혹은 서비스 방송사별 조사를 하지 못하였다. PC 이용의 경우 인터넷 이용, 소프트웨어 이용 혹은 게임 이용에 대한 변별력을 갖지 못하였다. 또한 어떤 오디오 기기(CD와 MP 플레이어 혹은 iPod를 이용하는 지에 대한 여부)를 이용하는지 알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2000년과 2005년간에 가정에 비치된 미디어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ma 2008 Radio I에서는 14세 이상의 독일 국민의 79%가 주중에 라디오를 듣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결과와 일치하는 결과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14세 이상의 독일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일 청취범위 조사에서도 나왔다. 2008년의 청취범위 조사는 2001년에 비해 3% 떨어진 79%에 달했다.
동시에 PC 이용도(20% 증가), 오디오 기기 이용도(MP3 등)는 8%로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텔레비전 시청은 이 기간 동안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라디오이 용도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을 볼 수 있다.
젊은 층으로 부터 외면 받는 라디오
하지만 14세부터 24세까지의 교육생의 경우 약 81%(ma 2001 Radio II)에서71%(ma 2008 Radio II)로 줄어들은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젊은 PC/Internet 이용자는 7년의 조사기간 동안 16%에서 50%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오디오기기는 20% 정도 증가하여, 젊은 층들은 주중에도 CD, MP3 플레이어 등을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디어 이용도를 성별로 분류해 보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14세부터 24세까지의 젊은 여성들의 라디오 청취성향이 많이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2001년의 경우 이 연령대의 여성들의 84%가 하루 평균 170분의 라디오 청취를 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2008년에는 73%가 평균 127분 동안 라디오를 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다른 미디어인 PC/Internet과 오디오 기기 등의 이용이 늘어났다. 젊은 여성의 43%가 매일 PC와 Internet을 이용하고, 53%가 오디오기기를 이용한다. 같은 연령대의 젊은 남성의 경우, 2008년의 조사에서 처음으로 라디오이용도가 70%로 줄은 것을 볼 수 있다. 2006년부터 오디오기기의 이용도는 50%를 넘겨 정체중이고, PC와 인터넷이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어, 이들의 56%가 매일 PC/Internet을 이용하고 있다.
청취도에 대한 연구결과에서 라디오는 현재 장년층에게는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는 미디어로 존속하는 반면, 젊은 층에게는 서서히 외면을 받은 미디어가 되고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첫째로 라디오에 비해 다른 매체가 미디어 이용도에 있어서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라디오의 프로그램이 젊은 층에게 매력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라디오는 이미 전에도 새로운 미디어와 경쟁하여 성공적인 변신을 하였다.
첫 번째는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에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 라디오는 하루 종일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로 탈바꿈하였다. 때문에 지금 젊은 층이 라디오를 멀리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1980년 초반에 공영방송 라디오에서 제공한 팝음악 서비스는 젊은 라디오 청취자에게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민영방송 라디오가 팝음악으로 청취자를 끌어 모으게 되자, 라디오는 다시 젊은 층에게 매력적인 매체가 되었다. 1990년대 라디오 청취시간이 증가하게 되는 반면, 1990년대 중반이후 부터는 젊은 라디오 청취자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민영 텔레비전 방송과 MTV 채널은 젊은 청취자들에게 매력 있는 미디어였기 때문이다. 위기로부터 탈출하는 유일한 길은 많은 최신음악을 연주하는 젊은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다. NDR의 N-Joy는 독일에서 최초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이것이 인기를 얻자 민영 라디오방송사도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라디오의 장점은?
라디오를 비롯해, 텔레비전, 신문, 잡지 등의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미디어의 디지털화의 요구를 받고 있다. 다른 미디어나 인터넷에 비해서 어떤 장점을 라디오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가? 여기서 중요한 점은 라디오가 이용자들에게 가장 많은 자유를 준다는 점이다. 텔레비전이 시청자들을 묶어놓는 반면, 라디오는 보통 일을 하는 동안에도 들을 수 있는 매체로 여겨지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도 또한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읽어야 되는 부분이 있다. 인터넷 서비스도 텔레비전이나 신문처럼 이용자들을 묶어놓고 있기 때문에 라디오는 다른 매체들이 갖지 않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청취자가 선호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
라디오 청취자들은 라디오에서 음악, 오락/코미디, 최신정보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심리적인 기대는 다르다. 문화학자이자 라디오연구자인 Wolfgang Hagen은 라디오장르에 대해 청취자들이 갖는 기대는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Hagen에 따르면 바로 이 패러독스가 높은 청취도와 지속적인 청취자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청취자는 일정정도 자신들이 익숙한 장르의 라디오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으며, 때문에 이런 장르는 일정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재미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젊은 층의 청취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떤 프로그램 장르가 젊은 층의 청취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가를 보는 것이다. 미디어 분석에서 나온 결과에 따르면 라디오 프로그램은 단순하고 논리적인 프로그램 그룹으로 구분하였다. 우선, 공영방송 라디오와 민영방송 라디오를 구분하고, 두 번째는 팝 메인스트림 장르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장르를 구분했는데, 여기서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프로그램을 구분하지 않았다. 이 두 개의 범주로 모든 라디오 방송사를 포함시킬 수는 없지만, 여기에서 조사되지 않은 라디오 방송사는 전체 라디오 청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방송사들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정보는 독일 전역을 대상으로 하고, 지역적인 차이는 고려하지 않았다.
우선 2001년과 2008년 사이에 공영방송 라디오와 민영방송 라디오는 전체적으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2008년에는 14세 이상의 독일 국민의 54%가 공영방송 라디오를 청취했고, 2001년에 비해 1% 정도의 차이 밖에 보이지 않았다. 민영방송 라디오는 2008년에 45%를 보여 2001년에 비해 2% 정도 줄어들었다.
공영 라디오나 민영 라디오나 모두 젊은 청취자를 잃어버렸다. 공영라디오의 경우 주중에 젊은 청취자의 37%가 들었는데, 이것은 2001년에 비해 7%가 줄어든 것이다. 민영 라디오의 경우 젊은 청취자가 53%로, 2001년에 60% 정도에서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민영 라디오에서는 젊은 층과 여성 청취자들을 많이 잃어버렸다. 이들의 청취율은 2001년에 비해 2008년에 11%가 줄어들은 것을 볼 수 있다. ARD 라디오의 경우 젊은 층의 청취자들은 잃어버린 반면,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거의 비슷하였다.
특히 팝 메인스트림과 뉴웨이브음악의 프로그램 분석에서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팝 메인스트림 장르에서 공영 라디오와 민영 라디오 프로그램은 오늘날까지 1980년대 음악과 함께 많은 교통, 날씨,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뉴웨이브 음악프로그램에서는 음악부분이 훨씬 더 많이 제공되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팝 메인스트림음악 프로그램은 아주 인기가 있어서 모든 프로그램 장르 중에서 가장 높은 청취율을 보였으며 2001년에 비해 2008년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2%). 뉴웨이브 음악 프로그램은 2001년에 비해 2008년에 거의 1% 도 늘어났다. 이러한 통계는 더 자세히 들어가면 아주 다른 결과를 보였다.
즉, 14세에서 24세까지의 젊은 층의 선호도를 관찰해보면, 팝 메인스트림은 2001년에 비해 2008년에 10%가 줄어들은 반면, 뉴웨이브는 2%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팝 메인스트림 음악프로그램을 청취하는 젊은 여성 청취자가 급격히 줄은 것이다(2001년에는 60%, 2008년에는 46%). 이것은 뉴웨이브 음악프로그램에서 3%의 성장을 보인 것으로도 보상될 수 없는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청취자에 비해 25세 이하의 젊은 남성들은 팝 메인스트림 음악프로그램장르에서 -5%의 변화를 보였다(2001년 51%에서 2008년 46%). 그러나 뉴웨이브 음악프로그램에서는 -8%의 손실을 보였다. 따라서 민영방송 라디오프로그램과 팝 메인스트림 프로그램이 특히 젊은 층의 청취자를 많이 잃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청취자 설문의 결과에서 보면, 라디오청취자는 평균 70%가 음악을 듣기를 원한다. 이것은 젊은 청취자들에게는 80%까지 나타났다. 특히 젊은 여성청취자들에게는 라디오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 아주 중요해서 더 많은 음악을 듣기를 원했다. 선두를 달리는 민영라디오에 대한 프로그램 분석으로 분명해 진 것은, 민영 라디오방송에서 지난 몇 년간 게임프로그램에 집중한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음악이나 오락 등은 게임프로그램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음악프로그램이 전체 프로그램 장르에서 50% 이하로 떨어지게 되었다.
이 조사를 통해 라디오에서 음악프로그램이 줄어들은 것이 젊은 여성층을 잃어버리게 된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뉴웨이브음악 장르는 젊은 여성 청취자들에게 호의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젊은 남성 청취자들은 잃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팝 메인스트림 음악보다는 뉴웨이브음악 프로그램이 7년 전보다 더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라디오의 미래
디지털 시대에는 기존의 라디오 기기보다는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서 라디오방송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라디오 청취율이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와 공생할 수 있는 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해 라디오를 청취하는 인구는 그리 많지 않지만, 앞으로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서 라디오 청취를 하는 인구가 더 많아 질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라디오에 대한 독일 국민의 관심은 10% 이하로 아주 적다.
이것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청취자가 원하는 프로그램 장르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앞에서도 말했듯이 라디오가 젊은 층의 선호를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구미에 맞는 장르를 개발해서 서비스해야 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청취자들은 라디오를 통해 다양한 추가서비스를 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추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라디오가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은 유일한 길일 것이다.
표1) 라디오 추가서비스에 대한 관심 (독일국민 전체와 14~24세까지 젊은 층, 아주 관심있는 분야 선정, %로 표기)
출처: SWR: Trend, 2007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n=4361)
◦ 작성 : 최은희(인하대 강사, gabrielacho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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